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2월이 시작되는 텃밭에서

nami2 2023. 2. 2. 22:41

삭풍이 지나간 한낮은, 훈풍이 느껴질 만큼 따뜻해지는 날씨였기에
산책삼아 들길을 걷다보니 또다시 하나 둘, 봄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워낙 추웠던 날씨여서인지, 날씨가 풀리면서
지난번에 꽃이 피다가 주춤했던 매실나무 주변을 기웃거리게 되고
메마른 풀잎 사이로 작은 풀꽃들도 찾아보게 되었다.

 

강추위를 몰고 왔던 동장군의 기세가 수그러지는 것 같아서
우선 텃밭으로 가보았다.
2월초 였지만, 이곳은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이니까, 날씨가 따뜻해지면

텃밭에서 본격적으로 봄농사 준비를 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주춤했다가 다시 꽃이 피기 시작하는 '광대나물'꽃이

더욱 성숙해진듯 정말 예뻐보였다.

어느새 광대나물꽃은 추운 겨울바람을 밀쳐내고

봄의 전령사가 된 것 처럼 보여졌다.

삭막했던 들판에서

꽃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활기를 되찾은 것 처럼 보여졌다.

 

엄동설한 추위속에서도

냉이꽃이 활짝 피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텃밭 주변의 산수유도 노랗게 봄을 마중하고 있었다.

먹음직스럽게 자라던 '봄동'이 얼음공주가 된 것 처럼
아직도 얼음속에서 헤매고 있다는 것이 안쓰러웠다.

2월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뜯어다가 쌈으로 먹게 되는 봄동배추인데

꽁꽁 얼어있는 모습을 보니, 어쩜 가망이 없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주 조그맣게 땅위로 올라오고 있는 월동채소 시금치는
잎이 커지기도 전에 새들의 먹이가 되고 있었음을 확인했다.
그동안 추워서 먹거리가 없는 들판에서

새들은 시금치밭만 찾아 다니면서 끼니를 해결한듯 보여졌다.
참새 ,까치, 까마귀, 직박구리,텃새...
텃밭은 겨울 새들의 천국이었음을, 들길을 걸으면서 알게 되었다.

일부러 추위에 도움이 되라고  마른풀로 놔뒀던 

'부지깽이' 나물이 마른풀을 이불삼아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며칠만 있으면 '부지깽이' 나물을

뜯어먹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졌다.

마른풀을 헤집어 봤더니 '쑥부쟁이' 나물도
아주 예쁜 모습이었다.
추위속에서 뜯어다 먹는 나물이 제법 맛있다는 것은

텃밭을 하면서 터득한 나만의 노하우였다.

 

먹음직스럽던 상추가 추위속에서 겨우 살아남았지만
완전한 봄이 올 때 까지

뿌리가 약해지지 않고 견딜수 있을까  염려스러웠다.

이 어린상추는 100% 성장이 가능한 봄채소가 될 것 같았다.
들판에서 추운 겨울을 꿋꿋하게 견뎌내는 것은
무조건 어린채소가 추위에 강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쪽파는 생각보다 훨씬 건강했다.

대파는 겨울내내 뽑아 먹었기에
며칠 있다가 거름을 뿌려주면 튼실하게 잘 자랄 것이다.

그것도 비닐 하우스라고...웃음이 나왔다.
비닐로 이불처럼 덮어준 '치커리'를 살펴보니까

몽땅 잘 살아있었다.
봄비가 촉촉하게 내려주고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충분하게 뜯어 먹어도 될 것 같았다.

치커리의 작은 비닐 하우스

그 옆의 청경채는 냉해를 입었지만

치커리는 100% 건강했다.

 

아주 작은 비닐 덮개를 살풋 열어보니
케일은 생각보다 훨씬 잘 크고 있었다.
어쩜...
추운 겨울날의 놀랠 만큼의 성장은 비닐 덕분이었다.

그것도 비닐하우스 역활을 해줬다는 것이 신기하고 고마웠다.

텃밭 주변 매실나무에서 예쁜 꽃을 피고 있었다.
청매화였다.

아주 예쁜 모습의 청매화가 추위를 무릅쓰고 꽃을 피웠다는 것이 신기했다.

텃밭의 양지쪽 한켠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매실나무들이
어느새 봄이 오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전령사 노릇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피어나는 꽃도 고귀하게 보여졌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마음속에서 봄을 마중하는듯...
텃밭 주변을 서성거리는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전해주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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