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늦여름,능소화가 예쁜 통도사

nami2 2023. 8. 21. 22:36

처서를 며칠 앞두고 이제는 완전한 가을인줄 알았다가
무더위에게 뒷통수를 크게 맞은듯 했다.
막바지 더위는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진짜 더웠다.
가을 채소 심을 준비로 바빠진 텃밭 일은 우선 밭만들기였는데

올 여름 중에서 가장 더운 여름이라고 기록 할 만큼 고통스러웠으나

그래도 일을 할 수 밖에 없음이 숙명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요즘이다.

우선 풀을 뽑고, 삽질을 해야 했고 ,거름을 뿌려놓았다가
쌈채소들과 당근 씨를  뿌려야 했고, 쪽파를 심어야 했다.
그러나 오전 6시의 들판은 약간 서늘했으나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들판은 바람 한점 없이 숨이 막힐 만큼 더웠다.

그동안 태풍 때문에 긴장을 하면서도 고마워 했던

태풍 영향의 시원한 바람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면서  
세상은 다시 무더위와 열대야의 포로가 되어 고통스런 나날이 된듯 했다.

그래도 폭염의 늦여름 시계바늘은 여전히 돌아가기 때문에
가을맞이 텃밭 밭만들기는 게으름을 피워서는 절대 안됨이었다
그래서 한달 남짓 정도 되면 스스로 물러갈 무더위니까
마음을 비운채, 제대로 한번 더위를 즐겨봐야겠다면서 일을 했더니
땀으로 목욕... 그것도 한 두번쯤은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웃어봤다.

엊그제 다녀왔던 통도사 경내에는 이제서 능소화가 예쁘게 피어 있었다.
꽃이 없는 계절이라고 투덜거렸음이 무색할 정도로
화사하게 피어 있는 능소화를 보면서...
긴 장마였던  7월에 꽃을 피우는 것 보다는
폭염의 8월에 꽃 피우는 것이 더 괜찮았는가 물어보고 싶었다.

꽃이 떨어지면서 한켠에서 또 새롭게  

꽃이 피는 모습도 아름답기만 했다.

통도사 경내 곳곳에 핀 능소화

예전에는 양반집 정원에서만 꽃을 키웠다는 능소화는
양반꽃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하늘 같은 양반을 능가하고 없신여길 것을 생각해서인지
서민들은 어쩌다가  능소화를 몰래 심었다가 들키면
곤장을 맞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고목나무에 더부살이 능소화...
그래서 그런지  더 예뻐보였다.

암자 뜰 앞에 상사화가 제법 많이 피어 있었다.
도심 주변과 산속 암자의 꽃 피는 시기는
언제나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늘 암자에 가서야 알게된다.

도심 주변에서는 이미 꽃이 사라졌건만
이제서 피기 시작하는 상사화를 보니까
신기하기만 했다.

통도사 경내, 작은 연못의 수련!!

화사한 모습의 수련이 제법 많이 피고 있었다.

수련도 무더위를 즐기는 것 같았다.

 

암자 마당가에 핀 연꽃의
단아한 기품에 발걸음이 멈춰졌다.

마당가의 아주 작은 연못
그곳에서 피고 있는 연꽃은
늦여름을  멋지게  장식하는 것 같았다.

암자로 가는 숲길을 걸어가면서 시원한 물소리가

다른 계절보다 유난히 크게 들려오는 것을 의식했다.
덥다는 느낌 때문에 발담그고 싶은 충동이었지만
혼자만의 시간에서는  

발 담그는 일도 사치같다는 씁쓸한 생각을 해봤다.

작은폭포에서의  물줄기...
진짜 함께 하는 길동무가 있었다면
무더운 여름날을 핑계삼아

발 담그고 잠시 신선놀음을 하고 싶어졌지만

혼자라는 그 단어 앞에서는 그냥 주눅이 들었을뿐이다.

 

비내리는 경내에서 스님들의 발걸음이 자꾸 눈에 띄었다.
어쩌다보니 눌러지는 카메라의 순간포착...
뒷모습은 언제봐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통도사 경내에서

잘려진 나무에서 자생하는 버섯이
독버섯이냐 식용버섯이냐는 관심없이
야생화 처럼 예쁘다는 생각뿐이다.

통도사 일주문에서 바라본 경내는
전형적인 통도사의 아름다운 늦여름 풍경이다.
배롱나무꽃은 앞으로도 계속 가을이 머무를 때 까지 필 것이며
그 나무 밑에 빨간 '꽃무릇'이 피기시작하는
9월15일쯤에는
아마도 배롱나무꽃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무더위의 늦여름을 느긋하게 즐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