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저무는 가을 들녘의 풍경들

nami2 2023. 10. 25. 22:24

이곳 내가 살고 있는 동해남부 해안가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늦가을과 새봄이 공존하는 세상 같았다.

산책삼아 걷기운동을 매일 처럼 하다보면 지금, 이 계절이 초가을인지
늦가을인지, 아니면 봄날인지 도대체 가늠할 수 없음은
한마디로 요지경 세상속이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었다.

황금 들판이었던 논은 텅 비어서 추수를 했던 볏짚도 흔적 없어졌고
여름날의 모진 비바람에 떨어진 나뭇잎들 역시 흔적 없는 앙상한 나무들인데...
들길에서 만나는 이상한 식물들은 어느 계절의 소속인지 알 수가 없었다.

여름날 텃밭에서 예쁘게 피었던 봉숭아 꽃이

씨가 여물고, 바람에 의해 씨가 떨어져서 발아가 되더니
새싹이 자라나서 꽃을 피우면서 두번째 삶을 영위하는 모습

아무리 자연이라고 해도

흔적없이 사라졌던 봉숭아꽃이 씨에 의해서 또다시 꽃을 피움은..

 

여름 끝자락에 끝물이었던 토마토 뿌리를 뽑아내다가 버리기 아까워서 

튼튼한 줄기를 땅에 꽂아 놓았는데, 그 토마토 줄기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서
토마토 열매가 싱싱하게 커가는 세상...
참으로 어처구니 없었지만 그래도 대단한 것 발견한 것 처럼
호들갑과 함께 즐거워 하는 내가 덩달아 바보 같아서 우습기만 했다.

만추의 계절을 앞둔 이 계절에 주변의 풍경은  자꾸만 쓸쓸해져 가는데
한켠에서 새롭게 봄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은

너무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그 반가움을 외면할 수 없었기에

소속 모르는 식물들과 함께 즐거워 하면서 바보가 되는 것도 괜찮은 것인지?

계절 속에서 정상적으로 꽃이 피는

가을날의 국화꽃은 볼수록 예쁘기만 했다.

봄 부터 자라나서 꽃이 피었기에 향기도 그윽했다.

 

어느집 마당가에 피고 있는 아스타꽃도
이제는 원예용 외국꽃이라고... 외면하지 않은채
예쁘다고 자꾸 들여다보는 가을날이다.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피는
하얀 '으아리'꽃을 만나서
이 계절에 어쩐일이냐고 반가워 해봤다.

물가에서 피고 있는 왕여뀌는

초가을꽃에 피는 꽃이었으니까, 아직은...그러려니 했다.

계절적으로 6월에 피는  
하얀 백합꽃을 이 가을에 만났다.
그래도 우선은 반갑기만 했다.

그런데 오늘 우리 텃밭에는
제 2의 삶을 살아가는 봉숭아꽃이 피고 있었음에 너무 신기했다.
여름날에 꽃을 피웠던 씨가 땅에 떨어져서 발아되어

새싹이 나오고, 그것이 자라서 또 꽃을...
아마도 조만간에 우리 텃밭은 봉숭아 꽃밭이 될 것 같았다.

4월에 피었던 야생화 양지꽃이

내년 봄을 위해서 여름내내 정성을 들여 키웠더니
텃밭 한켠에서
또다시 새롭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밭 한켠의 뽕나무에서는 오디 열매가 나와서
익어가고 있는 모습이 진짜 신기하기만 했다.

그리고 빨갛던 오디는 까맣게 익어가서
몇개 따먹기도 했는데

달착지근한 맛이 제법 맛이 있었다.

그러고보면 진짜 세상은 요지경속 같았다.

 

여름 끝자락에 토마토 뿌리를 뽑아내면서 

아쉬움 때문에 줄기를 흙속에 꽂아 놓았더니

그것이 자라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튼실한 토마토가 열려서 너무 신기해 보였다.
11월에는 아마도 토마토가 익지 않을까?
은근히 토마토 익기를 기다려보는 나 역시도
염체없는 바보....!!

토마토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그런데 이 계절은 10월 중순이라는 것

늦은 오후에 들판을 한바퀴 했더니
이런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봄꽃이 피고 있는 우리 텃밭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
이곳의 계절은 늦가을이라는 것이 또다시 아리송이었다.

하얀 억새와 노란 '서양미역취' 꽃이 있는

들판 풍경은
아주 전형적인 늦가을 풍경이라는 것이 아름답기만 했다.

저물어 가는 저녁 해와
억새가 있는 풍경 또한 봐줄만 했다.

한적한 시골동네 길을 따라서
저녁 산책을 하는 기분도 꽤 괜찮았다.
찬바람은 약간 싸늘하게 했지만
달려드는 모기떼도 없었고, 땀도 나지 않는
쓸쓸한 가을 저녁은
그런대로 분위기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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