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올해(계묘년),텃밭 농사 시작

nami2 2023. 2. 7. 22:43

며칠째 기온은 영상10도가 넘어섰고 추위는 사라진 것 같았으나
유난히 바람이 세게 부는,영등할매의 계절 2월이다.
해안가에 부는 바람의 신 영등할매가 딸과 함께 내려오는 해는
딸의 예쁜 치마가 벗겨질까봐 바람이 얌전하게 부는데
며느리와 함께 내려 오는 해는 며느리의 치마가 벗겨지도록

세찬 바람을 몰고 온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어째튼 올해는 2월이 시작되기도 전에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분다는 것이다.

아마도 영등할매가 며느리와 내려오기 때문에 심술 바람이 부는 것 같다.

그러나 들판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매화가 화사하게 피고 있었기에
알게 모르게 마음은 자꾸만 텃밭으로 나가고 있었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무너져 내린 밭고랑도 다듬어야 하고
월동작물이 심겨져 있는 밭에도

기본적인 거름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을 조급하게 했다.
보일듯 말듯 돋아나는 잡초들의 새싹도 뽑아줘야 했고
일단 2월 중순쯤에 심어야 하는 완두콩과 감자 때문에 밭을 다듬어야 한다는 것...
이렇게해서 2023년 텃밭농사가 시작된다는 것을 인정했기에
바람이 불거나 말거나 텃밭으로 나갔다.

텃밭에서 오늘 처음으로 만난 민들레꽃이다.
차거운 땅위에서 피고있는 노란꽃이 나중에는 흔한 꽃이 되겠지만
지금은 반갑고 예쁘고 신기하기만 했다.

쑥국을 끓여 먹을 수 있을 만큼  

텃밭 가장자리 양지쪽에서는 쑥이 자라고 있었다.

추위가 가신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방풍 새싹이 예쁜 모습으로 눈에 띄었다.

마른 풀숲을 헤집으니 이렇게 모습을 보여주는 '방풍나물'이다.

두릅 보다 더 맛있다고 하는 '눈개승마'의
새순이 뾰족뾰족  이쁜 모습이다.

우선 텃밭에서 가장 먼저 작업을 해야 하는 곳은 나물밭이다.
방풍,참취 ,쑥부쟁이, 부지깽이나물, 참나물 등이 자라고 있는 밭은

늦가을에 꽃이 피었다가 사그러진채, 메마른 모습으로 겨울을 보냈었기에
마른 풀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마른 잎 사이로 파릇파릇 나물이 보인다는 것이 신기했다.

 

장갑을 끼고 가위로 마른 풀을 제거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힘들었음은, 손바닥이 부르텄다는 것이다.

 

그래도 늦가을에 제거하는 것보다는

이때(2월) 해줘야 함은  마른잎들이 보온효과가 되어서

2월에 나물을 뜯어먹을 수 있음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마른풀들을 제거하니까 파릇 파릇 나물들이 보였다.
부지깽이  나물이다.

쑥부쟁이 나물도 뜯으면  한 접시 될것 같았다.

손바닥은 부르텄어도 말끔하게 이발 된 나물밭...

이곳에 석회고토라는 거름을 뿌려주었다.

왜냐하면 산성화된 밭을 알카리로 만들고

이것 저것 영양분이 들어 있었기에

비 한 번 내릴 때 마다 쑥쑥 자란다는 것이 전문가의 말씀이다.

 

부지깽이 나물을 뜯었다.
마른잎 속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겨울을  지낸 나물은 보약이라고 했기에

밭에서 나오는 보약을 한번 먹어보는 것도 있었지만

원래 나물 뜯는 것을 좋아 했기에 추운줄 모르고 시간을 보냈다.

 

뜯어온 부지깽이 나물은 제법 많았다
월동채소 시금치보다

더 귀하고 맛있는 나물인 것 같아서 혼자 먹기 송구스러웠다.

또한 지금이 2월7일(음력 정월)이었기에 신기했다.

 

       부지깽이 나물

겨울내내 비닐은 덮어주지 않았어도
예쁘고 싱싱하게 잘 자라던 청경채가 수난을 겪는 모습을 발견했다.

야금 야금 뜯어먹은 흔적은 고라니짓이었다.
얼었던 것들이 녹아서 먹을만 하니까
고라니의 식사로 선정된듯...

내가 아끼는 채소였기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날씨가 추울때는 멀쩡했던 것이 날씨가 따뜻해지니까
고라니의 횡포...
짐승과 인간이 절대로 나눠먹을 수 없음에, 우선 화가났다.
겨울동안 정성으로 보살핀 채소인데
고라니 지까짓껏이 먼저 먹는다는 것에는
절대로 아량을 베풀지 못하겠다는... 내 생각이었다.

 

겨울에도 해주지 않았던 비닐 덮개를
청경채를 지키기 위해서 새롭게 만들었다.

파릇파릇 잘 자라고 있는 보약 같은  '치커리'도
고라니에게 빼앗길수 없어서  그물망을 쳐놨다.

날씨는 쬐끔 추웠으나  추위도 잊은채

오늘 밭에서 한 일은 제법 많았었다.

 

텃밭 한켠의 산수유 나무에서도

하루가 다르게 노란빛으로 예쁜 모습이 되어가고 있으니까
고라니 녀석도 얌체짓을 하기 위해서 텃밭으로 나오는 것 같았다.
추운 겨울 동안, 굴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고라니가  

텃밭을 기웃거리면서 먹거리를 찾는 것을 보니
진짜 봄이 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봄이 오는 것은 좋은데, 고리니와의 전쟁은 또하나의 스트레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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