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금정산 파리봉의 기암괴석

nami2 2022. 5. 3. 23:42

한동안 초여름이라고 생각했던 4월의 날씨가  5월로 접어들면서 거꾸로 가는 세상이 된듯 했다.

한낮의 기온이 25도 넘나들면서 봄이 껑충 뛰었다고 입방정 떨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요즘 한낮의 기온은 18도였고, 밤의 기온은 8~9도 였다.

날씨의 변화가 그렇게  요상해지니까,

애쓰게 심어놓은 여러가지의 채소 모종들이 냉해를 입고 있다는 것에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심어놓은 모종의 뿌리들이 활착을 하기 전에, 추위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 꼬라지를 보려니 은근히 화가났다.

그래도 나혼자만 겪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저렇게 스트레스 받는 것은 사실인 요즘

비는 왜그렇게 자주 내리는 것인지

한동안 예쁘게 피던 꽃들이, 잦은 비에 후줄근 해진다는 것도 못마땅 했지만 

아카시아꽃이 피고 ,찔레꽃이 피고, 넝쿨장미꽃이 피기 시작하는 계절은 분명 5월인데....

 

미뤄두었던 숙제의 사진 속은 진달래꽃이 예쁘게 핀 4월초의 풍경이라서  약간은 헷갈리는 느낌이 든다.  

 

금정산 파리봉에서 하산을 한 후, 여유롭게 왔던 길을  되돌아볼 때의 기분은

'또한번 해냈다'라는 성취감이  산행하면서 가졌던 피로까지 싹 풀어지게 하는 것 같았다.

 

파리봉의 고도는  해발615m로  부산 광역시 금정구 금성동과 북구 화명동의 자연 경계를 이루고 있다.

파리봉 전망대에 고성능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어서

산의 아름다운 경관과 시내 전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특히 낙동강과 김해 평야의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금정산 파리봉 정상석(해발615m)

 

파리봉 정상에서 바라본 동쪽 산은  좌측 중앙에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801,5m)

그리고 금정산 원효봉(687m)과 의상봉(620m)

 

파리봉 기암괴석 틈새에서....

 

예전에 이런 데크가 없었다면 어떻게 하산을 했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아찔한 기분이었지만, 기암괴석 틈새로 내려오는 기분은 묘했다.

천하의 겁쟁이가 다리는 덜덜 떨렸고, 정신은 왔다갔다 혼비백산 직전이지만

동행한 일행들이 든든했었기에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파리봉의 돼지머리 바위라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보여질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돼지머리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바위앞에 산성막걸리 1병과 북어 한마리, 사과 1개, 배 1개  놓고 산신제 지내면 되지 않을까

그냥 웃어보았다.

 

상계봉에서 파리봉으로  능선을 넘어 오면서

이런 암봉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어째튼 산을 내려가려면 이곳을 지나가야 하는 절박함이었지만, 든든한 일행 덕분에

스릴이 있는 멋진 체험도 해봤다는 것이 정말 중요했다.

그리고는 두번 다시 파리봉에는 절대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 그냥 웃어보았다.

 

파리봉의  '파리'는  순우리말로 유리 또는 수정을 뜻한다.

수정 처럼 빛나는 산정에

코끼리가 낙동강 물을 마시는 형상을 하고 있는 바위가 있다 하여, 불명(佛名)으로 붙은 이름이라고 전한다.

수정은 불교의 칠보(七寶) 중 하나이다.

파류봉"으로도 불리는데

조선시대에 이곳에  망미루가  설치되면서, 별장이 파견되어 머물렀다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금정산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파리봉'이라고 부르며, 이정표도 파리봉으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생강나무꽃

 

진달래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산길이었다.

 

무시무시한 파리봉 기암괴석 암릉을 지나서, 하산하는 길은 완전한 진달래 꽃길이었다.

 

해마다 금정산 동문에서 원효봉을 지나 북문으로 가는 길에는 진달래꽃이 그저 그랬는데

금정산 상계봉을 거쳐 파리봉에서 하산 하는 길은

진달래 산이라고 할  만큼, 진짜 예쁜 진달래 꽃길이었다.

 

산행의 즐거움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할 만큼 여유로운 하산 길이었다.

 

금정산 파리봉의  산행일지는

온천장역앞에서 203번  버스를 타고, 금정산성 남문 입구에서 하차한 후

남문까지 산책하듯  걷다가 금정산성 성곽길을 따라 상계봉에 올랐다가 제1망루를 지난 후

파리봉 정상에 오르고, 진달래 능선을 따라서  하산,  가나안 수양관을 지나고, 공해마을로 내려와서

산성마을 까지 터덜터덜.... 막걸리와 파전으로 마무리한후 또다시 203번을 타고 온천장역으로

5시간 정도의 긴 산행이었음을 메모해본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하산길에, 진달래꽃이 산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듯 했다.

 

금정산 파리봉은 금정산맥의 상학봉에서 금정산성의 서문으로 이어지는 상학봉 능선의 봉우리이다.

금정산의 여러 봉우리들은 산성의 동쪽에 집중 되어 있는데

파리봉만은  서쪽에 하나의 봉우리로 우뚝 서있는데, 비교적 험준한 만년 산지의 특색을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왔던 길을 뒤돌아보니, 산 꼭대기의  암벽 사이 데크 길을 걸어 내려왔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추억이 되겠지만, 천하의 겁쟁이가  금정산 파리봉을 얼떨결에 내려왔다는 것은

두고두고 이야기꺼리로 남겨질 것이라고.... 그냥 또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