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봉정사, 산내암자 영산암

nami2 2021. 11. 18. 00:15

안동 여행중에서, 안동에는 종택들도 많았고, 서원도 많았으며, 천년고찰도 많았는데

하필이면 봉정사를 첫번째 여행지로 손꼽았던 이유는

혹시라도 노루 꼬리 만큼 짧은, 늦가을날의  하루 여행이  뜻하지 않게 단축되어서 

만추의 풍경속에서 예쁘게 들어앉은 봉정사와

그리고 봉정사 산내암자인 '영산암'에 가보지 못할까 하는 조바심 때문이었다.

 

20여년 동안 이곳 저곳 전국의 수많은 암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직접 눈으로 보았던 

만추의 풍경중에서 괜찮은 암자가 어느 곳이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당연, 봉정사 산내암자 영산암이었노라고 자신있게 말해줄 만큼....

영산암은 이번 늦가을에도 아주 멋진 풍경으로 자리매김 했었음을 메모하고 싶어졌다.

 

영산암은 경북 안동시 서후면 태장리에 있는 천년고찰 봉정사 산내암자이다.

이곳 영산암은 봉정사 대웅전 오른편으로 100m  뒷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영산암은 영화 '나랏말싸미' 촬영지이 였으며, 이 암자가 더 유명해진 것은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의 촬영장소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 의 영화에서

선(禪)적인 모티브에 어울리는 절을 찾기위해  영화감독은 전국의 사찰을 누볐는데

이곳 영산암이 딱 맞는 절이었다고 한다.

그 후에도 몇편의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년), 동승(2003년), 나랏말싸미(2019년) 등....

 

금방이라도 허물어져 내릴 것 같은 돌담이

더욱 고즈넉함을 가져다 주는 멋스러움은 만추의 풍경과 잘 어우러짐에

웬지 자꾸만 시선을 빼앗기는 충동까지 느낄 만큼, 혼자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조금만 더 하늘이 청명했더라면, 이보다  더 멋진 풍경은 없었을텐데....

아쉬움은 한없이 커졌다.

그냥 바라만봐도 즐거워서, 쳐다보느라 목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구름속에서 들락날락 숨박꼭질 하는 하늘을 원망하기에는 풍경이 너무 멋졌다.

지긋지긋할 만큼의 우중충한 하늘은 여행하는 내내 속을 썩였다.

동해남부 해안가에서 ~경북내륙지방 까지의 거리가 얼만큼인데, 우중충한 하늘은  계속 쫒아다녔다.

 

날씨가 흐리거나 말거나, 눈발이 날리던지 말던지

그래도 집 주변에서 볼 수 없었던 단풍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되었다.

 

안동 봉정사 산내암자 영산암은 한국의 10대 정원에 들어갈 만큼, 아름다운 작은 암자이며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을 촬영한 곳으로 유명한 암자이기도 하다.

 

영산암은 좁은 공간에 크고 작은 건물 6동이 "ㅁ"자로 배치되어, 폐쇄적인 면모를 느껴지기도 했으나 

중정의 바위와 소나무 등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과 다양한 표정으로 보여주는 안마당은

암자의 일상의 편안함을 보여주는  미학이 깃든 곳이라고 한다.

 

영산암의 구체적인 연대는 알수 없으나

여러 사료를 볼 때 19세기 말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영산암은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128호"이다.

 

영산암 우화루의 작은 누문을 거쳐서 경내로 들어 갈 수 있다.

 

이곳 우화루(雨花樓)라는 이름은  석가모니가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처음 설법하셨을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고 한 것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영산암 '우화루' 누각에서 바라본 만추의 풍경!

 

영산암 건물은  전체적으로 "ㅁ"자형으로

사찰의 전통적, 기본적인 구조이며, 지형의 높이를 이용한 3단의 마당 구성과 우화루의 벽체를 없애고

송암당과 누마루를 연결하여 활용도를 높인 배려가 돋보인다.

또 우화루와 송암당의 구조미와

삼성각 앞에 펼쳐놓은 자연미는 우리 고건축의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승방인 송암당의 누마루가 인상적이다.

 

송암당은 정면4칸, 측면2칸 반으로 마루 1칸, 방3칸 그리고 방의 전면에 툇마루로 이루어져 있었다.

 

 영산암은  영취산에 모여 석가모니불의 설법을 듣는, 16나한에 촛점을 두어서

 웅진전을  중심 건물로  보기 때문에 '영산암'이라고 이름했다고 한다.

 

응진전 법당에 모셔진 16나한님들의 익살스런 모습들은 언제 보아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나한은 '아라한(阿羅漢)을 줄인 것이다.

세상의 존경을 받고 ,공양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존자라는 뜻에서 응공(應供)이라 풀어 말한다.

번뇌를 끊고 더이상 생사윤회를  거듭하지 않는 성자로서 최고의 깨달음을  이룬자이므로

진리에 상응한다는 뜻에서 응진(應眞)이라 풀어 말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깨우침을 얻은 성문(聲聞)들을 네 단계로 나누는데

수다원,사다함, 아나함에 이어 그 마지막 단계가 '아라한(나한)인 것이다.

 

아라한은 6가지 신통력과 8가지 해탈법을 갖추어 번뇌를 아주 떠난 부처에 버금가는 성자이다.

부처와 이들 아라한을 함께 모신 전각을, 붓다 당시의 회상을 이루었다는 뜻에서

응진전(應眞殿)이라 하기도 하고, 나한전(羅漢澱)이라고도 한다.

 

16나한은 석가모니에게서 불법을 전수받은 16명의 제자이다.

또한 16나한은  개개의 인격체가 아니라 집단으로 숭앙받으며, 넓은 의미로는 이승에 거하며

부처님의 정법을 지키는 석가모니의 제자를 상징하는 뜻을 가지고 있다.

 

16나한은 당나라때 현장법사에 의해 중국에 전해지면서 숭앙의 대상이 되었고

이 신앙은 우리나라와 일본에 전해지면서 크게 성행했다.

이에 나한상을 그림으로 그려 숭앙하는 풍습이 생겼으며, 곳에 따라서는 나한상을 만들어 불전에 봉안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8세기 후반에 이르러 16나한에 대한 숭앙이 성행하였으며

신라의 사불산에 16나한상이 봉안된 이후에 많은 불화나 탱화로 그려졌다고 한다.

 

               응진전 법당에 모셔진 삼존불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응진전 법당의 마루 바닥

 

응진전 뜰앞의 국화꽃 까지도 고즈넉한 만추의 분위기에 차분해지기 까지 했다.

 

삐그덕 거릴 것만 같은 '응진전' 툇마루에 앉아서  잠시나마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여행자의 하루는 너무 바빴기에 아쉬움을 뒤로 했다.

 

고즈넉한 승방 '관심당' 앞의 국화꽃이 잘가라고 배웅을 해주는 것 같았다.

 

관심당은 우화루와 연결된 정면 6칸, 측면 2칸으로 이루어진 건물로

송암당과 함께 요사채로 사용하고 있다.

 

만추의 풍경을 마음속에  그리고 추억속에 간직한채

한계단 또 한계단, 돌계단을 올랐다가 내려오기를 몇번씩 반복 해보아도 지겹지 않았던 시간들이었다.

 

안동 봉정사에 가면 극락전에는 부처님이 계시고

산내암자 영산암에는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있다"라는

정찬주님의 '길 끝나는 곳에 암자가 있다'라는 책에서  영산암에 대한 글을 읽었던 기억이 생각났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 오랫만에 다시 찾아갔어도

수 년전, 처음 찾아갔던  어느 늦가을의 느낌은 한치도 변함없이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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