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이팝꽃이 하얗게 핀 4월 어느날....

nami2 2018. 4. 28. 00:22

          며칠동안 머리속은 하얀색으로 뒤덮였었다.

          하얀색으로 뒤덮힌 늪속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써보았지만,온 몸의 기력은 수렁속으로 계속 빠져들었다.

          제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갔더니 거리에는  이팝꽃이 하얗게 피어서 슬픈 봄날을

          더욱 슬프게 만드는 것 같았다.

          4월 중순쯤에 피는 꽃들은 모두 하얀색이라는 것이 올해에는 유난히 가슴속을 애잔하게 만들었다.

         

          4월에 꽃이 피는 보라빛 오동나무꽃만 보아도 마음이 슬퍼졌던, 어머니가 떠나가셨던 4월에....

          또다시 슬픔을 가져다 준 계절 4월에는  곳곳에 이팝나무꽃이 하얗게 피었다.

          기약없는 이별탓에  또하나의 4월 그리움이 만들어진, 그  4월21일에 작별의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우리집 환자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훌쩍 하늘로 떠나갔다.

          밤잠을 설칠 만큼 힘이 들더라도 끝이 없는 간병생활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것이 회한으로 가슴을 짓누르지만,

          이미 떠나버린 야속한 사람을  마음속에서는 어찌 떠나 보내야하는가, 머리속은  여전히 하얀색이다.

          앞으로도  계속 사무치게 그리워 할 사람으로 가슴속에는 남겨졌지만,

          아직은 홀로서기 연습도 해보지 않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주변사람들에 의해서 이끌려가는 것 뿐이다.

          황당한 이별이 자꾸만 슬픔으로 남는다.

 

           

         

          산등성이 부터 산아래 까지  하얗게 꽃이 핀 아카시아 향기가 가슴까지 파고들던 그날은

          왜 그렇게 하염없이 비가 내렸는지?

          이 세상에 나혼자 남겨진 것 같은 서러움으로 1시간 40분 동안 꼼짝없이 지키고 앉았던  그자리에서 바라본

          전광판에 나열된 이름석자 앞에  붙은  또하나의 글씨   '고 . . .

  

          비가 내려서 추위를 느낀 나의 양팔에 안겨진 하얀보자기속의 작은 상자의 따뜻함은 잊을수가 없었다.

          그렇게해서  봄비 내리는 산비탈에서 자연으로 되돌아간 사람은 

          떠나간지 일주일이 다되어가는데 꿈속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듣고 싶은 말도 많은데 꿈속에서라도 잠깐 다녀가도 좋으련만

          혼자서 가는 먼 여행길이  얼마나 피곤하면,아직도 꿈속에서의 만남이 이루워지 않는 것인지?

 

          오늘 49재 중에서 초재를 장안사에서 지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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