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눈오는날 아침

nami2 2010. 3. 11. 00:05

     전국적으로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에  '설마' 부산은 아니겠지 하면서 약간의 기대를 했으나  몇날 며칠 동안

     내렸던 비 ,우박, 진눈깨비 덕택에 고개만 갸우뚱 했었다.

     살다보니 별일을 다 겪어 본다는 생각에 어쩜 치매 걸린 하늘이 3월이니까 눈을 부산에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은 꿈도 안꾸었었다.  

     하늘이 노망이 나서 부산에도 눈이 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은...

                                                           아파트 뒷쪽 놀이터

 

     설마 하면서도 아침 7시 눈을 뜨자마자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 보았다. '역시 하늘이 노망이 났군'

    부산에 그것도 매화가 활짝 핀 3월에 눈이 오다니 뒷베란다로 다시 가보았지만 다시 황당할 수 밖에

    눈에 대해 적응 못하는 부산사람들  출근전쟁을 한다는 뉴스를 귀로 들으면서 사진기를 들었다.

    기회는 다시 오지않을  5년만의 눈이었다. 행동 늦으면 몽땅 녹아 버리는 것은 눈깜짝이다. 

 

                  관리 사무실과 주차장은 부지런한 관리실에서 말끔히 눈을 치웠지만, 앞산에는 눈내리는 날 아침이었다. 

     아무튼 출근도 해야 하는데, 사진도 찍어야하고, 다시 5년을 기다리다보면 (5년전에 눈이 왔으니깐) ,현관 앞 동백꽃이

     눈속에 있으니  평소에 보았을 때 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가게로 출근하려면 버스를 타야하는데,버스시간에 쫒겨(시골로 가는 버스라서 배차시간 1시간) 어린이 놀이터를

      지나치면서 또 사진을 찍었다.

      기다림에 지쳐버린 오랫만의 집앞에서의 눈길을 걷는 기분이 이런것일까

      일부러 눈을 보러 여행을 갔던,여행지에서가 아닌 집앞에서의 눈길을 눈을 맞으며 출근을 했다.

     나머지 '눈'사진은 가게로 가서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나의 생각은 헛된 망상으로 끝나버렸다.

     나의집은 부산에서도 동쪽으로 끝자락이고, 나의 가게는 울산 근교(서쪽으로 울산 끝자락)라고 해야한다. 

     신문에는 부산 폭설 5cm, 울산 3cm  그 가운데 있는 우리가게에 내린 눈은  그것은 눈이 아닌 서리수준이었다.

     가게의주변에는 겨우 눈꼽만큼 눈이 왔는데 ,그것도 바닷가라서 거의 녹은상태였다.  텃밭으로 가보았지만....

     이제 겨우 새순이 돋아나는 부추에 눈이 약간 쌓여 있을뿐이었다. 

       하늘은 밝아오고 ,눈은 자꾸만 녹아내리고, 나물로도 먹고 ,쌈도 싸먹을려고 지난가을에 심었던 유채가

     이만큼 커가고 있는 텃밭에 겨우 하얀이불을 살포시 덮었을 정도의 내린 눈은 점심시간 끝내고 나와보면

     아마도  흔적없이 사라질 눈이건만 그것도 눈이 내렸다고 들떠있는 내꼴이 우스웠다.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따사로운 봄의 햇볕이 비치고 있는 텃밭에서 

     아침결에 꾼 꿈처럼 곧 사라져버릴  5년만의 눈구경은

     아무튼 하늘의 노망으로 내렸던  3월에 매화꽃과 함께 찾아 온 하얀 눈꽃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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