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별미의 맛, 보약의맛 '무우전'

nami2 2022. 12. 13. 22:09

꼭 눈이 내릴 것 처럼 하늘이 찌뿌듯 하고, 찬바람의 조짐이 이상했다.
주변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은 들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영하로 내려가면

더 맛이 있어질 것이라고 뽑아내지 않은 배추 때문인 것 같았다.
나역시 배추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조급함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내일 부터  또다시 떨어지는 기온
드디어 이곳에도 영하의 날씨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에

가장 바쁜척 하는 곳은 안전문자 날려 보내는 관공서 였다.
빙판길 조심,계량기 동파 방지...등등  뻔한소리
그러거나 말거나  진짜 바쁜 것은  배추 뽑아서 운반하는 일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배추농사를 잘지었다고  칭찬이 대단했으나
배추의 무게 4~5키로  되는 것을  뽑아내는 것도   힘들었지만
운반 하는 것도 꽤 힘들었다.
집에서 부터 텃밭 까지는 10분 거리의 왕복 20분
케리카에  배추 7~8개  싣고서, 왔다 갔다  또 왔다 갔다 ... 

4번 반복을 하고보니, 걸음숫자는 9800보였다.

 

힘겨운 노동의 댓가인지, 대단한 운동의 댓가인지 가늠이 안되었고
팔과 어깨에서 느껴지는  부담스런 뻐끈함은 정신이 없어졌고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집으로 운반을 할때마다, 따끈한 커피 한잔을 마셨으나 반응은 없었다.

그냥 심하게 시장기를 느꼈다.
배추 운반을 모두 끝내고, 무엇이든지 허기를 채울 것을 생각해봤더니  

눈 앞에 무우가 산더미 처럼 쌓여 있었다.

날 것으로 무우를 깎아 먹는 것 보다는 그래도 음식이 나을 것 같아서
무우전을 부쳐 먹기로 했다.

가을에 심은 무우는 산삼 만큼이나 몸에 좋다고 하는데

별미의 맛도 느껴보고

보약 한첩 먹는다 생각하면서 '무우전'을 간식으로 먹기로 했다.

 

추운 겨울날에 들판에는 광대나물꽃이 제법 눈에 띄였고
요즘 새롭게  등장하는 것은 무우 시래기 널어놓은 풍경이었다.
즐비하게 엮어서 매달아 놓은 시래기는

정겹기만한 시골 풍경인 것 같아서  바라보는 것도 흐뭇했다.

배추 농사를 진짜 잘지은듯 했다.
그러잖아도 팔목이 시원찮아서  무게 나가는 것은  버거울 정도였는데...
배추 무게는 어림잡아서 4~5키로 정도 된 것 같아서
배추 한포기를  옮기는 것도 팔로 끌어안고 다녀야 했다.

텃밭농사 8년차에 완전 대박이었다
배추 무게가 쌀 5키로 정도 무게였다.

열심히 아주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고 말을 할 수 있었다.

 

낑낑거리며 , 비실거리며, 헉헉거리며
아파트 베란다 까지 무사히 운반 완료 했다.
4~5키로 무게 21포기
그리고 1~2키로 무게 10포기
이 정도면 아주 잘했어요.  자화자찬이다.

엊그제 무우 뽑은 것도  얼마나 많았던지?

비실비실 했었고, 헉헉 거렸으며, 낑낑거리면서
운반 하는데  무리를 좀 했었다.

무우전  만드는데는 재료가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배고플때 간단한 재료로서 허기를 면하기 위한 방법은

 

분쇄기로 갈아놓은 새우가루와
쪽파1줌 , 부침가루, 무우1개만 있으면 된다.

무우를 보통으로 채썰어서,  쪽파를 넣고,  반죽을 했다.

무우채 나물 정도의 굵기면 된다.

 

어릴때 모유가 아닌 소젓을 먹고 자랐기에 배고픈 것을 참지 못한다.

그래서 무우채도  대충 썰어서 전을 부쳤다.

일단  한 장 부쳐내서 

그 자리에 서서 먹은 후 부터는 다소곳한 전이 부쳐진다.

 

노릇노릇   전을 부치면  그냥 별미가 된다.

마늘 갈은 것과 통깨를 넣은 초간장만 있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무우전'은 생각보다 훨씬 맛이 괜찮았다.

 

막걸리를 좋아 하는 사람은  안주로  무우전이 딱이지만

막걸리 알레르기가 있는 나로서는  캔맥주를 대신하면 되겠으나

추운 날에는 캔맥주도 차거워서 뱃속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어쩔수 없이 무우전을 먹고, 따끈한 보리차 한 잔으로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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