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산수유꽃이 노랗게 핀 텃밭

nami2 2023. 2. 23. 22:35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약간은 누그러진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바람은 차거웠다.
곧 3월이 될 것이라는 것은 그냥 봄이 올 것이라는 이유로 좋았으나
텃밭을 생각하면 은근히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았다.

3월이 시작되면 곧바로 감자를 심어야 하고, 완두콩을 심어야 하는데...
왜그렇게 날씨가 자꾸만 추운 것인지?
그동안  추위 핑계대고 게으름을 피우다보니, 어느새 3월이 코 앞이다.

올 텃밭 농사의 시작은 완두콩과 감자를 심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우선 순위로

완두콩과 감자 심을 밭에 풀도 뽑아야 하고

삽질을 해서 흙을 뒤집어야 하고, 밑거름도 해야 하건만
겨울동안  푹 쉬고 있었던, 농사에 대한 머리속 한켠이 헝클어진 듯 했다.

자꾸만 미뤄지게 되고, 일 할 엄두도 나지 않고, 재미없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래도 어쩔수 없는 시간들이 코 앞으로 바짝 다가오기에  
마지못해서 밭으로 나가봤더니, 노란 산수유꽃이 제법 예쁘게 활짝 피고 있었다.
들판에 있는 주말농장(텃밭)으로 나가보라는 무언의 암시 처럼
텃밭 주변의 예쁜 봄꽃들이 나를 유혹하는 방법도 참 여러가지라고 생각해봤다.

그래서 올해의 텃밭 농사를 시작했다.

 

텃밭가에 심겨진 과수나무들 중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운 것은
노란 산수유꽃과 청매화꽃이다.
순전히 이른 봄날에 꽃을 보기위해 심어놓은 나무들인데
화사함이 마음속 까지 들어 앉는 것 처럼 기분이 좋았다. 

산수유나무는 층층나무과의 낙엽이 지는 활엽수라고  하는데
산수유 꽃말은 '지속, 불변'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산수유나무가 가장 많이 자라고 있는 곳은
전남 구례 산동마을이다.
지금 부터 1,000년 전에 중국 산동성에 살던 처녀가

지리산 기슭의 이 마을로 시집 올때, 산수유 나무를 가져와서 심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산수유꽃을 보러 일부러 구례 산동마을에 갔었지만
지금은 텃밭에서도 산수유꽃을 지천으로 볼 수 있기에

봄날의 꽃을 보기 위한 특별한 여행은 생략이 된듯 하다.

텃밭가에서 꽃을 보려고 심어놓은 청매실 나무에서도

제법 예쁜 청매화가 피고 있었다.

우리밭이라서 그런지 다른 곳의 매화보다 더 예뻐 보이는 것 같았다.
날씨보다는 바람이 꽤 차거웠지만
영락없는 봄이라는 것을 텃밭에서 일하다보니 진짜 인정하게 되었다.

하나 둘 수줍은듯 피어나는 샛노란 민들레꽃도
4월 부터는 지겨운 풀꽃이 될지언정...

아직은 반갑고 예쁜 꽃이다.

 

겨울내내 엄청난 추위에 망가질까봐

작은 비닐 하우스 처럼 만들어 놓았던 비닐 속의  '케일'에서
완전하게 비닐을 벗겨냈더니 예쁜 모습을 드러냈다.
한 보따리 녹즙용으로 겉잎을 따낸 후 
새 봄을 맞이 할 것 같은 모습이 볼 수록 예뻐 보였다.

양배추 처럼 예쁘게 오므라진  케일의 새순이

비닐속에서 참 예쁜 모습으로 겨울을 보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것은 양배추가 아닌 진짜 케일인데

겉잎을 제법 많이 떼어냈더니, 이런 모습으로 나를 기쁘게 해주었다.

 

케일의 예쁜 모습은 다양했다.
아주 연해서 그냥 쌈으로 먹어도 좋을 만큼 달착지근하고 맛이 있었다.

고라니가 뜯어 먹고 있었던 청경채를 살리기 위해
지난번에 새삼스레 비닐을 씌워놓았더니
자주 내리는 빗속인데, 가뭄이 드는 것 같아서  비닐을 벗겨냈다
염려와는 상관없이 그래도 예쁘게 잘 자라고 있었다.

꽃대도 제법 올라오는 것 같아서 노란꽃을 본 후에 뽑아내기로 했다.

 

겨울동안 비닐을 씌워놔서

얼어죽지 않은 '치커리'도 연두빛의 싱그러움으로
봄 기운이 영양제가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이롷게 예쁜 모습들은 모두 고라니의 밥이 될 것 같아서

손질을 한후 다시 그물망을 씌웠다.

그물망을 씌운 청경채와 치커리

텃밭가에서 꽃들이 피고 있으니까
겨울내내 움츠렸던 쪽파도 제법 예쁜 모습으로 자라고 있었다.
파김치 ,파전 ,파강회...
겨울을 이겨낸 쪽파로 만든 음식들이 곧 입맛을 돋구게 할 것 같다.

겨울동안 얼어죽지 않고 살아남은 어린상추는

여전히 씩씩했고

조금씩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모습이 예쁘기만 했다.

텃밭 고랑에 풀이 너무 많아서 뽑았더니
그것들은 모두 냉이 였었다.

청경채밭, 시금치밭 ,쪽파밭에서도 냉이는 쑥쑥 자라고 있었다.
겨울 가뭄때문에 그동안 꼬라지도 못봤는데
요 며칠, 자주 내리는 비 덕분에
냉이와 쑥이 제 철을 만난 것 처럼 보여졌다.

잡초인줄 알았는데 모두가 '냉이'라는 것에
괜히 마음 까지 바빠졌다.

호미로 뿌리 까지 캐내야 했기 때문이다.

 

냉이와 쪽파 그리고 청경채,유채, 봄동
집으로 가져갈 것들이 한 보따리가 되는 것 같았다.

그동안 밭에 가기 싫어서 잔꾀를 부렸었는데

밭에 나가서 일을 했더니 시장 다녀 온 것 처럼 먹거리가 많아졌다.

 

올해 처음으로 텃밭에서 캐온 냉이가 제법 많았다.
일부러 냉이를 캐러 간 것이 아니라, 풀을 뽑기 위해 밭에 갔었건만
잡풀이라는 것들이 모두 냉이,씀바귀, 민들레였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았던 것이 당연 '냉이'였다.
이렇게 해서 본의 아니게

겨울을 이겨낸 텃밭의 보약들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우습기만 했다.
사실 쌉싸름한 나물들은 원래 좋아하지 않았는데
몸에 좋다고 하니까 억지로라도 먹어봐야겠다고...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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