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기온이 20도를 넘나드는 요즘의 날씨는 제법 완연한 봄날이 된 것 같았지만
언제 어느때 변덕을 부려서, 꽃샘추위로 곤혹을 치르게 할런지는 장담을 할 수는 없다.
그래도 하루종일 내렸던 비가
겨우 갈증을 해소 시킬 만큼이라는 것도 감사했던지, 꽃들이 제법 예쁘게 피고 있는 봄날이다.
엊그제 다녀온 금정산 범어사 산내암자 대성암 뜰앞에는 , 이미 꽃피는 시기가 지나서 잊혀지고 있었던
노란 복수초가 새봄을 맞이하는 설레임을 새롭게 느끼게 해주었다.
산속의 봄은 이제서 찾아온 것이 확실 한 것 같았다.
매화가 피기 시작했고, 노란 복수초가 피었으며, 파릇파릇 수선화 새싹들이 마당가에서 봄마중을 하는듯 했다.
금정산 범어사 산내암자인 대성암은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 수 없지만
기록에 의하면 1803년(순조3년)에 범어사 금강암과 함께 취규대사에 의해 중창이 이루워졌다고 했다.
1910년 범어사 주지로 주석한 오성월 스님이 범어사 대성암에
'각해선림'이라는 편액을 내건 선원을 처음 개설하여, 현재 까지 그 명맥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修道中靜肅(수도중 정숙)이라는 대성암 입구의 작은 팻말이 마음을 긴장시켰다.
그래도 조용하게 침묵을 지키면서,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사계절 내내 예쁜 꽃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지 보다 높은 대문 앞에 서서 내려다보니
대문 밖의 난간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곳에 복수초가 예쁘게 피어 있었다.
지난해에는 숲과 바위로 형성된, 대문 밖의 복수초 있는 곳 까지 갈 수 없어서 사진 찍는 것을 포기 했었다.
올해도 높은 곳에서 아래로 줌인을 해서 꽃 사진을 찍고보니 모험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큰 바위들이 듬성듬성 자리를 잡고 있는 바위틈새로 삐집고 들어가서 복수초 사진을 찍기로 했다.
대성암 입구에는 저렇듯 큰 바위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 틈새에 노란 복수초가 피어 있었기에, 곡예를 하듯 바위를 삐집고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다.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어본 대성암 대문 밑, 산속의 노란 복수초
그리고는 대문으로 들어섰더니 담장 밑에 노란 복수초가 눈에 띄였다.
대문 입구에서 만난 스님께서 뜰앞의 복수초 있는 곳을 안내해 주셨다.
대성암의 계절 시계는 막 겨울을 벗어난 이른봄인 것 같았다.
노랗게 예쁘게 세상 밖으로 나온 삼형제 복수초
앙증맞고 예쁜 복수초는 2월초에 통도사 산내암자에서 처음 본 후, 이곳저곳에서 많이 봐왔지만
3월 10일쯤에 만나게 되는 복수초도 여전히 예쁘기만 했다.
땅속에서 흙을 들쳐내고 올라온 꽃봉오리가 노란 색깔의 예쁜 꽃이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새까만 꽃봉오리에서 노란 꽃이 되어가는 자연의 신비로움이 다큐를 보는듯 했다.
각해선림 뜰앞의 복수초
범어사 산내암자 대성암은
1900년대 초반 부터 선원의 개설과 함께 선풍의 진작에 힘써
현재는 안거철에 비구니 50여명이 참선 수행을 통한 정진생활을 하고 있다.
범어사 대성암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비구니 상주처로서, 직접 재배하여 생산하는 차가 일품이라고 한다.
이른봄의 전령사 '수선화'
대성암은 범어사 후문에서 나와서, 금정산성 북문으로 가는 초입에 위치하고 있다.
청련암의 홍매화
나무 밑둥에 이렇게 꽃을 피우는 매화도 있었다.
이렇거나 저렇거나 꽃만 피우면 된다는 귀여운 모습이다.
홍매화
청련암에서 바라본 계명봉이 너무 멋져서 인적이드문 산길이라는 것도 무시한채
엊그제 나홀로 암자산행으로 계명암에 다녀오게 된 계기가 이곳에서 부터 시작 된 것이다.
범어사는 생각보다 훨씬 겨울이 길어서 봄이 늦게 찾아 온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다른 곳은 이미 매화 꽃잎이 날리고 있건만, 이곳은 이제서 예쁜 매화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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