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진짜 추운날 텃밭에서

nami2 2024. 11. 18. 22:31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과는 절대로 어울리지도 않는....
재난 안전 문자메세지가 어제 부터 친절하게 날아들었다.
"한파주의보 발효"라는...
그러나 오늘 아침은 7도였고, 한낮의 기온은 10도였다.
이 정도의 기온에 노약자 외출 자제에 방한복 착용...그냥 웃어봤다.

서울 여동생 집에 택배 보낼 일이 있어서 문자메세지와는 상관없이
춥던지 말던지 오전 9시쯤 텃밭으로 나가보았다.
약간 싸늘함과 서늘한 바람이 어우러지니까 춥긴 추웠으나 참을만 했다.

아직 이곳은 무서리도 내리지 않았고 꽃들도 참 열심히도 피고 있는 늦가을이다.
여전히 봄꽃도 피고 있었고, 여름꽃도 피고 있는데 한파라니?

그냥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한파 주의보라는 아주 친절한 문자 메세지와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텃밭의 채소들은 싱싱하게 잘 크고 있었고

꽃들은 새롭게 싹을 틔워서 또 꽃을 피우는 곳이 요즘 이곳 풍경이었다.

다른 지방에서는 단풍이 곱게 물들고
낙엽도 떨어져 푹푹 쌓인다는데...
이곳은 아직도 나무들의 푸르름이 80%였다.
그런데 산책을 하다가
아주 어렵게 귀한 풍경이 눈에 띄었다.
노란 은행잎이 너무 예쁜 모습으로
가던 길을 멈추게 했다.

이곳은 하얀 눈은 절대 볼 수 없었고
노랗게 물든 은행잎도 진짜 보기 힘든 곳인데
보물 같은 모습에 횡재한 기분이었다.

한파'라는 것은 문자메세지에서만 해당될뿐...
그다지 춥지 않은,약간 싸늘한 아침에
아파트 현관 앞에 겹동백이 피고 있었다.

텃밭으로 나가는 길에서
초여름에  피기 시작했던 사위질빵꽃이
이렇게 예쁜 모습으로 새롭게 꽃이 피고 있었다.

텃밭의 분꽃도 이모작...
꽃이 피었다가 사라진 후, 그 씨앗이
또다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봉숭화도 이모작으로 계속 피고 있건만
분꽃도 새롭게 다시 시작이었다.

꽃이 계속 피고 있는 세상인데
한파주의보는 쬐끔 어울리지 않았다.

텃밭옆을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꽃이 예쁘다고...한마디씩 했다.
꽃을 가꾼 보람이 이런 것인가 좋기만 했다.

들국화라고 부르는 산국의
짙은 국화 향기는 여전했다.

텃밭의 노란 국화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마법을 지닌듯 했다.
눈이 부실 만큼 진짜 예뻤다.

텃밭에는 분홍국화 까지 덩달아 피고 있다.

이제 어찌할 수 없는 올해의 마지막
호박과 가지였다.
이런 추위에 가지는 여전히 흉물스러웠고
애호박은 흐뭇할 만큼 예뻤다.

맛있는 양상추 종류는
고라니가 너무 좋아해서
처음 부터 이렇게 가둬놓고 키우고 있다.

요즘 싱싱한 생굴이 시장에 나오길래
굴을 넣고 겉절이식 김치를 담가서
여동생 집에 보내고 싶어서
배추를 뽑아서 반으로 잘라봤더니
이렇게 배추 농사가 잘되었다.

통으로 담그는 배추가 아니고
겉절이식 김치였기에
먹기좋게 썰어서 배추를 소금에 절였다.

짐승같은 못된 손목아지가 텃밭을 다녀간 후
늘 불안함에 안절부절 했었다.
휴일 이틀 동안에 또 그 몹쓸 손목아지가 다녀갈까봐
주말농장 공동 텃밭의

우리밭 쪽으로 작은 문을 내고 열쇠로 잠갔다.

 

텃밭 10년 차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쬐끔은 어이없었지만
그래도 내가 키운 소중한 채소가

몹쓸 도둑님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니 어쩔 수 없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그래도 작은 열쇠 한개가 참으로 마음 까지 든든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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