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채소 특히 김장용 배추와 무우 그리고 당근씨를 뿌려야 하는 시기에
폭염과 태풍으로 인한 잦은 비가 자꾸만 시간을 늦추게 하고 있다.
처서가 지난 늦여름의 8월 중순인데, 늦어도 9월 초 까지는
김장용 채소들의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어야 하건만
거꾸로 가는 시계 처럼
태풍 종다리가 다녀간 후로는 또다시 한여름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았다.
가을은 아주 먼 곳에서 찾아오는 길을 놓쳐버린듯,
안전 문자 메세지의 '폭염 경보'는 하루에도 몇번씩 날아들고...
그래서 너무 덥다보니 아직도 밭을 만들지 못하고 있음에 마음만 초조했다.
이때만 지나면 되는데, 며칠만 참고 견디면 가을은 올 것인데
폭염 때문에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한계가 아닌 체력적인 한계인듯 했다.
주말, 토요일과 일요일은 알바 때문에 시간이 없었고
폭염 때문에 밭에 머무는 시간은 매일같이 2시간 남짓이라서
내게 주어진 시간은 촉박하기만 하여 이른 아침 6시에 밭으로 갔었으나
오전 6시의 기온은 바람 한점 없는 29도..
진짜 짜증날 만큼의 무더위는 땀범벅으로 야속하기 까지 했었다.
가뭄이 한달 정도 계속되다가
태풍 종다리 덕분에 비가 자주 내려서인지
잡초는 텃밭을 밀림으로 만들고 있었는데
또 한켠에는 비 덕분에 제 때에 못다핀 꽃들이
다시 새롭게 피고 있어서 보기좋았다.
가뭄 때문에 바짝 타들어가던 밭작물들은
비가 내렸어도 생을 마감하는 것들도 있지만
미처 피지 못했던 꽃들은
생기를 되찾고 예쁘게 피는 꽃도 있었다.
그 중에 상사화가 유난히 예쁘게 꽃을 피웠다.
상사화는 일본이 원산지이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정원이나 주택가 곳곳에서
관상용으로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
상사화 꽃말은 '기대, 순결한 사랑'이다.
이른 아침 텃밭의 나팔꽃이다.
매일 아침에 만나는 꽃이지만
자주 내리는 비 덕분에 꽃이 더욱 싱그러웠다.
가뭄 탓인지 더이상 꽃이 피지 않던
작두콩이
비가 자주 내리는 덕을 보고 있었다.
넝쿨이 뻗어가면서 꽃들이 제법 피고 있다.
작두콩 꽃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한다.
잡초라고 해서 모두 풀을 뽑아냈었는데
어느새 넝쿨을 뻗어서 노란꽃이 피고 있는
여우콩 꽃이다.
생명력이 강한 골치 아픈 잡초였으나
꽃을 피워주니까
야생화라고 봐줘야 할 것 같다.
여우콩 꽃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이른 봄날에 꽃이 피는 뽀리뱅이가
어쩌다보니 폭염속에서 꽃을 피웠다.
뽀리뱅이의 꽃말은 순박함이다.
절대로 씨를 뿌리지 않았는데
꽃이 핀 후 씨가 떨어져서 자연적으로
밭을 만들어 놓은 아욱밭이다.
아욱 역시 가을채소 였기에
씨를 뿌려야 할 시기인데 공짜로 얻은 기분이다.
가을 아욱국은
집나간 며느리가 와도 안준다고 할 만큼
맛있다는 소리가 있으니까
뽑아내지 않고 그냥 놔뒀더니 제법 크고 있다.
봄날 4월 중순에 오이 10포기 심어서
200개 정도 따먹었던 오이 넝쿨이
이제 끝이나고 있다.
열매는 맺고 있으나 더이상의 수확은 불가능...
앞으로 내가 할 일은
넝쿨을 거두고 가을채소를 심어야 했다.
풋호박도 역시 수명이 다 한 것 같았다.
더이상의 호박이 수정되지 않았고
수정된듯 했다가도
조금 크는가 하면 땅으로 그냥 떨어졌다.
그런데 끝이 난줄 알았던 애플수박은
끝을 모르는 것 같았다.
꽃을 피우고, 수정이 되어서 열매를 맺고...
끝물인줄 알았던 애플수박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수정이 되어서
이런 수박이 8개 매달려 있었다.
어찌나 신기했던지
잘익은 수박 6개 따먹은 후
끝물인줄 알고 관심을 두지 않았건만
내가 몰랐던 수박이 또다시 8개...
넝쿨을 걷어야 가을채소를 심는 텃밭인데
어쩔수 없이
9월 한달 정도 익어 갈 기회를 줘야할 것 같다.
지금 텃밭에는 완전히 맨드라미 세상이 되고 있었다.
씨가 떨어져서 자생하는 맨드라미를 뽑아내지 않았더니
모두 요런 상태로 텃밭 곳곳을 예쁘게 했다.
맨드라미 꽃이 수탉의 상징인 벼슬 처럼
붉어지면 가을이 왔음을 뜻한다고 한다.
늦여름에서 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여
늦가을 서리 내릴 때 까지 꽃이 피는 맨드라미는
가을이 되어 밤기온이 떨어지면 꽃 색깔은
더욱 화려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맨드라미의 원산지는 인도 등 아열대 아시아이며
꽃말은 '뜨거운 사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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