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봄날이 예쁜 암자 뜰앞에서

nami2 2023. 5. 2. 22:30

암자로 가는 길은

언제나 예뻤고, 걸으면서 사색할 수 있어서 마음 편안한 길이다.
맑은 새소리도 들을 수 있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도 괜찮았다.
그러나 기온은 어느때는 봄날 같았고  

또 어느때는  초여름 같은 날씨였으나

그래도 깊은 산속이라서인지  계절이 조금 늦었기에

피고 있는 꽃들은 아직은 4월에 피는 꽃들인 것 같아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여름꽃보다는 봄꽃에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다.

추위에 민감하면서도 추운 것은 견딜수 있지만
더위가 시작되는 5월의 초여름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더위로 인해 짜증스러움도 곁들여졌다.
앞으로 다가오는 더위를 어찌 감당해야 하는지
벌써 부터 덥다는 느낌으로 스트레스가 되는 5월의 둘째날이다.

암자로 가는 숲길에 '덜꿩나무'꽃이 제법 하얗게 피어 있었다.
하얀꽃이 웬지 쓸쓸해 보여서인지 자꾸만 사진을 찍게 된다.

암자로 가는 길은 울창한 숲길도 좋았지만
개울물 소리가 듣기 좋아서
혼자서 느긋하게 쉬어갈 때도 있다.

숲길에서 암자로 오르는 길

작약꽃이 피고 있는 5월이지만
그래도 작약꽃보다는 모란꽃이

더 예쁘다는 생각을 해본 것은 이곳 암자에서 였다.
푸르름이 가득한 담장 곁에 핀 모란꽃이 왜 그렇게 예뻐보였던지?

고상하고 우아하게 예쁜...
암자 뜰 앞의 모란꽃이 한폭의 그림 같았다.
문득 수채화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연두빛의 불두화가 어설프게 보였다.
부처님 오신날 쯤에서 활짝 피기를 바래보지만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는 꽃은
아마도 곧 활짝 피었다가 사라질 것만 같아서 아쉽기만 했다.

암자 마당가에 하얀 모란꽃이 거의 지고 있었다.
진작 갔었더라면....아쉬움뿐이다.

참 예쁘고 멋지게 피었을 것을 마음속으로 상상해봤다.

 

올해의 마지막  하얀 모란꽃이 진짜 예뻐보였음은
봄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미련이었다.
초여름 보다는  봄이 좋았음에는 모란꽃도 있었음을 기억하고 싶었다.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는

출입금지구역의 요사채는 스님들의 수행공간이다.

요사채의 살짝 열린 대문 틈으로 보여지는

자목련이 싱그럽고 예뻐보였다.
목련이 피는 계절이  훨씬 지난 후에 피는 꽃이었기에

유난히 귀한 꽃으로 여겨져서  예뻤던 것은 아닌지?

바람이  제법 불어서 흔들리는 꽃나무였지만
어렵게 찍은 자목련이었기에 더욱 멋져보였다.

암자 뜰앞의 화단가에 사그러드는 꽃들이 있어서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할미꽃! 그들만의 일생  끝자락 처럼

나에게도 반드시 올 것이라는 것이 서글픔이 되었다.

예쁜 모습은 흔적 간 곳 없고, 남겨진 백발은 회한뿐일 것 같다는 생각....

 

할미꽃들의 일생 끝자락은 그래도 아름다웠다.

붉은 철쭉꽃으로 화사한 모습의 암자  전경

개울가에서 피고 있는 고추나무꽃

고추나무꽃을 제법 많이 봤었지만
처음으로 활짝 핀 고추나무꽃을 볼 수 있었다.

암자 지붕 위에 핀 연보라빛 오동나무꽃

늘 높은 곳에서 피고 있는 꽃을

고개 쳐들고 바라봐야만 하는 것이 감질나지만 그래도 예뻤다.

 

너무 높아서 목이 아플 만큼 올려다보며
사진은 찍게 되는데, 그렇게 해야만 하는

그 자체도  즐거움이 되어주는 오동나무꽃이었다.

개울물이 흐르는 경사지에서 삼색병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었다.
그냥 모른체 지나치기에는...발걸음이 멈춰졌다.

사진 찍기에도 번거로운 경사지여서 잘못했다가는 개울물에 풍덩...

그래도 좋다고 사진 찍어대는 내자신이 우습기만 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의 삼색병꽃!
물소리와 어우러지니까  더 예뻐보였다.

암자를 들렸다가 혼자서 터덜터덜  숲길을 걸어나오는데
숲 주변에 '삼색병꽃'이 지천으로 피고 있었다.

아마도 삼색병꽃 군락지 였던 것 같았다.

 

지난해는 어쩌다가 한번 봤을뿐인데
올해는 여러 곳의 암자를 갈 때마다
삼색병꽃이 호위무사가 된듯했으며
혼자서 걸어가는 숲길을 쓸쓸하지 않게 해줬다.

온갖 원예용 병꽃들이 아무리 예쁜 모습이라지만
그래도 숲속에서 꽃이 피는 우리나라 토종꽃인 삼색병꽃과는

비교가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