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자꾸만 꽃이 피는 2월, 겨울날

nami2 2023. 2. 16. 22:32

달력을 넘겨보니 윤달 2월이 다소곳하게 들어 앉아 있었다.
2월이 두번이라는 것....
그래서 그런지 날씨는 며칠째 비는 오락가락 이고, 바람은 너무 심해서  

한기가 옷깃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은  추운날이 계속 되었다.

다른 해에는 이맘때 텃밭에서 봄농사  준비로 한창 바쁠때인데
올해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냥 은근하게 움츠려드는 추위 때문인지

월동을 했던 채소들도  봄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 어정쩡한 모습이었다.
흔히 말하는 꽃샘 추위겠지 하면서
할 일없이 텃밭을 기웃거려보지만 심란스런 겨울비는
질척거려서 한 발자국도 들어갈 수 없는 밭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추위속에서도 자꾸만 꽃이 핀다는 것이 이상했다.
매화와 동백꽃만 존재하는 세상 처럼, 꽃들은 날마다 참 예쁘게 피고 있었다.

겹동백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껴보는 우중충한 겨울날이다.
그래도 화사함에 또한번 눈여겨 보게 되었다.

장미꽃을 닮은 겹동백도
날씨가 우중충해서인지 흘낏 쳐다보고 지나치기에는

너무 예쁜 모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도 누가 뭐라고 해도 홑동백은

외면할 수 없는 단아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서인지

모든 사람들이 겹동백 보다는 홑동백을 더 좋아 하는 것 같았다.

 

도심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시골도 아닌
내가 매일같이 걸어다니는 집주변이다.

 

봄날 처럼 꽃이 피고 있는 풍경앞에서는
겨울도 비켜가는 것 같지만
요 며칠 날씨는 아주 엉망진창이었다.

 

매화꽃 앞에서 매일 같이 서성이는 이유는
아직은 추운 겨울이기 때문에
못본척 하기 아까워서....라고 말 할뿐이다.

설중매를 그려놓은  한폭의 수묵화 처럼 보여졌다.

날씨가 흐린탓...

 

늦은 오후의 기장역 주변에서...

시골동네를 한바퀴 돌다보니
매화는 어느새 주택가에 까지 파고들었다.

그냥 생각없이 동네 길을 걷는 것이 멋적어서

사진을 찍으며 잠시 혼자만의 즐거움에 빠져본다. 

 

전형적인 봄날의 시골풍경처럼 보여졌다.
그러나 기온은 영상 2도 정도의 으시시하게 한기를 느끼는

겨울 끝자락, 2월 중순이다.

어느집 벽화 앞에서 발이 멈춰졌다.
순전히 벽에 씌여진 글귀 때문이었다.

*얼렁뚱땅 그린 그림은

  얼렁뚱땅 살고싶어서이다.*

그림 자체도 자세히 보니 재미있었다.

 

벽화가 그려진 허름한 집 벽에

사람들이 와글와글이다.

꽃인줄 알고 들여다봤더니 온통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찡그리고, 화를 내고, 무표정....

슬픈 얼굴속에는 웃는 사람도 더러는 눈에 띄었다.

 

어느집 마당가에 놓여진 플라스틱 화분에서
히야신스 꽃이 예쁘게 피고 있었다.

비를 맞은 모습이 역력했지만
날씨는 추운데 어찌 저리도 화사한지?
아직 봄이 아닌데, 우선 꽃을 피웠다는 자체가 신기하기만 했다.

지인집 텃밭에 청매화가 참 기품있게 피고 있었다.
날씨는 추운데...라는 말이 입버릇이 된듯 했다.
그만큼 꽃샘추위는 심했건만

꽃을 피운다는 것이 신기하고, 꽃은 예쁘고, 향기는 그윽했다.

 

언제봐도 아름다운  청매화!!
매향 까지도 예쁜 것 같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요즘 매일같이 9,000보 걸음을 걷고 있다는 것이 우스웠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몇 년 동안 10,000보를 걷고 있는 친구가

암 진단을 받아서 수술을 끝내고,힘겨운 방사선 치료 24번을 받고나서
또다시 하루에 꼭 10,000보를 걷는 모습을 보았다.

매일 같이 10,000보를 걸었던  노력의 댓가치고는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핀잔겸 걱정을 해봤으나,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친구의 씁쓰레한 표정... 

진짜 무엇을 위한 걸음인가 심란스러워 하면서
나또한 매일같이 9,000보 걸음을 걷는 이유를 모르겠다.
건강을 지키려는 것도 있겠지만
건강보다는 혼자라는 외로움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 친구 역시 혼자라는 것의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늘 걸음 걷는 것으로 즐거움을 찾았는데, 결국에는 암환자가 되었다.

아파트 주변 시골동네 길을 걸으면서

하루 해가 꼬박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어스름한 저녁인데
나의 걸음 역시 건강 때문만은 아닌 것인가 생각해본다.
그냥 걸음은 시간 때우는 도구가 아닌가, 애써 핑계를 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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