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암자 가는 길의 가을 야생화

nami2 2023. 9. 18. 22:42

주말과 휴일 이틀동안 어찌나 많은 비가 내렸던지?
여름 내내 태풍 영향이 아니더라도 비가 많이 내렸으며
9월로 들어서면서도 내렸던 많은 비가 절대로 부족한 것은 아닐진데
쏟아지는 빗줄기는 정말 하늘이 뚫어졌는줄 알았다.

애써 가꿔놓은 텃밭이 떠내려가진 않았는지?
처음에는 큰 걱정으로  밤잠을 설칠 정도였으나
이튿날은 더 많은 비가 하루종일도 모자라서 밤새도록 내렸기에
올해는 가을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마음도 비워봤다.

비가 그치고, 날이 활짝 개어서 맑음이었던 오늘 월요일에는
엉망이 되었을 밭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두려워서
아예 밭으로 나가지 못한채, 하루종일 괜한 속만 끓이고 있었다.
내일은 어떤 모습이 되어 있건 말건 밭으로나가봐야 하는데...
편하지 않은 마음속에는

그래도 계속해서 텃밭이 멀쩡해 있기만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인간이기에 갖는 욕심인지, 애써 가꾼 식물에 대한 애정인지 가늠이 안된다.

암자로 가는 숲길에서
올해는 못보고 그냥 지나가는가 생각했었던 여름날의 '물봉선'을 만났다.
여름 끝자락을 지나쳐서 어느새 9월 중순...
그래도 여름꽃을 이제서라도 보았다는 것이 반갑기만 했다.

물봉선은 우리나라 각처의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인데
습기가 많은 곳이나 계곡 근처의 물이 빠르게 흐르지 않는 곳에서 자란다.
물봉선의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마세요' 였다.

요즘 숲길에서 가장 많이 피는 꽃은 '며느리 밑씻개'였다.
꽃이 예쁜데 왜 하필이면, 며느리밑씻개일까 유감이었으나
줄기와 잎이 모두 가시로 된 식물을 보면서
옛날 못된 시어머니들의 심술을 알수 있었다.

며느리밑씻개는 덩굴성 한해살이 풀이며
꽃말은 '질투'였는데

아마도 못된 시어머니의 며느리에 대한 질투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해안가에서만 피는줄 알았던 '샤데풀'꽃을
암자 가는 숲길에서 만났다.
노란 샤데풀꽃은 8월~9월에 꽃이피며
꽃말은 '친절 ,세력'이라고 했다.

여뀌는 풀벌레 소리와 함께
초가을 숲길에서 가장 많이 꽃이 피는
마디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냇가와 습지에서 서식하며, 어린순은 나물로 먹거나 약재로 쓴다.
여뀌의 꽃말은 '학업의 마침'이다.

암자로 가는 숲길에서 군락을 이루며
노란꽃을 피우는 '숫까치깨'이다.
꽃말은 '그리움, 인내, 사모' 라고 한다.

아주 작은 꽃이 예뻐서 사진을 찍어봤다.
들에서 흔하게 자라는 한해살이 풀이지만
숲길을 잡초밭으로 만들어 놓는 식물이기도 했다.
그래도 꽃은 예뻤다.
이 작은 풀의 이름은 '쥐꼬리망초' 였고
꽃말의 '가련미의 극치'라고 했다.

비내리는 담장가를 분위기 있게 만들어 놓은 '능소화'는
암자 담장에 피어 있었기에 더욱 분위기 있었다.

암자 마당가에도 꽃무릇은 예쁘게 피고 있었다.

꽃무릇이 아주 예쁘게 피고 있는 암자의 가을 뜨락이다.

참선중 출입금지의 팻말 앞에서도
꽃이 예쁜 것은 어쩔 수 없었나보다.

통도사 산내암자 취운암 뜰앞의 꽃무릇

통도사에서 개울길을 따라서 암자로 가는 숲길이다.
이곳도 어김없이 꽃무릇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꽃무릇의 꽃말은 '참사랑'이라고 한다.

안개비가 추적거리면서 내리던 가을날에
꽃을 찾아 떠난 숲길은...
밀림숲 처럼 무성한 풀속을 뚫고, 붉은 꽃이 무리지어 피어나서

화사함을 보여준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아직은 활짝 핀 꽃보다는  피어날 꽃들이 더 많았다.

 

암자 뜰앞의 코스모스는
고즈넉한 암자와 참 잘어울리는 가을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씨를 뿌려놓으면 끊임없이 꽃이 피고
꽃씨가 떨어지면서 그 다음해에도 또 꽃이 피며
시간이 흘러도 지속적으로 그 자리에서 꽃이 핀다는 것을...
몇 년 전에  텃밭에 코스모스 씨를 뿌린 후 부터 알게 되었다.

우리들의 어린시절, 가을날의 정서를

고스란히 추억속으로 소환해주는 꽃이 코스모스라는 것은

누구든지 멋진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 같았다.
초가을만 되면 늘 아름다움으로 자리매김 하는 코스모스꽃은

세월이 많이 흘러간다고 해도 잊혀지지 않을 꽃임을 확신해본다.

이꽃 저꽃 수많은 가을 꽃중에서

코스모스는 여전히 1등이라고 생각하며
암자 뜰앞에 핀 코스모스가 그냥 예뻐보였던 비내리는 가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