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금정산 숲속둘레길에서

nami2 2022. 4. 4. 23:50

하루종일 날씨는 화창했지만, 아쉽게도 벌써 벚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에서 허무함을 느껴야 했던 봄날이었다.

복사꽃, 자두꽃, 홍도화꽃이 예쁘게 피고 있고, 하얀 배꽃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 들길인데

왜 벚꽃잎이 흩날리는데 허무함을 느껴야 하는 것인지?

너무 흐드러지게 많이 피었다가 한꺼번에 꽃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허탈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왔다가 사라져가야 하는 벚꽃은 벌써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봄꽃들의 릴레이는 계속되고 있기에

허전함은 잠시 잠깐뿐이라고 애써 마음을 비워둔채, 또다른 봄꽃이 찾아오는 길목에서 그냥 꽃마중 해보려 한다. 

 

이른 봄날에 꽃이 피는 낙엽속의 작은 야생화를 찾으러 나섰다가, 본의 아니게 숲길을 걸어야 했던 날에

하루종일 걸었던 발걸음은 17000보였다.

누가 시켜서 하루종일 그만큼 걸으라고 했다면, 죽어도 못할 것이라고 항의를 하겠지만

꽃을 찾으러 헤매이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강행군을 했으면서도 느껴진 것은....

그래도 삭막한 겨울날이 아니고, 꽃피는 봄날이라는 것이  주변에서 눈요기 꺼리가 많아지면서

발걸음에 활력이 있었음은, 순전히 숲길에서 만난 꽃들 덕분이었노라고 중얼거려봤다.

 

산 깊은 곳에서 만난 '산목련'은  꽃송이는 작았으나 ,눈이 부시게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아직은 푸르름이 없는 산길에서  하얗게 핀 풍경들은  진짜 혼자보기 아까웠다.

 

진달래가 필 때쯤이면, 자연스럽게 '생강나무'꽃이 이곳저곳에서 눈에 띄는데

금정산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귀한 꽃이 되었다.

올해는 꼭 생강나무꽃차를 만들어보겠다고 했었지만

올 봄에 주로 갔었던 금정산에서는 꽃 한송이 입에 넣을 수도 없을 만큼, 흔하게 보여지는 꽃이 아니었다. 

 

금정산 범어사를 중심으로 사방팔방 걸을 수 있는, 금정산 숲속둘레길을 생각치도 않았는데 걷게되었다.

처음 부터 마음먹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야생화를 찾아 다니다보니 이정표를 만났고, 그래서 금정산 숲속둘레길을 걷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수하게 많은 '얼레지'꽃을 봤으면서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하면서 아쉬움을 만들어주던 꽃이었다.

이 땅에 존재할 때 부터 고개 숙인채 꽃을 피우는 얼레지꽃을 좀 더 예쁘게 사진을 찍기위해

꽃을 향해 무릎을 꿇고, 엎드리고, 엎드린채 고개를 쳐들어야 했던 행동들이 웃음을 나오게 했다.

그렇게 해서 사진을 찍었기에, 자꾸만  꽃을 바라보게 된다.

예뻤다라는 표현외에는 더 할 말이 없다.

 

금정산 숲속 둘레길의 작은 요정 '얼레지'꽃

 

                   노루귀

 

                꿩의바람꽃

 

우리아파트 뒷산인 봉대산은  진달래꽃과 생강나무꽃이  지천인데

이곳 금정산에는 진달래꽃도 귀했고, 생강나무꽃도 귀했다.

산길에서 어쩌다가 만난 진달래꽃도 제멋대로 피어 있어서 사진 찍기에는 굉장이 불편했었다.

 

도대체 진달래꽃이 무엇이길래,  사진 찍는다고 숱하게 시간을 낭비했었다.

사진을 잘 찍어보려고 애써봤지만, 그냥 이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뫼제비꽃

 

"호제비꽃"은 잎모양에 세모난 피침형이며, 잎이 커질수록 털이 있다

 

                       왜현호색

 

야생화를 찍으면서, 3시간 정도 숲길을 걸었더니 돌탑이 나왔다.

곧 절집으로 가는 도로가 나오지 않을까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숲속둘레길은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있었기 때문에 쓸쓸하지는 않았다.

 

범어사 연등이 보이니까, 하얀 목련도 더 예뻐보였다.

끝이없는 숲길에서의 긴장감이 풀어지는듯 했다.

 

숲길에서 만난 '산목련'과 자동차 도로변의 '하얀 목련'은 일단 분위기 부터 다른 것 같았다.

그래도 예쁜 것은 똑같았다.

 

 피곤 할 만큼 많이 걸었기에, 마음도 몸도 그리고 눈 까지 지쳐있었는지

 하얀 목련 보다는 '자목련'이 더 예뻐보이는 순간이었다.

 

                 자목련

 

숲길을 빠져 나와서 가장 먼저 보여진 것은 어느 농원 앞의 벚꽃이었다.

우중충한 숲속을  헤매다가, 벚꽃의 화사함에 넋이 빠져나온듯 했다.

마음까지 밝아졌다.

 

     숲속을 하얗게 장식한 목련나무의 아름다움

 

출입금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어느집 농원 앞에서 예쁜 모습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도  피로회복제를 마시는 효과가 있는듯 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막연한 숲길을 몇시간씩 걸어내려오며 느껴진 긴장감과 피로감이

꽃을 보는 순간 한꺼번에 사라져간다는 것이 아이러니 할 만큼 신기했었다고 메모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