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컵라면으로 삼시세끼를....

nami2 2018. 1. 19. 01:41

           4박5일이면 집으로 돌아올 것 같았던 ,병원생활에 복병이 생겨서 7박8일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항암4차 치료 후유증은 생각보다 훨씬 환자를 괴롭혔다.

           환자의 몸속에 들어있는 나쁜 녀석은 왜그렇게 환자가 식사하는 것을 방해 하는 것인지?

           

           음식을 먹지 못해서 기력을 잃었고

           무기력함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자의 퇴원은 당연히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입에서 받아드릴 수 있는 음식은  뭐라도 먹어야 한다는 룸메이트 환자들의 경험담에 의존하여

           무너져내리는 환자의 기력을 붙들어보려고 ,결국 인스탄트 식품을 열심히 사다가 먹였다.

           컵라면, 컵짜장, 컵짬뽕, 컵떡국 그리고 족발

          

           항암을 하는 환자에게 무슨 짓이냐고  반문을 하겠지만, 환자가 원하면 할 수없다라는 대답은

           주치의나 간호사들도 웃음으로 답을 해주었다.

           음식을 잘먹어야 모든 수치가 떨어지지 않을텐데, 항암치료를 막 끝낸 환자는 집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컵라면 작은 것 1개와 병원밥 3숟갈, 그리고 사과1/4쪽과 약을 먹을때 먹는 물1컵이 전부였다.

          

           그래도 내가 먹지는 않았어도 한 젓가락씩 맛보는 컵라면은 제법 맛이 있었다.

           병실 환자들에게  '컵라면 맛있게 만드는법'을  배웠다.

           물만 부어서 먹는 컵라면인줄 알았는데, 컵라면에 물을 부어서  렌지에 3분 30초 돌리니까

           꼬들꼬들하게 잘 삶아진 라면이 되었다.

           왜그렇게  식사시간만 되면 '렌지실'에 수액걸이를 끌고와서 컵라면을 만들어가는

           남자 환자들이 많은 것인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남자 환자들만 5명이 있는 병실에서 오랫동안 들락날락 생활을 하다보니 처음에는 쑥스러움 때문에 불편했는데

           어느 순간에는 동병상련의 느낌을 갖는  가족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친하게 이웃하며 지내던 환자분이, 다음번 병원에 갔을때 들려오는 소식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게 했다.

           정말 말로 표현 못하는  안타까움은  병원생활이 길어질수록  '허망함' 그것이었다. 

 

           짧은 만남에 영원한 이별이라는 것....

             

           같은 병실에서 알게 된 후,  3주마다 병원에 가면  서로 소식을 물으며 가까운 지인이 되어가는데

           떠났다는 소식은 남겨진 환자도 보호자도  가슴을 후려치는 아픔으로 남게 된다.

 

           항암을 하면서 부작용 때문에 음식을 먹을 수 없어서 34키로의 몸무게 때문에 저쪽 세상으로 가신분

           방사선 치료후 후유증이 깊어져서 가족을 황당하게 만들어 놓고  떠나신분

           몸에 맞는  치료가 없어도 끝까지 투병생활을 하다가   허망하게 떠난 젊은 친구

           하루에 한 두명씩  병실 침대에서 차거운 침대로 옮겨져서 떠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마음속에 생겨지는 보이지 않는 두려움은 ....

           인스턴트 식품이 암환자에게 좋지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명을 하기 위해서라면 먹여야 한다는  서글픔이 있다. 

          

          

           채혈과 엑스레이 그리고 CT 사진을 찍어보라는 것은  항암후 환자의 상태를 알기위함이지만

           검사를 할때마다 갖는 불안감은  병실의 다른 보호자나 환자들도  모두 같은 마음인데

           왜그렇게 긴장이 되는 것인지

           환자가 먹지 못해서 병든 병아리 처럼 있는 것을 일주일동안 지켜보면서 또  여러가지 검사를 기다리면서

           긴장을 했더니  불명예스런 훈장을 달고 집으로 돌아온듯 했다.

           입술이 부르트고 , 잇몸이 붓고 ,컨디션이 매우 좋지않은, 전쟁터에서 돌아온  패잔병이 된  느낌이다. 

 

           그래도 퇴원하기전의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 때문에, 늦은 시간에 이렇게 앉아서 글이라도 쓸 수 있게 되었다.

           

           다음번 입원하실때 까지 집에 가셔서 편하게 계시다가 오세요.

           여러가지 검사 결과는 좋습니다.

           다리의 종양도 거의 사라진듯....,

 

           그 어떤 소리도 이보다 더 희망적인 소리가 있겠는가?

           4차 항암치료의 부작용은  환자를 컵라면으로 삼시세끼를 때우게 했지만,

           환자의 얼굴에서 또 한번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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