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환자보다 더 힘든 것은 보호자라는 이름

nami2 2018. 3. 17. 01:48

          항암치료 때문에 우리집 환자와 함께 병원에 입원 했다가  2박3일이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서

          간단하게 입원가방을 준비했던 3월초였는데

          생각치도 않은 것들에게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가, 간신히 14일만에 퇴원을 하고 돌아왔다.

          긴장과 초조함과 스트레스로  시간을 보내다보니, 3월의 절반이 어디로 갔는지?

            

          문득 제정신이 돌아와서  병원 주변의 들판을 기웃거렸더니  세상은 어느새 온통 꽃세상이 되어 있었다.

          어디론가 도망을 가고 싶을 만큼  힘든....

          보호자라는 이름은 나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라 암센타에 있는,많은 보호자들이 같이 겪어야 하는  서글픔인데,

          머리 꼭지 까지 올라간 스트레스를  해소 해보려고,  마트에 물건 사러 간다는 핑계삼아   병원 밖을 나와서

          시골 들판 길을 생각없이 걷다보니, 피부로 느껴지는 따사로운 세상 속에서는 어느새 꽃향기가 있는  훈풍이 불고 있었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봄날인 것 처럼, 왜 그렇게 부러웠던지?

   

          집안에 중증환자가 있으므로서 ,살아가는 의미 마져 상실되어서 언제 웃어봤는지 기억이 안난다고 하던

          암센타의 많은 보호자들의 슬픈 속마음이 점점 이해가 된다.  

          

          건강한 사람이 급체를 하면, 손가락을 바늘로 따고, 소화제를 먹고, 매실엑기스를  마시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가 그냥 저냥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는데

          암환자가 급체를 했을때에는 모든 것에 '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기맥힌 처방이 있었다.

         

     

          항암치료를 끝내고, 이튿날 컨디션 좋게 아침식사를 했던

          우리집 환자가 몇시간 후에  열이 오르면서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체한 것 같다면서 손가락을 바늘로 따주기를 원했던, 우리집 환자에게 간호사는 민간요법이라면서 무시를 했다.

          휴일이라서 아무런 처방없이  위 보호제 주사를 놓고 돌아서가는 간호사는 그냥 지켜보자는 말뿐이었다. 

          하루종일 구토를 하는 환자에게  전화로 의사의 처방을 받은 내용은  엑스레이를 찍으라는 것이었다.

          엑스레이 결과는 장에 가스가 찼기 때문이라는 것이며, 장폐색 증세가 있으니 물도 먹지 말라는 금식 팻말이 붙었다.

         

          그 후  이틀 동안 하루에 두번씩 엑스레이를 찍었으며, CT까지 찍어본 결과는  참으로 기가막혔다.

          이제껏 여섯번 치료를 받았던 항암 치료중에서, 다섯번째 받은 항암치료 부터는  내성이 생겨서 

          그동안 사라졌던 암세포가 이곳 저곳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시 나타났다고 했다.

          청천벽력이었다.

          금식을 하고 있던  우리집 환자가  기력을 잃으면서 ,38도 넘나드는  고열이 시작되었다.

          살고져 하는 희망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서인지, 계속해서 환자의 기력은 꽝 되는 것 같았다.  

         

          병실 이쪽, 저쪽에서는 멀쩡했던 환자들이 갑자기 하늘로 떠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니까, 

          보호자 입장에서는  더욱 더 스트레스가 머리 꼭지 까지 올라가는 것 같았다.

          절망과 두려움이 공포를 가져왔다. 

          

          다른 항암제로 바꾸기 위한 , 환자 컨디션에 대한 검사가 또 시작 되었다.

          금식은 풀어 놨지만, 여전히 먹지 못하는 환자에게 왜 그렇게 많은 피를 빼가는 것인지 

          내분비 기능 검사를 비롯한  여러가지 검사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

          입원한지 일주일만에 또다시 항암치료를 했다.

          이번에는 면역항암제라고 했다.

         

          피검사 결과  몸속의 염증 수치도 높아서 항생제 치료하느라  또다시 일주일을 보내야 했고

          이곳 저곳에서 다시 생겨난 암세포로 인한 고열 때문에 사라진 환자의 입맛은 식사때마다 치뤄야 하는 전쟁이라서 

          차라리 환자의 보호자라는 것에서 사표를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퇴원을 하고 돌아온 지금 까지도 입맛이 돌아오지 않아서 고통을 받고 있는  우리집 환자에게는

          여전히 봄이 오지 않은  추운 겨울만 지속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밖에서는 꽃향기 풍기는 봄이지만, 집안은  살얼음을 디뎌야 하는 냉냉함이 계속 되는듯 했다.

 

          끝없는 인내심이 필요한  환자의 보호자들은  어느 순간에는  간병하다가 지쳐가는 것 같았다. 

          입원실 이곳 저곳에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는 환자들이 대부분이고

          하루에 한두차례씩 병실 복도를 지나가는, 하늘로 떠나가는 사람들 옆에서  묵묵히 따라가는 보호자들은

          거의 무표정으로 슬픔도 잊어버린지 오래된 것 같았다.

          화사한  봄 향기 속에서 희망이 꽃 피워진다면, 얼마나  큰 기쁨이 될 것인가는

          환자를 보살피는 보호자들 모두의 희망사항이겠지만....

          퇴원을 하면서도  머리속에 주입 시켜주는  의사의 당부는, 집에 가서 환자가 고열이 나거나 구토를 심하게 하면

          곧 바로 응급실로 오라는 것이었다. 

          정말 암환자의 투병생활은  기약이 없는 것인지?

 

 

   

'간병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팝꽃이 하얗게 핀 4월 어느날....  (2) 2018.04.28
카톡으로 날아온 '암 정보'  (0) 2018.02.23
혈전이라는 것 때문에....  (0) 2018.02.14
시부모님 기일  (0) 2018.01.27
컵라면으로 삼시세끼를....  (0) 2018.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