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금정산 범어사의 초겨울 풍경

nami2 2022. 12. 15. 23:30

몹시 춥다고 느끼게 하는 영하의 날씨는 오늘도 계속되었으나

전국의 눈소식에서는 여전히 이곳은 제외 된 듯 했다.

하얀 눈을 내리게 하는, 자연의 신을  야속하다고 원망해야 하는 것인지

전국적으로 눈소식이 있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약간은 기대를 걸어봤지만

하얀 눈은 커녕 눈발도 날리지 않았던 이곳은

참으로 재미없는 겨울이라는 타이틀의 동해남부 해안가 지역이다.

그래도 무언가 하나쯤은 괜찮은 것이 있으니까  30년을 살았겠지' 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해보지만...

눈이 많이 와서 걱정이라는 여동생의 넋두리 섞인 전화가 부럽기만 했던 날이다.

 

추위 때문에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적막한 숲은

그래도 단풍이 아직은 남아 있었기에  황량함은 느끼지 못했다.

겨울숲은 적막했지만, 맑고 청아한 새소리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냥....

불현듯 느껴지는 마음속의 공허함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면

절집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할때가 있다.

차디찬 법당 바닥에 앉아서 염주를 쉼없이 굴려도 마음은 편안했다.

그래서 다녀온 곳이 금정산 범어사였다.

 

겨울 새들의 먹거리는 지나칠 정도로 풍부해 보였다.

절집의 감나무에 매달린 먹음직스런 감을

모두 먹어 치우면, 추운 겨울날에 배곯지는 않을 것 같은데

산내암자들의 감나무도 새들의 겨울 양식으로 동참한듯 보여졌다.

 

범어사 불이문 앞에서 '금정산 계명봉'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산을 오르고 싶었지만

겨울 숲의 멧돼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바라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금정총림 범어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4교구 본사로서

10여개의 산내암자와 200여개의 산외 말사로 이루어진

영남의 3대 사찰 중의 한 곳이다.

 

꽃이 없는 삭막한 겨울 숲의   붉은 단풍은 

스쳐 지나갈지라도

아름다움으로 멋지게 각인되어 남겨질 것 같았다.

 

범어사 삼층석탑(보물제250호)과 범종각

 

삼층석탑은 비교적 규모가 작고

옥개석과 받침면석, 우주 등이 간소화된 탓에

통일신라 말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범어사 대웅전(보물 제434호)

 

대웅전은 광해군 6년(1614) 묘전화상에 의해 지어졌으며

판석기단의 명문에 따르면, 지금 건물은 숙종6년(1680년)에

도대목 조헌스님 등이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임진왜란 이후 유행했던 다포식 맞배집의 전형으로서

동해남부 해안지역 주불전 특성을 잘보여준다고 한다.

 

              산령각

 

국화꽃이 사그러 들고 있는 초겨울의 약사전 뜰앞은

그래도 아직은 쓸쓸해 보이지 않았다.

 

담장 너머 요사채  마당가에는 무언의 침묵이 엿보였다.

 

신라 문무왕18년(678) 의상대사의

화엄십찰(華嚴十刹) 중의 하나이며, 화엄경의 이상향인

화장(華藏)세계 구현과 왜구를 막는 호국사찰로 창건 되었다.

신라 흥덕왕10년(835)에 크게 중창되었으며

조선 선조25년(1592) 임진왜란으로 전소된 것을

묘전화상과 그 문도들이 복구 하였다.

 

긴 돌담을 걸을때의 느낌은 편안함 그 자체였다.

 

낙엽이 쌓여진 길 위로 하얀 눈이 쌓였으면 하는 바램인데

금정산에는 언제쯤 눈이 올 것인가

눈이 내리는 날에 연락하라고... 바람에게 부탁하고 왔다.

바람결에 들려오는 금정산의 눈소식, 그냥 기다려볼 것이다.

 

회색빛깔의 산 길은 쓸쓸해보였어도

바닥에 뒹구는 노란 은행잎의  낙엽은 고맙기만 했다.

꽤 분위기스러웠기 때문이다.

 

푸르름이 가득한 대나무숲의 단풍나무 

아름다움이 함께 하는 것 같았다.

 

겨울날의 푸르름이 싱그럽게 보여지는 대나무숲길

 

푸른 대나무 색깔이 바탕색이 되는  한폭의 그림은

수채화 보다는 유화로 그려보면 더 멋질 것 같았다.

 

저쪽 세상으로 떠나신지 올해 33년

아버지의  유작 중에는

미완성 그림속에 유화로 그린 그림들이 많이 남겨졌다.

전시회 준비 중에  돌연사(심장마비) 하신 아버지 생각이 그리움이 된다.

 

그  아버지 뒤를 이어서 여동생이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데

어깨 너머로 들여다본 수채화, 크레파스화, 그리고 유화

여동생도 전시회 준비로 바쁘기만한 나날들이다.

 

암자로 오르는  호젓한 길은 올라 갈까 말까 엄청 고민을 했다.

인적이 드문 산 길을 오르다보면

겨울 숲에서는  멧돼지 소리가  크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나무 지팡이로 대항 하기에는  간덩어리가 아주 작은 겁쟁이라서

그냥 숲길을 올려다보면서 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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