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지방에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행복한 비명소리가 들려오는데, 이곳은 몇날동안 비가 내려서
마음까지우울하게 만들더니 명절 전날에는 밤새 안녕이라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눈이 왔었다.
비록 밤에 살짝 왔었던 눈이었고, 땅에는 쌓이지 않았던 눈이지만
산위로 올라가면 하얀 눈을 볼 수 있다는 설레임에 결국 눈이 내렸던 흔적을찾아서 '비로암' 까지 갔었다.
큰절인 통도사에도 눈이 없었고, 이곳으로 들어오는 입구였던 극락암에도 눈이 없었는데
더 깊숙한 숲속으로 들어온 '비로암'에는 나무가지 위에도 하얀눈이 쌓여 있었다.
눈의 흔적을 찾아서 산속으로 들어온 나를 다른지방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 할런지
5년만에 내고장에서 눈을 볼 수 있었음은 어쨌든 큰 행운이었다.
오래된 고목나무에 쌓인 눈은 땅 위 보다 눈이 오래도록 머물고 있다.
비로암의 여시문
비로암은 통도사의 19개 산내 암자중에서 가장 깊숙한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영취산 밑의 들판 한가운데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산 중턱에는 백운암이 있지만, 깊숙한 골짜기로 말하면 극락암에서 한참을 걸어야 나오는 곳이기도하다.
극락암의 삼소굴에 계셨던 경봉스님과 인연이 깊은 스님이 이곳에 계신다고 하여 혹시 뵐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으로 삼소굴에서 샛길로 5분거리를
바람을 쐬면서 걸어오면 울창한 숲의 아름다운 오솔길이 있어서 참으로 운치가 있다.
눈이 많이 내리는는 지방의 사람들이 이것을 본다면 웃겠지만, 나에게는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눈이다.
비로암은 고려 충목왕 1년(1345년)에 영숙(靈淑)스님이 창건한 이후 임진왜란때 불타 없어졌다가
조선 선조 11년(1592년)에 덕장스님이 중건한 뒤 다시 법당 등이 허물어진채 방치되어 오다가
6,25전쟁이후에 원명스님에 의해 복구되었다고 한다.
원명스님께서는 극락암 경봉 큰스님을 곁에서 모신 스님이라고 한다.
비로암 법당에는 비로자나불이 주불로 봉안되어 있다.
비로자나불은 모든부처님의 진신(眞身)인 법신불로 보통사람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광명의 부처님이다.
비로자나불은 진리를 표현하는 법신불로서 '지권인'을 하고 계신다.
지권인은 한손으로 다른손의 검지를 쥐고 계신다.
석가모니불이 육신불(肉身佛)이라면 , 비로자나불은 법신불 (法身佛)이다.
제법 하얀눈이 쌓인 영취산의 겨울풍경이 비로암 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눈 쌓인 산사의 아름다움을 더 오래 머물게 하고 싶은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
따사로운 겨울 햇볕은 자꾸만 눈을 사라지게 한다.
흰눈이 내린 영취산의 아름다움을 다른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건만....
장작을 넣고 군불을 지피는 절집에서만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에
군고구마 생각이 간절하다.
극락암에서 비로암으로 가는 길은 호젓하게 걸을수 있어서 좋다.
하얀 눈길에 발자욱 남기면서 걷고 싶건만, 도로는 이미 눈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하얀 눈 길을 걷고 싶어서 계곡으로 들어가보았지만
다람쥐가 다닐 수 있는 길을 위험 때문에 사람인 나는 갈 수 없을 것 같다.
가뭄이 심해서 계곡의 물이 다 말라서 물소리도 들을 수 없었건만 , 때아닌 겨울비가 며칠을 내려 주어서
계곡의 맑은 물소리는 봄을 마중하듯 , 얼음도 없이 흐르고 있다.
비록 눈이 왔지만 ,눈이 녹은 물까지 합쳐져서
더욱 맑은 소리로 겨울 잠을 자고 있는 생명들을 깨울것이다.
'그림 > 산사의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유암 (불모산) (0) | 2010.03.03 |
---|---|
대전사 (주왕산) (0) | 2010.02.22 |
봄이 오고 있는 극락암 (0) | 2010.02.19 |
백운암 가는길(무척산) (0) | 2010.02.14 |
북대암 (운문사 산내암자) (0) | 2010.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