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혈전이라는 것 때문에....

nami2 2018. 2. 14. 00:59

           병원에 더 머물러 있어야 하는데, 명절이 코 앞이라서 어렵사리 퇴원을 하고 돌아왔더니

           강추위에 추운줄 모르고 ,가을 옷차림 으로 지냈던 열하루 동안의 병원생활이 좋은 것인지,안좋은것인지

           잠시잠깐 머릿속에서 혼란을 겪었다.

           그래도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보일러를 돌리지 않은 추운 집이라도  내 집에 돌아왔다는 느낌은 ....

           지독한 감기몸살에 입맛까지 달아나서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상이나 해주는듯  마음은 편안했다. 

          

           5인 병실에서 우리집 환자 빼놓고

           한명은  폐렴 치료를 받는 대장암 말기암 환자였고

           또 한명은 항암치료후  부작용으로 열흘이 넘도록 식사를 못하고, 시도때도 없이 구토를 하는 어르신이었고

           그리고 두명은 임종을 앞둔 안타까운 60대 중반과 70대 중반의 말기암 환자였다.

           그런 환자들과 한 병실에서 열하루 동안의 생활은  결국, 나를  감기몸살 환자로 만들었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신음소리, 구토소리, 비명소리와

           화장실 옆에 간이침대가 있는 내 자리는  야뇨증 까지 있어서 30분 마다 화장실을 다니는  두명의 환자 덕분에 

           밤잠 까지 설쳐야 했다. 

           그동안 우리집 환자가 항암 치료하기 위해  입,퇴원을 반복 했었지만,

           환자를 돌봐야 하는  내가 지독한 감기몸살로 고생을 한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모두가 같은 암환자들이니까  귀막고, 눈 감고, 불평불만이 입속에서 뱅뱅 돌아도 침묵 까지 지키면서 

           스트레스가 머리꼭지 까지 꽉차도  소리치고 싶은 심정 누르다보니

           힘든 상황이  뼈마디가 쑤시고 두통과 오한이 있는 몸살 환자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가면을 뒤집어쓴  천사 처럼 웃음으로  옆침대 환자와 보호자를 대해야 한다는 것도  정말 고통이었고

           식사 시간에 밥을 먹으려고 하면  옆침대, 앞 침대, 화장실에서 까지 들려오는 구토소리는 

           평소에도 비위가 약한 내게는  엄청난 고문이었다.

           정말,이런것이 지옥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고, 벙어리 냉가슴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체험하게 되었다.

             

           4번의 항암치료후  CT결과가 좋으면

           5번째 항암치료 부터는 두가지 치료약 중에서 독한 것을 빼고, 한가지만 치료를 받게될 것이라는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기에 기대를 걸고, 간단하게 입원 준비를 해서 병원에 들어 갔었다.

           늦어도 3박4일 정도면 될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복병이 숨어 있었다.

           역시 CT 결과는 좋아서 5번째 항암치료는  10분 정도 걸리는 주사약이 전부라고 해서  기뻐 했는데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2주 입원치료를 해야한다는 기가막힌 소리를 했다.

 

           다리의 종양과 폐쪽의 암세포는 많이 줄어서 항암치료는 10분 하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항암시기도 늦춰야 할 정도로 시급한 것이 폐혈관에 찌꺼기가 보여서  주사로 혈전치료를 한다는 이야기 였다.

           

           항암 부작용으로  폐암환자들에게 흔히 나타난다는 혈전!!

           혈전이 얼마나 중요하고 무서운 것인가는  덕분에 인터넷을 통해 눈이 빠지도록 공부를 했다.

          

           결국 3박4일이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부작용이 별로 없는 10분 짜리 항암치료는 뒷전이 되었다.

           2주 정도 매일 같이 혈전 치료한 후 , 검사 결과 상태를 봐서 항암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으나

           혈전치료 보다는  항암치료라는 것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자꾸 생겼다.

           아무튼  항암 치료도 3주에 한번씩은 꼭 해야  결과가 좋은 것인데

           시간이 늦어질수록 환자에게는 좋지 않다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엑스레이 검사와 채혈검사 결과 후, 다행히 환자 상태가 좋아서 입원 7일만에 항암치료는 할 수 있었다. 

           그리고,11일째에  퇴원 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그러나 혈전이라는 것 때문에  집에 가서도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환자가 주사 놓는 법을 배워야 했다.

           2주 동안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명절이라는 연휴  덕을 본듯 했다. 

          

           항암 부작용은 언제 어떤식으로 나타나서 환자를 힘들게 할지 모르지만

           혈전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는  병원에 입원하러 가는 전날에  영문도 모르고 경험을 했었다.

           환자가 샤워를 하는데,갑자기 춥다는 소리를 반복하더니

           점점 호흡곤란이 오면서, 산소부족하다고 하면서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

           갑작스레 찾아온  위급 상황에  두사람이 모두  안절부절 하면서 시간을 소비 했다면  큰일이 나지 않았을까

           참으로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다행히 침착하게 위급상황을 모면했던 일들을  주치의께 말씀드렸더니,

           폐혈관에 찌꺼기가 보인다는 것을 설명 하다가 , 혈전 때문에 나타난 위급상황임을 알고

           당장 2주 동안 입원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보호자인 내가 주사 놓는 법을 배웠어야 하는데, 은근히 겁이 많아서 주사 놓는법을  배우지 않았더니

           퇴원후, 집에 돌아와도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항암 부작용으로 손 떨림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가 스스로 주사 놓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가시방석에 앉은듯...

           아무래도  환자의 '혈전'치료를 위해서는, 보호자인 내가 주사 놓는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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