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매화가 사그러지는 봄날 풍경

nami2 2022. 4. 1. 23:35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4월의 첫날, 어디선가는  무서리가 내렸다고 할 만큼 꽃샘추위는 심했다.

음력으로 3월 초하루였기에 ,절에 가면서  벚꽃 피는 봄날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갔다가 얼어죽을뻔 했다.

추위가 너무 심하면  숨도 못쉬고 쓰러질 위기에 놓이는 못된 체질이라서

상비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핫팩을 주머니에 넣고 다닐 만큼의 날씨는 진짜 추웠다고 엄살을 떨어보는데

그래도 세상을 온통 화사함으로 만드는 벚꽃이 있어서  차창 밖으로 보여지는 풍경에 마음은 진짜 봄날이었다.

 

경남 양산시 원동면 주변의 매화마을에 가보려고, 이른 봄 부터 계획을 세웠으나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이 온통  매화세상이 되는 바람에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다가

갑자기 낙동강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찾아갔더니....

매화는 흔적 간 곳 없고, 꽃이 피었다가 사라져간 빈 자리는 말문이 막힐 만큼 쓸쓸하기만 했다.

이곳 들판이나 저곳 들판도  마찬가지일뿐,  꽃이 피었다가 사라져간  곳은 폐허 그 자체였다.

그래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니 씁쓸했던 마음은 다소나마 풀어지는 듯, 스스로 마음을 달랠수 밖에 없었다.

 

만첩 홍도화도 꽃봉오리만 올망졸망이었고, 복사꽃도 겨우 한송이 피어나는....

숱하게 사람들이 많이 다녀갔던  원동 매화마을의 '순매원'에도 이렇다할 꽃이 보이지 않았다.

매화가 사라지고  벚꽃이 피기 전, 어중간한 계절의 쓸쓸함은 무엇으로도 보상이 안되는 그냥 허무함이었다.

 

매화가 사라져간 봄날의 쓸쓸함이란

생전 매화 구경도 못한 사람들 처럼....

그래도 한 두송이 남아 있는 매화라도  사진 찍어보겠다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들 속에서  나 역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곳에  낙동강이 있었기 때문이다.

 

흐르는 강물과  분위기스럽게 달려오는 기찻길의  열차

그리고 아름답게  핀 매화에서 뿜어나오는 달콤한 매향은....

봄날에 느껴보는 멋진 일상이었기에, 사람들은  원동 매화마을을 끝도없이 찾아가는데

일장춘몽의 봄날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사라져버렸다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강물과 열차는 여전한데, 꽃과 향기가 없는 세상은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허무함이었다.

 

그래도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덜 외롭게 하기위해서

이곳 저곳을 다니며 꽃을 찾아내서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봤다.

 

예전에는 강건너 김해 무척산 등산을 할때는 

배를 타고 다녔다는 아주 먼 옛이야기가  귓전을 맴돌게 했다.

 

원동매화 마을에서 사라진 매화 때문에 실망을 한 후

또다시 때늦은 매화를 찾으러 양산 원동면 영포마을로 길을 나섰더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의 감동스런 하얀 목련이 길목에서 길을 막아섰다.

 

매호가 사라져가는 봄날에

1순위가 되고 싶은  하얀 목련은 바라보기에도 아까울 만큼이나 예뻤다.

 

 시골+ 산골마을의 목련이 핀 풍경은 말문이 막힐 만큼 아름다운 순간이다.

 

양산시 원동면 영포리에 위치한, 신흥사로 가는 길에는 이제서 매화가 피기 시작했다.

영포마을 산등성이에는 뒤늦게 피기 시작한 매화가 지천으로 눈에 띄였다.

산간지방에 가까운 마을이었기에

매화 피는 시기가 3월15일 이후 부터 핀다는 것을 진작 부터 알고 있었다.

 

전형적인 산골마을에는 매향이 가득했다.

매향이 있는 들길 한가운데를 걷는 기분도 호젓해서 좋았다.

 

원동지역 매화의 역사는 일제시대 부터 시작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매실은 대부분 재래종이라서 열매가 작고, 매실 수확의 어려움이 있지만

약효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이곳에 다녀올 때가 3월 중순이었는데, 영포마을은 절정으로 예쁘게 매화가 피고 있었다.

 

홍매화도 있고, 분홍매화도 뒤섞였으면  꽃이 피어 있는 풍경이 제법 예뻤을텐데

희끗 희끗한 백매화로 조성되다보니 그다지 멋진 모습은 아니였으나

코 끝을 스치는, 들길 가득한 매향은 정말 일품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봄날이었다.

 

원동 영포마을 일대는  지하수로 길러낸 원동 미나리가 한창 맛있을 때라고 했다.

입맛이 완전 어린애 입맛이라서 절대로 생미나리 같은 것은 입에 넣지도 못하는 편식쟁이가

이날 난생 처음 삼겹살에 생미나리를 먹어봤는데, 아삭아삭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먹을만 했다.

 

살아오는 동안에 먹었던 미나리보다 더 많이 먹었다면... 믿어질런지

어릴때 생미나리 향이 싫어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절대로 생미나리를 먹지않겠다고 다짐을 했었는데

이번에 그 다짐을 깨고, 생미나리를 아주 많이 먹었다는  이야기를  메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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