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예쁘게 자라고 있는 가을채소

nami2 2023. 9. 19. 22:42

그렇게 많은 비가 며칠동안 무자비하게 쏟아졌던 것을 감안해보면
이른 아침 텃밭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의 기분은
이유 불문한채 무조건 감사함뿐이었다.

왜냐하면 텃밭 입구의 금화규 꽃나무가

뿌리도 뽑히지 않은채 아주 예쁘게 꽃이 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늦여름 부터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 정성으로 키워왔던 채소들이
물에 잠겨서 엉망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텃밭에 나가보는 것도 겁이났던 시간들이 웃으워질 만큼 텃밭은  멀쩡했다.

다만 여린 상추들이 많이 망가진채 물멍이 들어 있었고
쪽파와 배추가 빗물 때문에 웃자라 있었음은 그런대로 봐줄만 했다.

더구나 텃밭이 진흙밭이 아니고 마사토가 섞인 밭이라서 물빠짐이 좋았던 것이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
이제는 시기적으로 9월 중순이니까  
더이상의 가을채소들이 자연재해로 수난을 당하지말고
수확기 까지 노심초사 하지않게 잘 자라주기만을 바랄뿐이다.

이른 아침 옷자락을 적실 만큼
이슬이 흠뻑 내려앉은 텃밭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텃밭 입구에서

수문장 처럼 지키고 있는 금화규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일부러 텃밭 입구에 심어놓은 금화규가
아침마다 예쁜 꽃송이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이 고마웠고
엄청난 비에 쓰러지지 않고 꽃을 피웠다는 것도 또 고마웠다.

텃밭 입구의  금화규 꽃나무들이

멀쩡해 있음에 우선 안심을 하고 밭으로 들어섰다.
이런저런 일로 5일만에 들어간 텃밭이었다.

비 바람이 아니고, 그냥 줄기차게 내렸던 비는
그다지 채소들을 괴롭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뿌리째 뽑혀 있을줄 알았던 가지나무도 멀쩡했고
오히려 튼실한 가지를 몇개 딸 수 있었음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무우밭 옆 부추밭은

너무 웃자랄 정도로 소복하게 자란 부추들이 눈에 띄였지만
우선 급한 것은 '가을무우' 밭이 어찌 되었나 였다.
다행이도 너무 멀쩡해서 마음이 놓였다.

쑥갓도 솎아 먹을 만큼 자라고 있었을뿐
흩으러짐 없이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이었다.

배추밭은 빗물 때문에 정상적으로 자란것이 아니라

웃자라고 있음이 눈에 보여졌다.
겨우 20포기인데...
실패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우선 벌레 구멍이 있는가를 살펴봤더니
배추잎에서 어린 달팽이 한마리 잡아냈다.

당근은 빗물에 시달린 흔적이 보였다.
듬성듬성한 곳은 빗물로 흙이 다져졌고
당근 싹은 뿌리째 뽑힌 곳이 많았다.

가장 예쁘게 자란곳은 청경채 밭이었다.
빗물 덕을 본 것은 청경채인 것 처럼...
윤기가 흐를 만큼 예뻤다.

고라니에게 뿌리째 뽑혔던

그물망 속의 적색 양배추도 그런대로 살아났다.

케일과 양배추도 잘자라고 있음은
대체적으로 빗물을  좋아하는 채소들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번 고라니에게 모두 뜯어 먹인 후

그물망을 쳐놨던 청상추는
그물망 때문에 직접적으로 빗물 공세를 받지 않아서인지
빗물에 의한 상처없이 깨끗하게 크고 있었음이 엄청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곳의 상추는
물멍도 많이 들어 있었고
많이 찢기고 ,부서진 흔적이 역력했다.
빗물에 얼마나 수난을 당했는지, 엉망이었다.
정상적으로 크려면 시일이 좀 지나야 할 것 같았다.

아욱 역시도 빗물에 의한 상처가 심했다.
정상적으로 크려면

아욱도 시간이 많이 필요 할 것 같았다.

예쁘고 통통하게 자라던 쪽파도 역시
빗물에 의해서 웃자라고 있었다.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채소들의 웃자람은....

어쩔수 없이 그냥 마음을 비워야 했다.

그렇게 많은 비가 줄기차게 내렸는데
호박이 빗물에 의해서 떨어지지 않고
열매를 맺어서  자라고 있었음이 너무 신기하고 예뻤다.

주먹만한 호박들이 몇개 더 크고 있었다.

 

텃밭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호박넝쿨 앞에서  

저절로 엔돌핀이 생겨나는 것을 느낄 만큼 기쁜 웃음이 나왔다.
생각치도 않았던 호박이

요렇게 예쁘게 매달려 있다는 것은 진짜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풋호박은 넝쿨이 거의 끝물이라서

그동안 시간이 나면 넝쿨을 정리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빗속에서도 호박 만큼은 완전히 포기한 작물이였는데...
새로운 줄기가 생겨나와서 꽃을 피우고
호박을 맺게 했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상상도 못했을 일이었다. 

 

더구나 생각할수록 신기했던 것은
몇날 며칠동안 침수가 될 만큼, 좍~좍 쏟아졌던 빗줄기속에서
이렇게  예쁜 것이 매달려 있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은 자연재해 앞에서도 굽히지 않고 또 농사를 짓는가보다

'텃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깊어가는 가을날의 텃밭  (24) 2023.10.03
텃밭의 스트레스는 고라니  (32) 2023.09.26
텃밭, 마지막 밭 만들기  (12) 2023.09.13
텃밭의 상추 도둑 고라니  (20) 2023.09.07
가을 텃밭의 어린 채소들  (18) 2023.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