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늦가을 풍경이 머무는 장안사

nami2 2023. 12. 1. 22:36

겨울의 시작인 12월로 들어서면서 날씨는 더욱 추워졌으나

단풍이 본격적으로 예쁜 모습이 되고보니

오라고 하는데는 없어도 갈 곳은 많아져서 그냥 바쁘기만 했다.
다른지방 사람들은 겨울 초입에 웬 단풍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이곳의 단풍드는 늦가을은 이제 부터라고 말하면서도

12월이라는 것이 약간은 멋적은 미소를 짓게 했다.

집 밖으로 나가면 눈이 호강 할 만큼 예쁜 모습의 나무들이 눈에 띄었으나
옷깃을 파고드는 으스스한 겨울바람은 춥다는 느낌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단풍이 오래도록 머물기를 바래보지만
겨울 초입에서 늦가을이 머무는 시간은 너무 짧다는 것이 아쉬웠다.

이렇게 저렇게 핑계를 대고

늦가을 날에 암자로 가는 호젓한 길이 걷고 싶어졌는데
마침 지장재일 법회가 있어서 겸사겸사 다녀오게 되었다.

암자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언뜻 빨간꽃이 엄청 예쁘게 피었다고 순간 착각을 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보니
봄날 4월에 하얀꽃이 피었던 것이 생각났기에
그것이 산사나무 열매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모든 것들이 사그러드는 추운 계절에
산속의 작은 암자 주변의 빨간 열매는
둘레길을 걷기위해 숲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이 되어주었다.

산사나무 열매는 산사자라 부르며
산사자는 신맛이 강하여 주로 술을 담그는데 사용한다고 했다.

산사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우리나라와 중국이 원산지라고 한다.

너무 예쁘고 먹음직스러워서 살짝 맛을 봤더니

시큼한맛과 떫은 맛에 웃음이 나왔다.

 

눈이 시릴 만큼 추워보이는 하늘 가에

덩그만이 남겨진
붉은감도 꽤나 추워보였다.

다닥다닥 ... 산속에 주인 없는
야생감들이 너무 예뻐 보였다.

새들의 겨울 먹거리 감나무에서 새소리가 요란했다.
나무 위를 올려다보니...
겨울숲의 새들이 모두 모여 있는듯, 심심하지는 않았다.

감은 몇개 남지 않았는데
누구에게 뺏앗길까봐 열심히
감을 먹고 있는 직박구리 녀석들이다.

잎이 모두 떨어진 앙상한 은행나무 위에
까치집이 눈에 띄었다.

장안사  뒷곁 은행나무의

마지막 흔적들이 너무 쓸쓸해보였다.

은행나무 한그루에 새 둥지가 몇개가 있는가
목이 아플 만큼 올려다 보는 것도 재미 있었다.
도심 보다는 볼 것도 많고, 공기도 맑고
참견하고 싶은 것도 많은 절집 주변은
날씨가 추워도 가고싶은 곳이다.

장안사 경내의 200년 된 단풍나무가
올해도 여전히 멋스럽기만 했다.

음력 10월 18일 지장재일
장안사 설법전에서 법회가 있었다.

대웅전 옆 담장 너머로 보여지는 불광산 자락
그리고 시명산도 보이고,  멀리 그 뒷쪽에는 대운산도 가물가물이다.

추운 날에...
바람이 불때마다 뎅그렁 거리는
풍경소리가 영혼 까지 맑게 하는 것 같았다.

경내 입구에서 푸근한 미소로 반겨주는
포대화상님은
일년 내내 뵈어도 편안함 그 자체였다.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탑돌이를 끝으로

지장재일날의 법회는 끝이났다.

 

장안사 초입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은 이미 겨울이 시작된 분위기였다.
그래도 가까이 다가가면서 볼 수 있는 모습에서는
아직도 늦가을은 예쁘게 머물고 있었기에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종무소 툇마루에 놓여진 몇개의 상자속에는
내년도 달력이 가득 담겨져서 '1人 1부'라는 메모가 있었다.

벌써 2024년 달력이....
한해가 또 속절없이 저물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아직 남아 있는 음력 11월 초하루 법회와  동지 법회를 끝으로

한해의 마무리가 그냥 허탈해질 것임이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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