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여행

기장읍성 주변 돌담길에서

nami2 2022. 6. 28. 21:30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듯, 어제 이어서 오늘도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이틀째 텃밭에 나가지 못하고  안절부절 ... 방콕이라는 것이 얼마나 지겨운 것인지?

늘 바쁘게만 살다가,  한번도 따분함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 처럼,  뒹굴뒹굴 하면서 쉼없이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그토록 가뭄이 심해서, 비 한방울 내려주지 않았던 인색한 하늘은 시도때도 없이 빗물을 쏟아 붓고 있었다.

 

된장에 찍어먹는 아삭이 풋고추도 따야하고, 잘여문 강낭콩도 따야하며, 빨갛게 익어가는 방울토마토는 ....

또 오이는 얼마나 컸는지, 애호박은 시기를 넘기면 맛이 없을텐데

머릿속은 온통 텃밭에 가있건만,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은 멈추지 않고  이틀째  바쁜 발걸음을 묶어놓았다.

도랑으로 넘쳐흐르는 빗물은 어찌 감당해야 할런지?

애써 가꿔놓은  텃밭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놨을 것 같은, 괜한 걱정에  또다시 안절부절 하니, 입맛 까지 씁쓸했다.

 

장마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얼마 전 부터, 이곳 저곳에서 능소화가 피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어디를  가더라도  멋스러운 풍경이 되어주는  능소화 덕분에  심심치 않는 산책길이 되고 있다.

 

오후가 되면서 , 내리던  비가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기에

찌뿌듯해진 마음을 기분 전환시키기 위해서, 그냥 발길 닿는대로  동네 한바퀴를 돌아보았다.

유난히 '비파나무'가 많다고 생각되는, 오래된 집들이 있는  골목길 앞에  멈춰섰다.

집 주변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 기장읍성이 있는  곳이다.

 

기장읍성 주변의

오래된 한옥들이 있는 마당가에는   노란 비파나무 열매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낡은 한옥 옆에서 지킴이가 된듯, 비파열매는  주렁주렁....

 

정말 오래된 돌담 주변에도 역시 비파나무의 열매는  멋진 풍경을 만들었다.

쓰러져가는 한옥의 기와지붕도 빛이 바랜 모습이다.

 

현대와 근대가 공존하는 곳 처럼 보여졌다.

멀리 보여지는 도심의 풍경과  낡은 한옥 옆의 비파나무 열매...

가급적이면  도심 풍경은 사진 찍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수없이 풍경은 카메라 속에 들어와 있었다.

 

숲이 우거진 곳에도 역시 비파나무 열매는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는데

집은 빈집이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을 지키는 뜰 앞에는 감나무도 보였고, 목련나무도 보였다.

 

                    개모밀덩굴 꽃

 

어느집 담장 너머에서

잎이 수국을 닮았기에 , 들여다 보았더니 꽃이 생소했다.

이곳 저곳을 검색해보니 '별수국'이라는 꽃이다.

처음 보는 꽃이지만 예뻤다.

 

                        클레마티스

 

이 집 앞에는  뽕나무 열매 '오디'가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많이 매달려서

나무 줄기가 담장 너머로 휘어져 내렸다.

오가는 사람들이 뽕나무 열매를 따먹으면서 걸어 가기에 , 덩달아 한줌 따서 입에 넣어봤다.

 

빗물 때문인지

후줄근 해진 접시꽃이 제멋대로의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동네 한귀퉁이에서  바라보니 아직은 봐줄만 했다.

 

낡은 고가들이  늘어선 좁은 골목길에서 

붉은 접시꽃은 화사함으로  골목길을 비쳐주는 등불 처럼 보여졌다.

 

기장읍성이 있는,  도심속의  오래된 집들  주변에는  '다방'이 존재하고 있었다.

예전 80년도의 어느 시골, 역전 앞에 있는듯한  간판이 눈 앞에 있었다.

영업중인  다방에 들어가서,  따끈한 쌍화차 한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산마루 다방 옆의 

허물어져 가고 있는 낡은 고가 주변은 온갖 꽃들이 쓸쓸함을 달래주는듯 보여졌다.

 

100년도 더 되었을 것 같은 낡은 한옥의 돌담 위로 풀들이 무성했다.

방치된듯 했으나....

그러나 깔끔은 아니지만, 누군가 관리를 하고 있는듯 보여졌다.

 

                 기장읍성 주변의 돌담

 

 

이 집은 근대건축물로서 문화재 구역인듯,  대문 앞에 작은 문패가 붙어있었다.

문화재 몇 호, 근대 건축물....

 

기장읍성 주변의 돌담길을 걸어보았다.

허물어진 곳은 보수를 한 흔적이 남아 있으나, 역시 쓸쓸함이 있는  돌담길이었다.

 

기장읍성은  고려말에서 조선 초에

왜구의 빈번한 침략으로 부터, 기장현의 각종 시설과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돌로 쌓은 성이라고 한다.

 

허름한 한옥의 돌담을 담쟁이 넝쿨이 에워쌓았다
조금 더  여름의 시간이 흐르면 담쟁이 넝쿨속에  집이 완전히 갇혀버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조 한 귀절에 있는  '녹음방초' 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녹음방초는

잎이 푸르게 우거진 숲과  향기로운 풀이라는 뜻으로, 여름철의 자연 경치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