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늦가을의 암자 풍경

nami2 2021. 11. 15. 23:35

삼한사온이라는 단어를 생각나게 하는 며칠간의 추위가 사라지고 또다시 날씨는 포근해졌다.

포근해졌다기보다는 늦가을의 전형적인 날씨로 돌아왔음에도 자꾸만 어깨가 움츠려드는 것은

추위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는 것이 트라우마가 되어서 겨울 내내 옷을 잔뜩 껴입고 다닐것 같다는 생각이다. 

우선 밖으로 나갈때도 그렇고, 집안에서도 따뜻한 옷으로 완전무장.....웃음이 나온다.

벌써 부터 이렇게 한다면 ,진짜 한겨울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걱정이 앞섰지만

저체온이라는 것을 무시했다가는 수명 단축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조건 조심 또 조심이다. 

지난해 부터 체질이 바뀐 것인지

날씨가 추워지면서 차거운 것에 대한 거부감을, 몸은 이미 적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서 눈치채지 못한 아둔함이 화를 자초한 것에 대한 반성문을 써본다.

 

지난 초하루에 다녀온  통도사의 늦가을 풍경은 그다지 예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봐줄만한 것은

내가 살고 있는 해안가에는 이러한 풍경도 찾아 볼 수 없었기에 그냥 감지덕지 하기로 했다.

 

어쩌다가 공원길에 남아 있는 나뭇잎들은 아직도 푸르름이고

집 주변의 나뭇잎들은 앙상한 겨울나무 형상이라는 것에  해안가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좋을 수도 있지만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는다는 것과 만추가 되어도 예쁜 단풍을  볼수 없다는 것에 그러려니 하기로 마음을 비워본다. 

  

암자로 가는 산길에 피어 있는 국화꽃은 만추와 상관없이 싱싱하고 예쁘다.

 

지난달 초하룻날 암자에 갔을때는 모과가 파란색이었는데

한달후의  이번달 초하룻날에 만난 모과는 노란색으로 예뻐보였다.

다음달 초하루에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또한번 눈여겨 보기로 했다.

 

암자 입구의 노란 산국이 웬지 쓸쓸해 보였다.

그러나 암자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노란 산국은

혹시 이곳 암자의 늦가을 '컨셉'이었나 생각하게 되었다.

 

마당가에 한아름 피어 있는 하얀 국화꽃도  늦가을의 쓸쓸함이 풍겼다.

아무도 없는 마당가를 조심스레 다가갔다.

 

고즈넉한 암자와 잘어울리는듯한 하얀 국화꽃이 그냥 이유도 없이 숙연해졌다.

 

붉은 단풍이 그다지 예뻐보이지는 않았지만

우리집 주변의 앙상한 나무들을 생각하면서, 멋지게 봐주기로 했다. 

 

법당앞, 노란 산국이 피어 있는 뜰앞에

여름날에는 하얀 백합꽃이 피어 있었으며, 초가을에는 예쁜 추명국 꽃이 피어 있었다.

계절이 머무르고 있는 시기마다 계절에 맞는 꽃이 피어 있다는 것이  암자의 매력임을 메모해본다. 

 

암자의 지킴이가 된듯한 노란꽃

이곳 저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국에서 그윽한 향기가  풍기는듯 했다.

 

암자 마당 한가운데 서서

은은한 늦가을의 향기를 선물하는  금목서꽃이 진짜 예뻐보였다.

 

암자에서 느껴지는 고즈넉함의 무게가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는 은행잎을 보는 순간 엄청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암자를 뒤로한채, 숲으로 들어섰을때

만추는 이런 것인가를 체험 해주는듯, 낙엽 밟는 소리가 재미있게 들려왔다.

 

낙엽을 밟으며 걷다보니, 두그루의 단풍나무가 반겨주었다.

혼자만의 암자숲길 산책.... 사색의 시간으로는 아주 적당했다.

 

통도사와 그리고 암자주변에서 유일하게 만난 '구절초'꽃이다.

이곳에서는 진짜 귀한 대접을 하고 싶었다.

 

통도사 숲길을 걸어나오면서 마주친 국화동산!!

 

이런 단풍길도 다음달 초하루에는 앙상한 겨울나무로 변해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쉽기만 했다.

 

비가 많이 내린 탓으로  단풍이 우중충 했음에 누구를 탓할수는 없는 일이기에

내가 느끼는 통도사의 만추풍경은 마음속에서나마 참 아름다웠다고 메모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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