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통도사 오래된 고목나무들

nami2 2023. 8. 17. 22:42

이제 부터 집에서 에어컨 켜는 것은 올 여름에는 끝이난 것 같았다.
선풍기를 켜면 춥다는 생각이고
선풍기를 켜지 않으면, 조금 답답하다는 느낌인데
그래도 답답함을 면하기 위해서 꾹참고 선풍기를 켜놓으면
따뜻한 물 한잔 먹고 싶을 만큼의 추위가 느껴진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계속해서 시원한 바람과 하루가 멀다하고 기온이 내려가는 것이

아마도 이땅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이방인 처럼 떠도는 태풍의 영향이라고 자꾸만 핑계를 댔었건만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진짜 가을이 아닌가를 생각해본다.

오늘은 양력 8월17일이며, 음력으로는 7월 초이튿날이다.
어제 초하루에는 집에 이것 저것 바쁜 일이 있어서
초이튿날인 오늘 절집으로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통도사 산문으로 들어서면서 뜻하지 않게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더울 것이라고 시원한 여름 옷차림으로 갔던 것이
안개비는 감기들을 만큼 기온이 떨어져서  낮 최고 기온은 23도였다.
기온은 23도 그리고 안개비

시원한 여름 옷차림과 준비해서 가져간 냉커피와 얼음물...
순간적으로 피부에 추위가 느껴졌으며
발이 시리다는 느낌에 약간 당황했던 날이었다.
추위를 느끼면 발부터 시려온다는 것이 주변에서 놀림을 당하지만
체질이 더러워서 라고... 반문하면서 늘 웃음으로 핑계를 댄다.

통도사에는 아주 오래된 나무들이 제법 많았다.
통도사 창건연도가 신라 선덕여왕16년(646년)때이니까
천년이 넘은 나무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나 세월의 무게가 있는 나무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울창한 나무 숲에서 울어대는
새소리도 그렇고, 매미소리 또한 다큐 프로에서

자연의 소리를 녹음 한 것을 듣는 것 처럼

울창한 나무 숲에서의 휴식은 시간을 잊을때가 있었다.

일주문 주변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특이해서 눈여겨봤더니
오래된 고목들의 정비 작업을 하는듯 했다.
알게모르게 썩어가는 나무들을 손질하는 것 처럼 보여졌다.

통도사 경내에서  볼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 들여다봤더니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그러나 나무는 우람했어도
속 빈 강정 처럼 텅 빈 모습이 그냥 짠했다.

 

성보박물관 앞의 커다란  나무...!!
무슨 나무인지  20여년을 그 앞으로 다니면서도
그동안 눈감고 다닌 것 처럼 생각이 나지 않았다.
늘 나무는 그자리에 변함없이 서있으니까
무탈한채 세월을 잘보내는줄 알았다.

사계절 예쁜 모습으로
봄에는 연두빛으로  여름에는 초록의 싱그러움
가을에는 단풍이 예뻤고 겨울에는 나목으로도 참 멋진 나무였는데...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서 텅빈 나무가 되어 있는줄은 몰랐었다.

나무를 수술하듯
썩어가는 나무 속에서 파낸 부산물은 굉장했다.

나무 속에서

이렇게 많은 부산물들이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몸 속이 썩어가는 줄도 모른채

꽃을 피우고 단풍을 물들게 했음에 자꾸만 마음이 짠해졌다.

 

손으로 만져보니 송진 같기도 했고
빈 껍질만 남긴채 몽땅 속을 들어내는  

나무의 부산물들을 보면서
마음은 자꾸만 숙연해졌다.

 

또하나의 수술대 위에 올라간 나무는
벚나무가 아닌가 올려다봤다.

갈기갈기 찢긴 누더기 처럼...
그래도 뿌리는 튼튼했고
나뭇잎도 싱그러움 그 자체였다.

속이 텅 빈 강정...
세월의 무게는 속일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스님 옆을 지나치면서
나무의 일생을 생각해봤다.
통도사의 모든 것을 오랜 세월, 묵묵히 지켜봤음에도
떠날때는 소리 소문없이  사그러지는 것에 할말이 없어졌다.

나무속에서 쏟아져나온  썩은 부산물을 보더라도
무던한 세월을 묵묵히 지켜왔음을 알 수 있었다.

일주문 앞의 썩은 고목나무는
형체가 거의 스스로 사그러들고 있다.
죽어서도 통도사  일주문을 지키는 수문장같았다.

이 나무의 형태가 없어지기 시작한 햇수는 거의 10년 가까이 되었다.

 

일주문 뒷쪽의 고목나무는
예술적 가치가 있을 만큼 경이롭기 까지 했다.

알 수없는 버섯들이 다닥다닥...
세월의 무게에 짓눌렸어도

오래된 고목나무는 그 자체가 아름다웠다.

 

나뭇잎도 없어지고
나무 속도 텅 비였고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 처럼 보였지만
나무는 고사목이 되었어도, 베어내지 않고
스스로 사그러들 때 까지

그 자리를 지키게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99세의 어르신을 뵙는 것 같은 느낌이다.

 

쉼없이 흐르는  일주문 옆 개울가에는
울창한 나무들이 많이 있었다.

더러는 그늘도 만들어주고
새소리, 바람소리도 듣게 해주며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으로 오랜 세월의
통도사 터주가 된 것은 좋은데...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서
속이 텅 빈 강정 같은 나무가 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뿌리와 잎은 멀쩡하건만
나무 속에서 그렇게 많은 썩은 부산물이 나온다는 것이
참으로 놀랄 만큼의 충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