엊그제 금정산 범어사 갔던 날에
좀 더 멋진 단풍을 보기 위해서 금정산성 북문 쪽으로 올라가보기로 했다.
산 위의 단풍이 어떤지, 생각도 않고 기왕 산속으로 들어왔으니까 ...
그냥 욕심만 갖고 힘들게 가파른 산길을 올라갔다.
그러나 산 위로 올라갈수록 예쁜 단풍은 이미 낙엽이 되어 뒹굴고 있을뿐
삭막한 겨울 분위기는 더욱 썰렁하기만 했다.
처음 산으로 올라갈 때의 즐거움은 씁쓸함이 되었고
마음속에서 내가 나에게 비아냥거리는 중얼거림은 "멍청이"였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산위에서 단풍을 본다고...헛웃음도 나왔다.
11월이 끝날 무렵에
산꼭대기에서 단풍을...어디서 한 세월 잠자다가 나왔냐?
어이없게 픽 웃어보면서 산중턱에 있는 금강암으로 발길을 돌려봤다.
금강암은 범어사에서 바라볼 때
금정산성 북문으로 가는 길의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데
자주 오르는 길이라서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지만
초행길의 사람들은
바위와 바위 사이 계단을 힘겹게 오르면서
조금 가파르다는 생각을 할 만큼의 위치에 있었다.
길 위에는 단풍보다는
낙엽이 더 많이 쌓인 암자가는 길이다.
금강암으로 오르는 돌계단 주변의 단풍은 늦깍기인듯 ..,
이곳만 단풍이 있을뿐, 다른 곳은 메마른 낙엽뿐이었다.
금강암 경내의 대자비전 앞에는
화사한 연등이 드나드는 길손들을 화사하게 했다.
출입금지 팻말이 주눅들게 하는...
요사채 주변의 단풍도 거의 바스락거리는 단풍이
땅 위로 떨어질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금강암 경내의 모습은
이미 겨울이 찾아온 것 처럼 쓸쓸한 모습 그 자체였다.
긴 툇마루가 끝나는 곳에는
산 위에서 흐르는 시원한 약수물이 있었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갔었기에
물한잔 먹기위해 배낭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했다.
인기척이 없는 암자 툇마루에서의 휴식은 거의 멍때림이었다.
처마 끝에서 댕그렁 거리는 풍경소리와 함께
따끈한 커피 한잔 먹고 싶었지만, 커피 보다는 차거운 물 한잔은
뱃속 까지 시원하다못해 추위 까지 느끼게 했다.
산을 내려와서 범어사 경내로 들어갔더니
11월 끝날 무렵의 산속 풍경은
산 꼭대기는 겨울이었고
산 중턱은 메마른 단풍과 낙엽
산 아래는 이렇게 예쁜 단풍이
요상하게 판가름 해놓은 것 같은 가을 끝자락이었다.
범어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해서
명소가 된 돌담길이다.
멀리 금정산 계명봉이 바라다보이는 풍경은
빨간 단풍과 함께 한폭의 그림이었다.
범어사에서 만나는 단풍은 최고로 아름다웠지만
은행나무들은
모두 앙상한 겨울나무가 된채 쓸쓸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범어사 오래된 노거수 은행나무(수령580년) 사진은 찍을 수가 없었다.
금정산 둘레길에서 만난 예쁜 풍경
단풍이 있는 숲길을 좀 더 걷고싶어서
금정산 둘레길로
걸어내려 가면서 바라본 금정산 계명봉이다.
계명봉에서 마주 보이는 산봉우리는
아마도 금정산 원효봉쯤...
산 밑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올해의 은행나무들은 천차만별이었다.
어느 곳의 은행나무는 이미 앙상한 나목이었고
어느 곳의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이 들었으며
이곳의 은행나무는 아직도 푸르름이 가득한데
그 옆의 마주보는 은행나무는 역시 노랗게 물이 들고 있었다.
요즘 빨간 애기 동백꽃과 앞다퉈서 예뻐지는
빨간 열매들 중에서 남천 열매도 한몫을 했다.
삭막한 겨울이 아니라고
애써 위로 해주는듯한 모습들에서
몸은 춥지만 마음은 화사해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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