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동짓날에 맛있는 팥죽 끓이기

nami2 2022. 12. 22. 22:30

아무리  몸이 많이 아파도

'죽'이라는 것은  뭐든지 먹지 않는 별난 식성인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느날 부터 입맛이 바뀌어

즐겨 먹게 된 죽은 '팥죽과 흑임자 깨죽'이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팥죽을  좋아했으나
팥죽을 끓이는 것은 이상하게도 일년에 단 하루 동짓날뿐이었다.
왜냐하면  동짓날에는 절집에서도 팥죽을  끓이고
일반 가정집에서도 팥죽을 끓이기 때문에  덩달아서 빼놓지 않고
꼭 팥죽을 끓이게 되는 이유가 되는 것 같았다.

*동지는 1년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로  

조선시대에는 동지를 아세(亞歲), 또는 작은 설이라고 불렀다.
동지가 지나면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잔병이나 액귀를 쫒아내야 한다고 했다.
동지가 가장 밤이 긴 날이라서 음기가  강하므로  

붉은 색인 팥죽으로  잡귀를 몰아내야 한다고  믿었던  까닭이다.
이 풍습이 계속 되면서  동지에 팥죽을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생각하는 세시풍속이 생겼으며
팥죽에 넣는 새알심을  나이 수대로 넣어  먹게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일로 팥죽을 끓이기 시작한 것이 벌써 20년째

동짓날 절에 가서 법회도 참석하고, 새해 달력도 받아와야 하고

부처님이 계신 절집의 팥죽도 먹어야 하는데,  내일이 초하루라서

절에 가야 했기에, 집에서 끓인 팥죽을 맛있게 먹었음을 메모해본다.

 

동짓날이라서 그런지 하늘의 구름도 조금은 특이하게 보여졌고

바람도 유난히 심했고, 날씨는 여전히 추웠다.

 

팥죽을 끓이기 위해서는 일단 팥과 쌀을 물에 담갔다.

뭐든지 일단 의심을 해야 하는 의심병이 있는 성격이라서

혹시 팥에  돌이 있을까봐  팥을 조리로 건져내면서 확인을 했다. 
팥죽 끓일때 찹쌀을 넣는 사람도 있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찹쌀이 체질에 맞지 않아서, 멥쌀로 죽을 끓여야 했기에 쌀을 불려놨다.

팥1키로,  쌀 2컵

 

팥을 삶을때
팥이 끓기 시작하면  일단 팥물을  버리고난 후
물을 부어서 끓여야 한다고 하기에
누군가가 시키는대로 했다.

1시간 정도 삶으니까
집 안 전체에 팥향기가 먹음직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대로 잘 삶아진 것 같았다.

 

50살 까지는  절대로 팥을 입에 대지도 못했다.

팥이 들어간 음식은 심지어 붕어빵 까지도 먹을 수가 없을 만큼

뱃속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팥 알레르기였는데, 어느날인가 부터 갑자기 팥 음식이 맛있어졌고

거부 반응도 없어졌다.

그래서 생겨난 별명이 팥귀신이 되었다.

지금은 팥이 들어간 음식은  아이스 크림, 찐빵 까지 뭐든지 잘먹는다.

 

믹서기에  잘 삶아진 팥을 곱게 갈아서 팥물을 만들었다.
앙금 가라앉히는 번거로움 없이
믹서기에 갈아서 곧바로 팥죽을 쑨다는 것이  시간 단축이 되었다.

*동지가 음력 11월1일~11월 10일  이전에  들면  이를 애동지라 하여
 팥죽을 쑤지 않고  팥떡을 해서 먹었다고 한다.*

2022년 동짓날의 동지 시간이  오전 6시48분이라고 해서
새벽 5시30분에 일어났어도 동지시간을 못맞출까봐 
가스불 한쪽에는 팥물 끓이고, 한쪽에는 불린 쌀로 죽을 끓였다.

 

*동지시간에 맞춰 팥물로 '안택'이라는 것을 해야 하겠기에

부득이 시간을 맞춰야 했다.

절에 오랫동안 다니다보니 안택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안택은 동지시간에 집안 곳곳에 팥물을 뿌려서 액운을 물리치고

집안이 편안해지도록  염원하는 간절한 의식이다.*

 

팥죽이 어느 정도 잘 끓여진 후
소금과 유기농 설탕을 넣으려고  준비했다.

이쪽 저쪽 가스불 위에서 끓던 것들을 합쳤다
그러니까 팥죽이 쉽게 잘 끓여지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끓이면서 밥알을 먹어보니까
잘 익은 것 같아서  소금과 설탕을 넣어서 간을 맞췄다.

맛있는 팥죽이 쉽게 완성 되었다.

올해의(2022년) 동지는
음력 보름이 훌쩍 지나 있어서  애기 동지가 아니라  '노동지' 이다.
*음력 11월 21일~30일 까지는 노동지*

팥죽을 먹을때는 시원한 동치미를 곁들여야 하는데
올해는 동치미를 늦게 담궈서, 아직 익지 않았기에
여름에 담아놓은 오이지로 대신했다.
잘익은 오이지와 먹는 팥죽맛도 꽤 먹을만 했다.

 

이렇게 해서 올해의 동지 팥죽도 여유롭게 쑤어서

먹고 싶을때 먹으려고 팩에 담아서  냉동에 보관했다.

5 팩이면 당분간은 팥죽을 사먹으러 가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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