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국화 향기 그윽한 텃밭에서

nami2 2023. 10. 31. 22:39

매일같이 뭐가 그렇게 바쁜 것인지?
빠르게 지나갔던 시간들은 어느새 시월의 마지막 날을 장식했다.
하루 해가 서산 마루에 걸리면, 그때 부터 바람은 더욱 싸늘해졌고

어디선가에서 창문 틈새로 날아드는 밤의 향기는
짙은 가을 향기가 되어서 가슴속을 파고드는 그리움의 향기가 된듯 했다.

가을 채소들이 잘 자라고 있는 텃밭에는

요즘 그다지 크게 할 일이 없어서 오랫만에 채소들에게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려주려고 가봤더니
텃밭 입구 부터 풍겨오는 국화의 그윽한 향기가
사람의 마음속 까지 깊은 가을로 끌어들이는 것이 꽤나 분위기 있었다.

주변의 곳곳에서 장식되어 있는 화분속의 국화꽃들은

풍성하고 아름다웠으나, 국화 향기는 그다지 매혹적으로 느끼지 못했는데....
봄부터 가을까지 모진 비바람 겪어 가며, 텃밭에서 어렵게 자란 국화에서
풍겨지는 꽃향기는 말로 표현을 못할 만큼 대단함을 느끼게 했다.

오랫만에 텃밭에 나가서  일주일 동안 못했던 일을 하려니까
텃밭은 국화향기로 가득했고, 씨를 뿌린 것  처럼 가을냉이가 지천이었다.
그에 못지않게 자라고 있는 잡초들은

여름날 처럼 무성하지 않았다는 것이 좋았으며
이렇게 저렇게 계절과는 상관없이 피고 있는 꽃들 까지도
국화향기에 푹 빠져들다보니 모두가  참으로 예뻐보이기 까지 했다.

국화의 어린싹이 나오던 이른봄 부터

잡초속에 휩싸여서  관리 소홀 되었던
텃밭의 국화들이 약속이나 한듯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10원 짜리 동전보다 조금 작은 소국(小菊) 꽃송이들이
다닥다닥 피고 있으니까
주변의 꿀벌들은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국화 향기가 텃밭 가득 그윽하게 풍기는 꽃은 '산국'이었다.
진짜 들국화라고 불렸던 산국은 국화 향기가 짙다는 것이 좋았다.

텃밭 가장자리에 심어 놓은

아주 작은 꽃송이들의 국화가 향기를 엄청 내뿜고 있었다.

따끈한 국화차라도 마시고 싶다는 충동이었다.

산국은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로서
식재료로 사용할 때는 꽃으로 술을 담그거나

어린잎은 나물로 먹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화차로 마시려고 한다면 약간 독성이 있으며

또한 쓴맛이 강하다고 했다.

산국의 꽃말은 '순수한 사랑'이다.

이 꽃은 국화차를 만드는 '감국'이다.

감국은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며
독성이 없이 식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산국보다는 약간 꽃송이가 크며, 역시 향기가 짙었다.

 

동의보감에서 감국은 맛이 달고 성질이 편하며
위와 장을 편하게 해준다고 했다.
감국의 꽃말은 '가을의 향기'였다.

텃밭 한켠에서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는 '대국'이다.
좀 더 활짝 꽃이 피면 꽃송이가  더 커질 것이다.

꽃송이가  산국보다는 10배
감국보다는 7배 정도 큰 '대국(大菊)'이다.

해안가 주변의 텃밭에서 국화를 키우기는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비, 바람 ,장마 ,가뭄, 태풍, 폭염...
그것들을  물리치고 아주 예쁜 꽃은 피우고 있다는 것이 대견했다.

그래도 꽃을 피우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던 것도 누군가에게 칭찬 받고 싶어졌다.

 

대국 주변에는  산국의 꽃봉오리들이 넘쳐났다.

그 이유는

산국이 너무 자라서 무성했기에  낫으로 베어냈지만

그냥 버리기에 아까워서 아무곳이나 꽂아놨더니

그것들이 자라서 꽃을 피우면서

대국과 산국이 섞여서 살아가는 풍경을 만들게 되었다.

 

꽃집에서 구입한 꽃을 선물받았기에 텃밭에 심어놨더니

원예용 국화꽃은 국적을 모르지만 예뻤으나
산국 보다는 향기가 약했다.

텃밭 한켠에서

익어가는 대봉감이 시간이 갈수록 먹음직스러웠다.

아직은 떫은 땡감인데
까치가 먹어보고 나서 다시는 오지않았다.
아직 떫은 맛이 가득했기에
말랑 말랑 홍시가 될 때 까지 기다리고 있는것 같았다.

단감이었다면
까치가 감을 그냥 놔두지는 않았을텐데
떫은 감이라서 흠집이 없어 보였다.

텃밭에 심겨진 하얀 국화꽃
그러나 향기가 거의 없었다.

텃밭에  심어놓은 '해국'이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쪽파 밭 가장자리의
해국과 쑥부쟁이 꽃의 예쁜 모습이다.

두번째 삶을 이어가는 봉숭화꽃은
씨를 바람에 의해 떨어뜨리고 사그러졌었다.
그러다가 떨어진 꽃씨가  싹을 만들고 자라서
이 가을에 다시 꽃을 피운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봄날 4월에 아주 예쁜 꽃을 피웠던 붉은 찔레꽃이
다시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는  계절은
깊은 가을로 내달리는 10윌의 마지막 날이었고
한시간만 있으면 11월 첫날이 된다.

앞으로는 따뜻해질 날 보다는 추운 날이 더 많을텐데

이렇게 예쁘게 꽃을 피우면 어쩌라는 것인지

우선은 예뻤지만

하룻밤새에 서리라도 내린다면 끝장....그냥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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