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가을이 깊어 갈수록, 마당가에서 그윽하게 코 끝을 스치는 국화향기가 있어서 좋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런것들도 어느새 옛추억속에서 존재했었다는 것이 씁쓸함으로 남는 것 같았다.
요즘은 온통 화분에 담겨진 꽃집의 국화꽃이 공원입구 부터 시작하여 ,도심 주변 곳곳에서도 볼 수 있지만
코끝을 갖다대고 향기를 맡아보면, 거의 향기가 없는 그런 꽃들뿐이었다.
콩나물을 키우듯, 꽃집에서 물을 주어가며 키워내는 국화꽃은 벌과 나비가 날아드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어린시절에 부모님이 마당가에 키워내는 국화꽃은
어느 시인의 시 귀절 처럼, 봄부터 시작하여 여름한철 정성껏 키우면, 10월 부터 국화꽃을 볼 수 있었다는것이다.
소국을 좋아하셨던 부모님의 정성 때문에 늦가을에는 집안 전체가 국화향기로 가득 했었기에
가을날의 국화꽃이 좋아서 국화전시회도 빼놓지 않고 쫒아다닌 적도 있었건만
지금은 국화꽃 전시회도 그다지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지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꽃집에서 트럭으로 실어오는 국화꽃으로 꽃장식만 예쁘게 했을뿐 향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검은 프라스틱 화분속의 국화꽃을 장식하여
전시회 기간이 끝나면, 모두 꽃집으로 되돌아가는 어느사찰의 국화전시회를 보면서 참 재미없다는 생각을 해봤다.
산 깊은 곳의 어느 암자의 마당가에 피어 있는 국화꽃을 보았다.
한 두 송이가 아닌 마당가 전체에 심겨진 국화에서는 그윽한 가을의 향기가 들어있었다.
따사로운 가을햇볕과 윙윙거리는 벌, 그리고 쉴새없이 날아다니는 나비...
도심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자연이 전해주는 풍경이었다.
여러가지 꽃 모양과 갖가지 예쁜 색깔들....
올해 처럼 몇번씩 거듭되는 태풍속에서도, 참 예쁘게 꽃을 가꿨다고 칭찬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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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생긴 국화꽃은 처음 보는듯 했다.
앙증맞은 모습이 새롭다.
구절초인지, 국화꽃인지 구별이 안되었지만, 짙은 국화향기는
이 가을에만 느낄수 있는 향기였기에 그냥 좋았다.
너무 예뻐서 혼자 바라보는것이 아까웠다.
누군가와 함께 보았다면, 더욱 감동 했었을텐데...
좁은 산길의 암자로 들어가는 길가에 심겨진 국화꽃들이 너무 소중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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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국의 향기는 더욱 짙다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따끈한 국화꽃차가 마시고 싶었다.
은은하게 코 끝을 자극하는 국화향이 가득 담긴 국화꽃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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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산국, 감국, 개쑥부쟁이,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등의
가을 꽃들을 모두 통털어서 들국화라고 했다.
이 꽃도 '개쑥부쟁이'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그냥 들국화라고 불러도 예뻤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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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 마당가 꽃밭에 피어 있는 꽃들이다.
풀 밭속에서 홀로 꽃을 피우기 위해, 무던히도 안간힘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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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호젓한 산비탈에 핀 국화꽃들이다.
봄 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손길이 오고갔는지
메마른 나뭇잎이 떨어지는 늦가을의 산길에서,
암자를 찾는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그윽한 국화향기가 하루의 피로를 풀게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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