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어느 책을 보다가 그냥 한번 읽고 지나치기에는 너무 내용이 아까워서
이곳에다 남기고 싶어 옮겨 적어본다.
좋은 글을 써서 책을 만드셨던 분에게 감사함을 전하면서.....
<새벽예불>
새벽3시 절마당을 가로 질러 탑 주위를 도는 도량석이 시작된다.
새벽 목탁은 시작할 때는 작은소리에서 큰 소리로 끝날 때는 큰 소리에서 작은 소리로 나직하게 내려 앉는다.
산사의 하루는 목탁소리와 염불소리로 시작된다.
목탁소리는 도량을 한 바퀴 돌아 대웅전 앞에서 멎는다.
번뇌를 끊고 지혜를 얻는 것이 수행자의 직분이기에 모든생명을 위해 조용하게 깨달으며 맞는다.
범종각의 운판은 하늘을 나는 날짐승을 제도하고 ,목어는 물고기처럼 자지말고,
열심히 정진하라는 뜻과 물속의 생명을 제도하고, 법고는 모든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법음 (法音)을 전한다.
법고를 칠 때는 마음 심(心)자를 북채로 그리듯 두드린다.
범종은 서른세번 몸통을 울려 도솔천의 세계를 전한다.
갈지자로 종메를 구르는 스님의 몸짓이 힘차다.
이렇게 사물이 새벽의 중생을 깨우면 ,대웅전에서는 쉼표를 찍듯 작은 종으로 큰스님이 새벽예불의 시작을 알린다.
예불문은 사찰 특유의 박자를 살려 장엄하고 장중하게 봉독된다.
예불독송이 끝나면 발원문을 봉독한다.
발원문(發願文)은 수행의 원력을 성취하려는 의지부터 개인적인 욕구가 아닌 이웃을 사랑하는 서원,
죽은 자를 위한 기도 사회질서의 안녕을 고한다.
이어서 '반야심경'봉독으로 법당 안에서의 예불은 마무리된다.
있는 것은 없는 것과 다르지 않고, 없는 것은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色卽時空 空卽示色는 '반야심경'을 합송하면서 수행의 길을 다짐하는것이다.
새벽예불이 끝나면 줄지어 처소로 돌아간다. 이때부터는 조용하게 바쁜 시간인 아침공양 준비가 시작된다.
<아침공양>
오전 6시 정각, 강원에서 죽비 소리와 함께 글 읽는 소리가 멈추고 아침공양을 준비한다.
다시 죽비가 세번 울린다.
대중은 네 짝의 발우를 편다. 밥과 국이 발우에 나누어 지면 공양이 시작된다.
공양을 할 때는 소리내어 씹거나 소리를 내서는 안된다. 발우에 담긴 음식을 남겨서도 안된다.
공양을 하는것도 수행의 한 방법이다. 음식을 다 먹으면 숭늉이 나누어진다.
반찬 하나를 남겨 물로 씻고, 반찬그릇과 밥그릇을 씻은 다음 숭늉을 마신다.
죽비가 울리면 젓가락 ,숟가락을 닦고 검지를 길게 펴 발우를 다시 닦는다.
언뜻 보면 비위가 상할 것 같지만 발우공양은 개인이 쓰기에 위생적이고 경제적이다.
아침공양이 끝나면 청소 울력이 실시된다.
절 안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치우는 의미도 있지만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수행의 한 방법이다.
<사시(巳時)예불과 다향 (茶香)의 시간>
오전 정진이 끝난 후 10시30분. 부처님께 올리는 마지가 불단에 올려 진다.
마지를 옮길 때 입김이 닿으면 안 된다.
마지가 불단에 올려지면 쉼표 처럼 여섯번의 마지 종이 울린다.
각 전각에서는 일제히 마지 올리는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들린다.
사시예불을 올리고 점심공양을 마치면 스님들은 휴식을 취하며 한담을 나눌 수 있는시간....
말 그대로 '다도의 시간'을 갖는다.
차는 절에서 즐기는 멋의 하나로 '무심의차' '반야의차'라고도 부른다
선방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은 피로를 풀어 주는 오가피,마가목,엄나무차를 즐긴다.
수행의 덕을 쌓는, 스님들의 '다도'는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다.
<오후 6시, 저녁예불>
산사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저녁예불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이어 사물이 차례대로 울린다
각 전각에서는 부전스님들이 예불을 드린다.
저녁에는 각 전각에서 예불을 드리고 대웅전으로 모인다
사물이 다 울릴 때쯤이면 각 전각의 예불도 끝나 대웅전에서 예불이 시작된다.
다시 쉼표처럼 찍히는 작은 종이 울린다
예불의식은 새벽예불과 다르지 않지만, 저녁에는 발원문을 생략하기때문에 더 간소해진다.
예불문이 끝나면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 정진한다.
오후 9시 정각 모든 도량에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든다.
죽비소리를 끝으로 산사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지금도 내가 잘 알고 있는 산사에는 예불이 쉬지않고, 부처님의 향기가 도량을 흐르고 있는것 같다.
행복한 가족여행 만들기 책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