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매향이 있는 2월, 들길에서

nami2 2023. 2. 13. 22:33

겨울 가뭄을 해소해줘서 고맙기만 했던 단비가
이제는 봄을 마중하는 것 같은 포근한 봄비가 되어서
며칠째 들판을 촉촉하게 해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직은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은 들지만
비 내린 끝에 꽃샘 추위가 오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을 해봤으나
들길을 걸으면서 느껴지는 매화향기 때문인지
봄은 어느새, 집주변 가까이 와 있는듯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텃밭을 가꾸는 사람으로서의 머리속에는
밭 농사 지을 생각으로 마음이 꽤 바쁘기만 했다.

하루에 한번씩 걷기운동  때문에 지나다니는 들길에서
매화가 피어나는 것을 관찰하듯,

매일 같이 들여다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틀동안 내린 비와 그다지 춥지 않은 날과 어우러지다보니
날씨에 의해서 봄이 떠밀려온 것 처럼
잠시 멈춤했던 수수알갱이 같은 홍매화가 팥알갱이 처럼 부풀더니
어느새 빨간 팝콘처럼...

꽃봉오리속에서 탁탁 튀어나오는 꽃송이가 진짜 예쁜 봄날 같은 2월이다.

집주변 들판에서빨갛게 핀 홍매화에게 문안인사를 여쭙게 되었다.

 

좁쌀만한  꽃알갱이가 생겨난지 한달 전쯤
봄을 마중하는 겨울비 덕분에 꽃알갱이가 수수알 만큼 커진다고 했더니
어느새 활짝 핀 홍매화를 사진 찍게 했다.

내 키만한 나무에서
편안하게 꽃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홍매실 나무는

밭에 심겨진지 2년 남짓 된 초년생 나무였기 때문이었다.

멀리  희미하게 우리 아파트가 보였다.

이곳 홍매실 밭은 2년전만 해도
개구리소리가 아파트 까지 들려왔던 논이었다.
누런 가을 풍경속에서 메뚜기가 날아다니던 참 멋진 곳이었는데
어느순간 매실농장으로 거듭난 것이  아쉽기만 했었다.

농사를 지으시는 어르신들이 저 세상으로 떠나던가 요양병원으로 가시면서

논이 과수원으로 지목 변경되면서

그것도 가장 흔한 매실밭으로 자꾸만 늘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몇년 정도 지나면 집 주변은
빨간 홍매화가  멋스럽게 피는  또다른 풍경이 된다는 것이다.

 

어느 곳이든지 혼자라는 존재는 외로움 덩어리인 것 같다.

 

 

아직은 핀 꽃 보다는 피어야 할 꽃들이 더 많은 홍매화였기에

아마도 2월 말 까지는 끊임없이 꽃이 필 것 같았다.

 

조선시대에는 여성들에게 순결과 정절의 중요성을 강조했었기에

그 때에도 매화에 비유되었다고 하며

그래서 베개나 은장도에도 매화문양을  그려넣었다고 하는데

홍매화의 꽃말은 '정조'라고 한다.

 

 

집주변의 들판은 해마다 논이 과수원으로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왜 사람들은 지목을 과수원으로 바꾸면서 

매실나무를 심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메뚜기가 뛰놀던 드넓은 논들이 모두 매실밭으로 변한다는 것...

그래서 매화마을이 있는 원동이나 광양으로 

관광을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 좋은 일인지는 아직은 생각해보지 않았으나

봄이 되기전에 활짝 핀 매화를 본 다는 것만으로는

우선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청매화도 본격적으로 예쁘게 피는 계절이 된듯 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종류(청매화, 홍매화, 백매화, 만첩매화, 분홍매화)의

매화중에서는 '청매화'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인지

청매실 나무 앞에서는 은근히 발길을 멈춰설때가 많아졌다.

 

청매화는 홍매화 보다는 약간 꽃피는 것이 늦어지지만
연두빛 알갱이가  활짝 필때 쯤에는
꽃샘 추위가 넘나드는 들판은 완연한 봄으로 바뀔 것 같다.

청매화  향기가 코 끝을 자극했으나
날씨가 흐림이라서 그다지 돋보이게 예쁘지는 않았다.

그래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되어 주었다.

 

파란 하늘과는  더 잘어울 것 같은 청매화는

날씨가 며칠째 흐려서 아쉽기는 했으나
그래도 짙은 향기가 마음을 설레게 했다.

매화는 벚꽃보다는 단아한 아름다움을 지녔으나

배꽃 보다는 약간 밋밋함이 있지만

그 어떤 꽃보다 그윽한 향기가 으뜸이라는 것을 꼽을만한 꽃이다.

 

   만첩 백매화

공원길을 한바퀴,  두바퀴  걷기운동을 할 때마다  

풍겨오는 매향은
2월13일이라는 겨울 끝자락과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그윽했다.

나무 전체에 꽃송이가  활짝 피었다.
이제는 하얀 꽃눈이 내릴 일만 남았다.

차거운 하얀 눈보다는
부드럽고 향기가 있는 꽃눈이 내리는 모습도 괜찮을 것 같았다.

언덕 위에 백매화가 흐드러지게 피고 있었다.
다른 지방에서는  아직도 추운 겨울이건만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에서는 이렇듯 매화가 활짝 피어서
꽃눈이 내릴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꽃소식을 전해주고 싶어졌다.
아직은 음력 정월이고, 추운 겨울날이면서
24절기상 '우수(雨水)'가  일주일 앞두고 있는

2월의 어느날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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