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가을, 묘관음사의 꽃무릇

nami2 2023. 9. 14. 22:28

그리 요란하지도 않게 추적거리며 내리는 가을비는
며칠 동안 계속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그것이 가을 장마일 것이라고는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아주 예쁘게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아침 부터 계속해서 내리는 비였기에 텃밭에도 갈 수 없다보니
이렇다하게 할 일이 없어서인지, 날궂이 하고 싶은 마음으로

해안로를 따라서 달려가는 버스를 무작정 타봤다.
어디로 갈 것인가?
일단 버스를 탔으나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선뜻 행선지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비내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종점 까지 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해봤다.

집 주변 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를 타고

25분 정도 동해 남부 해안로를 따라 가다가
기장 임랑 해수욕장 주변에서 하차했다.

문득, 비내리는 한적한 해수욕장도 걷고 싶었고
그 주변에 있는 사찰에도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묘관음사는 부산 기장군 장안읍 임랑리 산 1번지에 위치한 아주 작은 사찰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꽃무릇이 예쁘게 피고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경내에 들어섰더니
혹시나 했던 꽃무릇은 생각과는 정반대로 '역시나' 가 되어 있었다.

묘관음사 경내에 들어섰더니
화사하고 예쁜 꽃무릇 군락들이 눈에 띌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꽃무릇은 이제서 꽃대가 삐죽 삐죽 올라 왔을뿐
예쁠 만큼의  개화가 되려면
아직 7일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묘관음사 관음전 앞 언덕에서 차나무를 만났고
꽃무릇 보다는 차나무꽃이 더 예쁘게 피고 있었다.

차나무는 동백나무 속씨 식물이며
원산지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이며, 산지에 서식한다.
차나무 꽃말은 '추억'이다.

꽃대를 올린 꽃무릇은 엄청 많았지만
활짝 핀 꽃무릇을 찾아서
경내 곳곳으로 보물찾기 나섰다.

 

그때 만난 것이 대나무로 엮은 빗자루였다.
능소화 꽃잎이 떨어진 대나무 빗자루!!
그냥 분위기 있어 보였다.

울창한 숲 사이로 꽃무릇이 보였다.
헛탕은 아니었기에 일단 반가웠다.

숲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줌인을 했더니 꽃이 선명치 못했다.

 

울창한 대나무 숲 앞에서도
'우리 여기 있소' 하는 듯, 모습을 보여주었다.

드디어 활짝 핀 꽃무릇을 가까이에서 만났다.
활짝 핀 꽃무릇 군락은 아직이었지만
그래도 활짝 핀 꽃을 단 한송이라도 만났음에 감사했다.

이곳 저곳에서  가끔씩 만나는 꽃무릇은
아직 못다 핀 꽃송이...
아쉬웠지만그래도 즐겁기만 했다.

곳곳마다 꽃대는 삐죽 삐죽 올라왔으나
활짝 피지 않았다는 것이 그냥 아깝다는 생각을 해봤다.

왜냐하면 추석이 코 앞이라서 다시 다녀가기에는

시간상 문제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백화도량(부도전) 입구에도  역시 아직은 쓸쓸 했다.

지난해에는 9월18일에 다녀갔었다.

올해는 그보다 4일 앞당겼는데 이런 모습이라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아마도 9월 22일 쯤이면 화사한 모습의
묘관음사 꽃무릇을 보게 되지 않을까
아쉬운 마음을 일주일 후로 미뤄본다.

묘관음사 백화도량 주변의 동백나무 열매이다.

동백나무 열매의 효능은

예전에는 머리기름으로  사용했다는데

요즘에는 고혈압, 요통, 지혈, 화상, 타박상 등에 약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동백꽃이 피면 그것으로 끝나는줄 알았는데
동백열매가 이렇게 멋지게 달려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먹음직스런 과일처럼 탐스럽기도 했다.

묘관음사 백화도량에는
황금색 부처님 진신사리 1과를 모신  진신사리탑과
운봉스님과 향곡스님  두분  선사의 부도탑이 모셔져 있다.

묘관음사는 1943년 운봉선사에 의해 창건 되었고
이후 수행도량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묘관음사는 청담, 성철 ,서옹, 월산선사 등
당대의 선지식 스님들도
*위법망구*의 자세로  처절히 수행하였던 곳으로
한국 현대 선종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정하는 사찰이다.

 

*위법망구(爲法忘軀)란

진리를 널리 전하기 위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공양하고 희생하는 일을

위법망구의 정신이라 하며

불교에서는 가장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삶이라는 ...뜻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