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마지막 날의 한낮 기온은 16도였다.
곧 3월이라는 계절을 마중하면서, 겨울 옷을 훌훌 벗어던져 버리라는 '신의 계시' 가 있는듯
날씨는 갑자기 추운 겨울에서 봄으로 껑충 뛴 느낌이었다.
마지막 떠나가는 겨울 끝을 완전하게 접수한 매화는 들판을 온통 매향으로 가득 만들었기에
겨울을 배웅하고, 봄을 마중하기 위해 또다른 봄꽃을 찾아서 길 위를 서성거려 보았다.
꽃샘 추위로 인해 움츠리기만 했던 것이 민망할 만큼, 노란색의 산수유꽃은 어느새 봄의 전령사가 되어 있었다.
겨울과 봄의 징검다리 역활을 했던 매화 보다는 완전하게 봄소식을 전하는 산수유꽃은
3월과 함께 찾아든 진짜 새봄의 전령사 였음을 ....반갑게 맞이해본다.
걷기운동 핑계로 산수유 꽃을 찾으러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8,000보 걸음을 했던 결과
우리 아파트 주변, 들판에 서있는 산수유 나무에서 가장 먼저 노란꽃이 피었음을 확인했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들만 모여 사는 곳인지?
온갖 봄꽃들이 ,다른 곳 보다 훨씬 먼저 꽃이 피고 있다는 것이 행운이 아닌가, 괜히 마음까지 우쭐해졌다.
희끗희끗하고 밋밋한 매화를 보다가
샛노란 산수유꽃을 보니까, 예쁘다는 표현과 함께 마음 까지 간사해진 것 같았다.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가면, 더욱더 예뻐질 것 같은 '산수유'꽃이다.
자주가는 수변공원의 산수유꽃은 이제서 꽃망울이 열리기 시작했다.
또다른 봄의 전령사인 '영춘화'꽃이 활짝 피었다.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모두가 노란색이라는 것이 희망을 가져다 주는 느낌이다.
물푸레나무과의 노란 영춘화의 원산지는 중국 북부지방이며, 우리나라에 들어온 귀화식물이다.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뜻에서 영춘화(迎春花) 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매화 처럼 꽃이 빨리 핀다고 하여서 황매(黃梅)라고 하고
유럽에서는 겨울 자스민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귀엽고 앙증맞은, 노란 수선화꽃 역시 봄의 전령사 라는 것을 인정한다.
산비탈 길에서 아직도 겨울의 옷을 벗지 못한 '노박덩굴'열매이다.
꽃 처럼 아름다웠던 붉은 색깔의 씨앗은 모두 새들에게 겨울양식으로 보시한채
빈 껍질만 덩그마니 서서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겨울 가뭄 때문에
제대로 냉이를 캐보지도 못한채, 텃밭에는 냉이꽃만 볼품없이 피고 있다.
4월초에 꽃이 진 후, 5월쯤에 화분갈이를 했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난해 10월 중순, 뜬금없이 군자란 화분갈이를 했었다.
계절적으로 너무 늦게 화분갈이를 했었기에
올해는 꽃을 못보는줄 알았는데 2월 중순에 꽃대를 보여준, 우리집 27년차 군자란이다.
화분 세개의 군자란 중에서 한녀석만 꽃대를 보여주고, 나머지 두녀석들은 소식이 없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가족 같은 녀석들이 올해는 꽃대를 보여주지 않아서
은근히 신경이 쓰였는데, 어제 화분에 물을 주면서 꽃대를 발견했다.
2월 끝자락에 내게 보내온 우리집 봄소식이었다.
이녀석은 오늘 아침에 비로소 꽃대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집 반려식물 23년차 이다.
게발선인장이 이만큼 꽃봉오리를 보여준 것이 벌써 한달이 넘었다.
추운 겨울이라서 꽃피는 것이 엄청 힘든 것은 아닌지?
봄이 시작되면 빨리 개화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해본다.
아파트 주변의 매실농원은 완전한 봄이 되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그런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4월에 피는 과수나무들 꽃의 수명은 길어야 일주일인데
날씨가 추워서인지, 매화의 수명은 한달이상 그대로 멈춤이다.
매향은 점점 더 짙어만 갔다.
아파트 주변, 매실농장에 핀 매화 덕분에 창문을 열면 매향이 집안 까지 들어왔다.
날짜는 2월이었고, 겨울이었기에 매화의 수명이 멈춤이어서 그동안 호사를 누렸지만
따뜻한 봄날의 기온이라면 곧 봄눈 녹듯, 매화도 사라지지 않을까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새봄의 전령사들이 우후준순 처럼 앞다퉈 꽃소식을 보내올 것이니까
사라져가는 매화에 대한 아쉬움은 가슴속에 고이 접어둔채 훗날을 기약해보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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