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춥다면서 노약자들은 밖에 나가지 말라고 날아드는
안전 문자 메세지가 스트레스 되는 것 같아서 시큰둥으로 확인했었다.
그러면서도 약간 궁금했었기에 실시간으로 나타나는 기온을 체크해봤더니
어젯밤 11시 부터 영하10도라는 것이 은근히 기죽이는 것 같았다.
애기동백꽃이 예쁘게 피고 있는 요즘의 동해남부 해안가 지역인데
설마 영하10도...
믿기지 않았지만 어제 오후 6시쯤 해안가를 걷고 집으로 갈 때
너무 추워서 기온을 확인했었더니 영하 6도라는 것을 실감했었다.
거위털 패딩옷에 털모자 그리고 장갑으로 완전무장을 하고 걸었더니
옷속으로 땀이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촉촉해진 옷이 마르기 전에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며 몸이 오싹했다.
그런 와중에 해안가를 2시간 동안 걸었던 것에 무슨 미련이 남았던지
친절하게도 갈 곳 없는 감기 까지 데리고 집으로 왔다는 것이 오지랍이었다.
다행히 상비약으로 준비해 놓은 종합감기약 덕분에
몸속에서 자리 잡으려던 감기는 밤사이에 줄행랑을 친듯 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무겁던 몸도 가벼워졌고 콧물도 사라졌었다.
그러다보니 어제 이어서 오늘 역시 해안 산책로를 또 걸어야 했다.
춥거나말거나 어차피 걷기운동을 하려고 길을 나설바에는
기왕이면 해안 산책로 걷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매화가 피는 2월 까지는 해안로를 걷게 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기저질환이라는 것이 너무 부담스런 겨울날이지만 어쩔수는 없었다.
어제는 부산 갈맷길 1코스 1구간을 걸으며
신평마을에서 동백마을을 거쳐서
동백 선착장을 지난후, 부경대학 담장 옆의
해안로를 걸어서 온정마을 까지 갔었다.
그래서 오늘은 온정마을 부터
걸을 수 있는 곳 까지 걷기로 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0,000보 걸음 까지...
온정마을의 쉼터는 겨울이었지만
아직도 꽃이 있어서 쓸쓸하지는 않았다.
털머위꽃이 한창 필 때는
참 분위기 있었던 것 같은데...
사그러져 가는 겨울날의 해안가 노란꽃도
이제는 점점 메말라 가고 있었다.
집에서 게으름을 피우면서
밖으로 나갈까 말까, 또 어디로 갈까 하다가
오후 4시쯤 버스를 탔더니
해안가를 30분쯤 걸었는데 벌써
동쪽 하늘이 붉으스름 해졌다.
해질녘에도 동쪽 하늘이 붉어진다는 것은
알바를 하면서 늘 지켜봤기 때문에
그다지 이상스럽지는 않았다.
만일 달이 뜨는 날짜였다면
달이 뜨려고 동쪽하늘이 붉어지는 것 같았다.
해안가 숲길에 붉은 열매가 지천이었다.
청미래덩굴 열매였다.
동쪽 하늘이 붉어지길래 시간을 봤더니
늦은 오후 4시50분이었다.
석양빛이 마음을 조급하게 했다.
소나무숲 긴 데크 길에는 걷는 사람도 없었다.
소나무 숲 데크 길은 20분 정도 걷게 되었는데
늦은 오후라서 바람이 꽤나 차거웠다.
바다에서 부는 바람은 손을 시리게 했다.
진짜 추운 날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망망대해...바다 한복판 갯바위에
하얀 갈매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멀리 원자력발전소가 가물가물이었다.
5시가 넘어가면서
날씨는 더욱 추워졌기에 집으로 가려고
버스 시간표를 봤더니
집쪽으로 가는 버스가 188번 180번 3번인데
도착시간은 26분 27분 30분이었다.
해는 지고 있었고 날씨는 추워지건만
내맘대로 안되는 것은 결국 버스였다.
그래서 다음 승강장 까지 걷기로 했다
우두커니 기다리는 것 보다는
걷는 것이 나을 것 같지만, 길은 꽤 멀었다.
이동마을을 지나서
이동마을 선착장 까지 갔었지만
버스 시간은 아직도 16분 17분 남았기에
또 걸어야 했는데 이번엔 진짜 추웠다.
'사서 개고생' 이란 속담이 생각나서
그냥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노을지는 바다는 멋졌고
동백꽃은 예쁘게 한몫을 했다.
이동마을 방파제 앞인데
어둠과 노을이 마음을 심란스럽게 했다.
왜냐하면
버스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었더니
아직 그다지 어둡지는 않았으나
사진은 역광 때문인지 방파제 주변은
엄청 어두워보였다.
그런데 손이 시릴 만큼 많이 추웠다.
집쪽으로 가는... 3대의 버스 시간은
아직 8분 9분 10분이 남았으나 더이상 못걷겠다고 항복을 했다.
버스 승강장의 의자는 아주 따뜻해서 기다릴만 했다.
이곳 기장군의 승강장 의자는
겨울만 되면 센서가 따뜻한 의자로 만들어놔서
배차시간이 늦어도 그러려니 하며 버스를 기다릴 수 있었다.
승강장 의자에 앉아서 바라본 주택과 주택 사이에
넓은 바다가 멋지게 보여지는 한적한 어촌마을은 그런대로 봐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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