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기온은 여전히 폭염이었고 조금만 움직거려도 땀이 흐르지만...
그래도 초저녁이 되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귓가에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와
서늘한 바람은 영락없는 가을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걷기운동을 하면서 들판을 한바퀴 돌아보면 어느새 눈꼽만한 가을꽃들이
무성한 잡초속에서 수를 놓은듯한 모습으로 아주 예쁘게 피어나고 있었다.
완연한 가을, 영락없는 가을...!!
얼마나 간절하게 나열해보고 싶었던 글귀들인지?
가을이라는 단어를 낙서하듯 써봐도 그냥 마음속 까지 시원한 느낌이다.
24절기 중 백로(白露)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백로는 흰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이면 밤의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힌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는데...
벌써 부터 이른 아침 텃밭에 가면 찬이슬이 흠뻑 내려 앉기는 했으나
아침부터 푹푹찌는 열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가을이니까 찬이슬이 내리는 것이라고 애써 위로를 하며 가을을 기다리게 된다.
원래 칡꽃은 7월쯤에 숲길에서 예쁘게 꽃이 피는데
늦어도 8월 초에는 향기로운 칡꽃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러나 올해는 7월이 지나가고 8월이 끝나가도 칡꽃이 보이지 않았다.
그것도 폭염 때문인가 나름으로 생각해봤으나
그것은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마을버스를 타고 가면서
칡넝쿨이 우거진 숲을 봤더니 제법 칡꽃이 많이 보였다.
반가움 때문인지, 도중에서 버스를 내린 후, 늘 하던 버릇....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짓을 또 해봤다.
마을버스가 달려가는 숲길 옆에는
다른 식물 보다는 칡나무가 제법 있었다.
넝쿨이 뻗어가면서 칡나무들은 무법천지가 되었다.
그런데 칡꽃이 필 무렵에는
그런 칡나무 무법천지도 반가움이 되어주었다.
그만큼 칡꽃이 예쁘고 꽃향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칡넝쿨이 무성하니까
꽃은 많이 피었으나 모든 칡꽃들이
나무 잎사귀 뒤에 숨어 있었다.
싱싱거리며 달려가는 2차선 도로 옆에서
칡꽃을 사진 찍는 것도 잘하는 짓은 아니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사진 찍는 내가
한심스러웠지만 어쩔수 없었다.
칡넝쿨이 뻗어가는 시골길은
위험한줄 잘아는 나에게 자꾸 유혹을 했다.
칡꽃은 6~8월에
붉은 빛이 도는 자주색으로 꽃이 피는데
숲이 우거져도 칡꽃이 피고 있으면 그 향기로 금방 알 수 있었다.
칡꽃 향기는 아카시아 꽃향기와 너무 비슷해서
꿀벌 치는 사람들은
칡꽃을 아카시아 꽃처럼 밀원식물로 이용하는데
칡꿀은 아카시아 꿀보다 쌉쌀한 맛이 강하나
그래도 칡꿀이 조금 더 비싸게 팔린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칡뿌리와 칡꽃을
갈근 ,갈화라는 약재로 쓰며
감기에 대해서는 갈근탕을 처방한다고 했다.
들길에 아주 작은 꽃들이 제법 피고 있었다.
눈을 크게 뜨지 않으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작은 야생화들은
누가 뭐래도 엄연한 가을꽃들이었다.
며느리 밑씻개풀꽃이 제법 예뻤다.
꽃이름 자체를 들먹이기 싫어서
사진을 찍지 않으려고 했었으나
연분홍빛 꽃 색깔이 너무 예뻤다.
며느리 밑씻개풀꽃의 꽃말은 '시샘 질투'이다.
진짜 가을은 맞는가보다.
수크렁꽃이 제법 눈 앞에서 아는체 한다.
수크렁 꽃말은 '가을의 향연'이다.
돌콩 꽃은 진짜 눈꼽만했다.
접사를 해서 사진을 찍어보니 예뻤다.
돌콩은 재배가 아닌
야생에서 제멋대로 자라는 콩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돌콩의 꽃말은 '자신감'이다.
돌콩은 성장하면서 가는 줄기가
여러 가닥으로 뻗어 올라가기 때문에
어린식물일 때 뽑아주지 않으면
제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무성해서
잡초로 분류한다고 했다.
들길에 익모초 꽃도 예쁘게 피고 있었다.
익모초의 꽃말은
'이로움, 유익, 고생끝에 즐거움이 온다 '였다
논의 벼가 이렇게 생겼을때 뭐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벼 이삭, 벼 나락....
검색을 해보니 벼나락은 벼의 방언이라고 했으나
그냥 벼이삭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올해는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추석에 햅쌀밥을 차례상에 올리게 될런지 괜한 염려가 되었다.
오늘 햇사과 '홍로' 한 상자가 경북 봉화에서 택배가 왔다.
여동생이 사과 산지에서 주문한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햇사과가 진짜 맛이 있었다.
텃밭의 대추나무에 대추가 커져가고 있었고
집 주변 배 과수원에서 배가 출하되고 있으니
계절은 진짜 가을로 접어드는 것 같았다.
이른 추석이라서 조금 염려스러움은 그저 나의 헛된 망상일뿐...
한낮의 무더위는 여전히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아도
가을의 시계는 정확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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