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금목서 꽃향기가 있는 장안사

nami2 2023. 10. 5. 22:45

본격적으로 가을이 된 것 처럼 한낮의 기온도 서늘하기만 했다.
계절적으로 서늘한 10월이기 때문인가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이곳은 동해남부 해안가이기에
봄날은 정상적이고, 여름은 길고, 가을은 더 길며, 겨울은 아주 짧다.
그래서 그런지 며칠동안 기온이 서늘해도 또다시 무덥지 않을까  
자꾸만 헷갈리기만 했다.

법회가 있어서 오랫만에  착실한 불자가 되고 싶었는지
음력으로 법회 날짜를 메모 해놨다가 장안사에 다녀왔다.

음력 초하루는 꼬박 꼬박 날짜를 어기지 않고

하루해를 몽땅 보낼 만큼, 그 먼곳 통도사 까지 잘 다녀오는데

장안사는 집에서  가까운 곳인데도
그동안 코로나 핑계로 뜸했고, 무덥다는 이유, 비가 자주 내린다는 이유로
이렇게 저렇게 자꾸 날짜를 빼먹게 되었다.

물론  장안사를 가려면 마을버스 배차시간이 1시간이란 것과
호젓한 산길을 25분 정도 걷는다는 것이 부담을 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는 무조건 핑계였고  

불심이 무너진 탓이라고 스스로 반성을 해본다.

매달 음력 18일은 지장재일이다.
지장재일은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극락왕생 기도를 하는 법회였으나

가끔은 어느 누구의 영가천도재나 49재 법회와 겹치기도 한다.
마음으로는 꼭 가야한다고 다짐을 하면서도 몸이 말을 안듣는 이유는
마을버스 배차시간이 1시간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또다시 핑계를 대보면서 웃어본다.

10월이 되면 아파트 정원에서 은은한 꽃향기가

베란다를 통해서 거실 까지 들어오는데
올해는 아직 아파트 뜰앞의 금목서 꽃소식은 없었다.

 

그런데 장안사 경내로 들어서니까
은은한 꽃향기가 마음까지 사로잡는듯 했다.
아름다운 향기를 가진 예쁜 꽃은'금목서'였다.

지장재일 영가천도재 법회가 끝난후
영가천도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탑돌이를 하는 모습이다.

한낮의 기온은 너무 따끈거렸지만
먼곳으로 떠난 사람 극락왕생의 염원은

어느 누구라도 절실한 것은 사실...

금목서는 물푸레나뭇과의 상록활엽관목이고
우리나라 경남, 전남지역의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데

원산지는 중국이다.

탑돌이를 끝내고 천왕문을 향해 가고 있는 행렬은
천도재의 마지막 절차는 위패를 소각해서
영가를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해
소각장으로 가는 길이다.

장안사 대웅전 앞의 활짝 핀 금목서 나무에

황금빛 색깔 꽃이 다닥다닥이다.

금목서 꽃말은 '당신의 마음을 끌다'였다.
금목서의 개화시기는 9월 말 부터 11월 까지이다.

금목서의  꽃향기는
살구 ,귤, 모과의 향기가 섞인듯한 향기로
그만큼 매력적으로 아름답다는 뜻이라고 한다.

장안사에서 20분 정도 산속으로 더 들어가면
아주 작은 암자가 있다.
코스모스 꽃 속에 파묻힌듯한 암자의 모습은

언제나 평온한 모습 그 자체였다.

인적드문 산속 깊은 곳의 작은 암자는
그냥 말 그대로 '고즈넉함'이 어우러지는 암자인데
사람이 붐비는 장안사  보다는
이곳 암자가 더욱 편안함을 느끼게 해서

혼자서 마음 추스리고 싶을 때는

암자 앞의 평상에 앉아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암자 뜰 앞의 '꽃범의 꼬리'꽃이
감동스러울 만큼 아름다웠다.

산속 깊은 곳의 암자에는 어느새
가을이 많이 내려앉고 있었다.
산속이라서  

곧 추위가 오지 않을까 할 만큼 낙엽이 바스락거렸다.

그러나 주변은 아직도 푸르름이 여전하다.

 

뜰앞에 핀 '붉은 병꽃'은 봄바람이 싫어서
가을바람 맞으러  뒤늦게 나온 것 같았다.

5월에 피는 꽃인데, 10월의 병꽃도 예쁘기만 했다.

 

암자로 들어가는 입구에
코스모스와 함께 추명국이 예쁘게 피고 있었다.

추명국(秋明菊)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쌍떡잎 식물이며
꽃이름 처럼 가을을 밝히는 국화라고 하고
또 추명국을

서리를 기다리는 가을꽃 '대상화(待霜花)'라고도 부르며
한편으로는 가을 아네모네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우아하고 예쁜 추명국의 꽃말이 '시들어가는 사랑'이라는 것이

웬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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