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텃밭,가을채소 밭만들기

nami2 2024. 8. 30. 22:40

진짜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텃밭에서 일을 할 때 더 간절했다.
여름이 끝나기 전에, 알게 모르게 진짜 바쁜 사람들은
뙤약볕이라도 마다않고 어쩔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농부들이었다.
더구나 김장채소들은 추워지는 날짜가 있기 때문에 늦여름에 서두르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본다는 것도 텃밭 10년차였기에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요즘 태풍으로 인해 자주 내리는 비는 고마웠으나
텃밭에서 일 할 시간들이 자꾸 뒤로 미뤄진다는 것이 유감스럽기만 했다.

여름 텃밭에서는 누가 누가 이기는가, 보이지 않는 풀과의 전쟁도 한몫을 했다.
폭염 때문에, 비가 내리는 날 때문에, 며칠 밭에 나가지 않으면
밀림이 되어버린 그런 밭에서 풀을 베어내고

이런저런 봄채소들의 갈무리는...너무 힘들다보니

정말 어디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만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 시기만 지나면  또 괜찮은 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또다시 삽질을 하고, 거름을 하고, 밭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오전 6시 눈뜨자마자 밭으로 나가려고 일기예보를 봤더니
오전 8시~9시에 비가 내린 후, 하루종일 흐림이라고 했다.
이런 날은 일하기 딱 좋은 날이었으며, 주말 이틀은 또 텃밭에 결근이었으므로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텃밭 만들기를 꼭 마무리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일기예보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와 하루종일 흐림이라는 예보 때문에

비옷과 우산을 들고, 생수병은 대충 간단하게 준비해서 밭으로 갔더니
비 내리는 것도 날씨가 흐림도  모두 꽝이었다.
가끔씩 바람은 불었으나 햇볕은 쨍쨍, 기온은 30도...그런 무더운 날에
엄청 힘들게 밭 만들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그냥 화가났다.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와
하루종일 흐림이라는 일기예보는
완전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하늘이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맑고 푸른 하늘이지만 기온은 30도였다.

그래도 호박꽃은 예쁘기만 했지만
텃밭으로 갈 때는 예쁘게 피던 호박꽃인데
집으로 돌아 갈 때는 완전 시든꽃이 되어있었다.

엊그제, 쪽파를 심을 때는 비를 맞고 했었다.
비가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보를 믿고
밭에 가서 쪽파를 심고 있었는데
생각치도 않게 비가 내려서
그냥 비를 맞고 쪽파를 심기도 했다.
요즘 일기예보는 청개구리가 된 것 같다.

오이넝쿨을 걷어내야만
김장배추를 심을 수 있었다.

텃밭이니까, 밭이 작으니까
넝쿨을 걷어낸 그 자리에 가을 채소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 바쁘기만 했다.

지지대로 집 짓듯이 해서
오이 넝쿨을 올렸기에
그것들을 철거하는 것도 꽤 시간이 걸렸다.
어제는 바람이 많이 불어줘서
그런대로 철거작업을 무난하게 할 수 있었다.

일기예보가 새빨간 거짓말인 오늘....
밭을 쳐다보니까 그냥 도망가고 싶었다.
삽질을 해서 흙을 뒤집어야 했다.
농사짓는 것 중에서
가장 힘든 일이 삽질이었기 때문이다.

삽질을 하면서 열번 정도 쉬었다.
큰삽, 작은삽 번갈아 하면서
애기 때 젖먹던 힘까지 동원했다.

꼭 이렇게 해야만 살 수 있는 것인가?

 

텃밭지기가 옆에서

자기네 밭의 삽질을 하면서 중얼거린 말이었다.

 

마지막 마무리는 퇴비 거름 뿌리고
호미로 정리를 해야 하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기에 만세를 불렀다.
며칠 있다가 이곳에
김장배추 모종을 심으면 된다.

어떤 새가
참외 씨를 물고 가다가 떨어뜨렸는지
아니면 어떤 바람에 참외씨가 날아왔는지
철조망이 쳐진 묵정밭에 참외가 열렸는데
어느새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참외가 아닐까?
탁구공 정도의 노란 참외가 귀여웠다.

그 참외 넝쿨을 따라서
또하나의 참외가 익어가고 있는데
요녀석은 더 작은 참외인데
노르스름한 모습이 익어가는 중이다.

우리 텃밭 고추밭 옆의 맨드라미꽃이다.
이곳 저곳 씨가 퍼져서 자연스럽게
꽃이 피는 모습들이 예쁘기만 했다.

텃밭을 지나서  집으로 가는 길의 숲에서
칡꽃이 피고 있었다.
칡넝쿨이 나무 위로 올라간채 꽃이 피었기에
사진이 예쁘게 찍히지 않았다.
그러나 오랫동안
기웃거리며 다닌 보람이 있었다.

6~8월에 꽃이 피는 칡나무 꽃은
쌍떡잎식물 콩과의 낙엽덩굴성 다년생 식물로
겨울에는 얼어죽지 않고
대부분 줄기가 살아남는다고 한다.

아카시아꽃 향기, 등나무꽃 향기와 비교해봐도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칡나무 꽃향기인데
올해는 너무 폭염이라서 꽃을 아예 못만나는줄 알았건만
오늘 어렵게 숲길을 지나가면서 만나게 되었다
칡꽃의 꽃말은 '사랑의 한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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