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고 하던지 말던지
계절은 본격적으로 깊은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다.
점점 하루가 다르게 싸늘해지는 날씨는 물론이고
이른 아침에 흠뻑 내려앉는
찬이슬 또한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누구와 약속을 한 것도 아니지만 매일같이 만보의 걷기운동은
내 나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들판 길을 걷다보면 바쁘게 추수를 하면서 생겨나는 텅 빈 논과
고구마 캔 흔적들의 헝크러진 모습...
그 모든 것들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주 깊은 가을임을 알면서도
웬지 마음까지 휑해진다는 것은 또다시 한 해가 속절없이
저물어 가는 것이 그다지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봤다.
그래도 가을이라고 보여주는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들속에서
예전 어린시절의 풍경들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었는지
마음만은 가을 한복판에서 평화로움으로 머무는 것 같았다.
텃밭 한켠에 피고 있는 부지깽이 나물꽃에서 깊은 가을을 느낄수 있었다.
예전 어린시절에는 이 꽃도 이름모를 들국화라고 불렀었는데
지금은 세상이 너무 똑똑해져서 꽃들의 이름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한여름에는 오후 5시에 꽃이 피어서
이튿날 해가 뜨기 전에 꽃이 지던 분꽃이
텃밭에서 가을과 함께 살아가면서 느긋해졌다.
오전 8시 까지도 이슬을 흠뻑 맞은채
꽃이 머물고 있는 모습이 예쁘기만 했다.
예쁘게 생긴 노란 달걀이 나무에 매달린듯...
반가움으로 사진 찍은 열매는 시계꽃 열매였다.
8월에 찍어놨던 시계꽃이다.
시계꽃은 열대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여러해살이 덩굴성식물이다.
꽃은 6~8월에 피며,열매는 가을에 노란색으로 익는다.
원래의 시계꽃 꽃말은 '성스러운 사랑'인데
브라질에서 시계꽃의 꽃말은 '정열'이라고 했다.
시계꽃의 열매는 '패션푸르트'라고 해서
과일처럼 그냥 먹거나
청으로 담가서 요리에 쓰인다고 한다.
어느집 앞의 석류가
꽃처럼 아름답게 익어가고 있었다.
정성들여서 키운 흔적이 역력했다.
석류가 익어가면 가을이 깊어간다는 말이
맞는말 같았다.
열매가 어찌 그리 예뻐 보이던지?
들길의 어느 과수원집 사과가
점점 맛이 들고 있는 것 처럼 보여졌다.
사과 따는 시기는 11월인데...
아직은 먹음직스럽지는 않았다.
들판의 코스모스가
풍성하지는 않았어도 자연스러워 보였다.
코스모스는 늘 가을 들판에 있어야만
잘 어울리는 꽃처럼 인식이 된듯하다.
들길에 한켠에 핀 과꽃
과꽃의 꽃말은 '변화 ,추억'이다.
요즘 들판의 아름다운 풍경은 당연히 황금들판이다.
그 주변에 노랗게 꽃이 피어 있어서
돼지감자꽃인줄 알았더니
처음 들어보는 '좁은잎 해바라기'라고 했다.
언뜻, 황화 코스모스 같기도 했고
돼지감자 꽃 같기도 하는데
이 꽃의 이름은 '좁은잎 해바라기'라고 했다.
분명 어느 나라에서 꽃씨가 들어온 것 같았다.
어느집 앞의 장독대가
그냥 정겨움으로 보여졌다.
요즘은 이런 모습도 잊혀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를 쫒기 위함인지
고라니 때문에 만들어 놓은 것인지
채소밭의 허수아비가 반갑고 재미있었다.
과연 고라니가 무서워 할 것인가 의문이다.
그물망으로 울타리를 만든 것으로 봐서는
이 댁도 고라니 때문에 골치가 아픈 것 같다.
이 계절에 하나 둘 사라져 가는 누런 황금들판이다.
어제는 있었는데 오늘 나가보니 없어졌고
내일은 머물고 있겠지만
다음 주에는 또 없어질 누런 들판은
그래도 이곳이 남쪽지방이니까
아직은 존재한다는 것에 우선 감사할 뿐이다.
언제봐도 아름다운 가을 정취의 누런 들판이지만
곧 텅 빈 들판이 된다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이라고 마음을 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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