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초여름날, 불광산 장안사에서

nami2 2022. 5. 25. 21:43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한낮의 열기는  절집으로 들어가는 산길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3교대 하는 동네친구의 퇴근 시간에 맞추다보니 오후 2시쯤은

열기가 최고조에 다다른 한낮(5월 중순의 한낮 기온 28도)에는  뻐꾸기도 그늘에서 쉬고 있는듯 ....

산새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한 산길을 터덜거리면서 힘겹게 장안사에 도착했더니

경내에 들어서는 순간, 포대화상님의 푸근한 미소가 마음속 까지 평온을 가져다 주는 것 같았다.

 

또다른 포대화상님의  둥그런 배는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닿아서인지 새까맸다.

배를 쓰다듬으면서 소원을 말하면 들어주신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했다.

 

명부전에서 기도를 하고 나왔더니

함께 갔던 친구가 포대화상님의 배를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할배여!! 제발 제 아픈 다리좀 낫게 해주이소

웃음이 나왔다.

할배가 아니라 포대화상님이라고, 정중하게 부르면서 다시 소원을 빌어보라고 했다.

 

아무튼 장안사 경내에 서계신 포대화상님의 미소는 모든이들에게 걱정근심을 덜어주는듯한

흉내 낼 수 없는 ,푸근한 미소 그 자체였다.

 

장안사 경내에서 바라다보이는 산에서

뻐꾸기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왔고, 가끔씩 들리는 산꿩의 소리는

고즈넉한 절집과 너무 잘 어울리는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임을 인정하고 싶었다.

 

장안사 천왕문 앞에서 바라본, 경내에는 사람의 그림자 조차 없었다.

무더운 5월 중순의 한낮은

우리같이, 늘 시간에 쫒기는 사람들이나 찾아가는 곳인가 생각해봤다.

 

대웅전 뜰앞의 작약이 아직 까지 남아 있었음이 신기했다.

초파일쯤 부터  꽃 필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직도 탐스런 꽃들은 예쁜 모습이었다.

 

마침 찾아 갔을때는 설법전에서 돌아가신 분을 위한 49재가 진행중이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염불하시는 스님의 목소리가 어찌 그리 슬프게 들려오던지?

 

부산시 기장 장안사 "대웅전은 보물 제1771호" 였기 때문인지

빗살무늬 문살도 작약꽃과 어우러져서 더욱 멋스러워 보였다.

 

응진전 처마끝의 작약꽃도 안간힘으로 나를 기다린듯, 곧 꽃잎이 흩어질 것 처럼 보여졌다.

 

오늘 장안사에 갔던 이유는 명부전에 볼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초파일 전에 극락왕생을 빌어보는  하얀 영가등을 접수 해놓고, 무엇이 그리 바빴던지?

이제서 영가등이 명부전에 잘 달려있는지 확인차 갔었다.

 

지장보살님께서 계신, 첫번째 줄의 왼쪽 끝에서 세번째에 그리운 사람의 이름이 매달려 있었다.

이렇게 일년...

내년 초파일 전에, 또다시 영가등을 접수하면  그렇게 또 일년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지켜보며,  하얀 영가등 앞에서 세월의 무게를 가늠하며 사는 것이

내게 남겨진 시간들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명부전  처마 밑에 매달린 풍경이  뎅그렁 거리며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듣기 좋아서

장안사에 가면 늘 처마 밑의 풍경 사진을 찍게 된다.

 

장안사 천왕문으로 들어가기 전의 숲에는  계절에 따라 야생화가 피고 있었다.

봄날에는 '현호색' 야생화가 그리 많더니

5월에는 벌깨덩굴 작은 풀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벌깨덩굴

 

장안사 산내암자 백련암의

나무에 걸려있는 아름다운 연등이 5월의 푸르름과 너무 잘 어울렸다.

꽃이 피기에는 어중간한 계절이었기에 나무에 매달린 연등이 한몫을 하는 것 같았다.

봄꽃은 지고 있었고, 여름꽃은 아직이고....

 

붓꽃의 보라빛이 왜 그렇게 슬퍼보이는지

그렇지만 고즈넉함이 배여있는 모습이 예뻤다.

 

        백련암 뒷뜰에 피여 있는 작약!!

 

평소에 어린 강아지도 무서워서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 치는 겁쟁이 내가

이 세상에서 딱 한녀석인, 이녀석에게는 가족 같은 친근감이 느껴진다.

벌써 4년

우리집 아저씨 계신 숲으로 가면서 백련암에 들리기 시작했는데

처음 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내게  잘대해주는 녀석이다.

4년전의 어느날 부터는  암자 입구에서 나를 기다렸다는듯, 늘 지날때 마다 눈인사를 해주었고

어떤 날에는 숲길 끝까지 배웅을 해줄 때도 있었다.

오늘은 암자로 올라가는 내게 아는척을 하더니, 내려올때는  편안하게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마을버스를 기다리면서 주변 마을을 서성였더니

허름한 기와집 담장에 핀 빨간  장미꽃을 보면서 또 사진을 찍게 되었다.

꽃을 보면 자동으로 카메라를 꺼내는 습관....  그냥 웃어본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는데, 어찌 외면을 하는가

내게 혼자 중얼거리면서 또 사진을 찍어본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온통 장미꽃 세상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바라볼 수록 매력적인 분위기는

이곳이 산골마을이었기에 더 아름다웠던 것은 아닌지?

 

쓸쓸한 고가의 담장 옆을  화사함으로 만들어 주는 장미꽃이 그냥 예뻐 보였다.

장미꽃이 어디에 피어 있느냐에 따라서 분위기는 달라지겠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은 

시골마을의 허름한 옛집을 돋보이게 하는 꽃들이 가장 멋져보이고 아름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