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초량 이바구길

nami2 2021. 2. 9. 23:00

설명절이 코 앞에 다가오고 있지만

코로나가 주춤했다가 또다시 확진자가 자꾸만 늘어나는 것이 웬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가장 가까이 지내는 친구를 공원길에서 오랫만에 만났는데, 가까이 오지말라는 손짓을 하면서

직장에 확진자가 나타났으니, 자신을 멀리 해달라는 서글픈 문자가 날아들어왔다.

얼굴을 보고 있으나 대화는 문자로 해야 하는 세상이 기가막혀서 할말 자체를 잊고말았다.

설명절 잘보내라....

무조건 건강해야 한다....

스무 걸음 정도의 거리에 서서, 문자메세지로 주고 받는 기막힌 세상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서 도망가는 친구의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볼뿐이었다.

 

부산역쪽으로 볼일 보러 갔다가 한번정도는 꼭 가보고 싶었던 곳에 발걸음을 해봤다.

초량의 이바구길이다.

부산시 동구의 '초량 이바구길'은 초량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테마거리라고 한다.

 

벽화로 그려진 그림이 재미있었다.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저런 모습은 흘러간 다큐에서만 보았다는 것이 새삼 아쉬웠다.

불량식품이라고....

근처에도 가지말라고 하시던, 부모님 말씀을 거역하지 못한 착한어린이로 살았던 것이

연탄불 앞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제대로 모르면서도 그시절 풍경이 재미있기만 하다.

 

이바구 문방구 안에는 그리움이 가득 들어 있었다.

한번 정도는 이바구길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가보고 싶었음에, 길을 걷는 내내 즐거움이 되어주었다.

 

부산에서 30년을 살면서 초량이라는 곳을 처음 가봤다.

일가 친척과 가족, 학교친구들이 모두 서울에 있어서, 서울을 가기위해서라면 부산역을 수없이 드나들면서도

단 한번도 초량이란 곳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 우스웠다.

 

이바구길..... 느리지만 삶이 즐거워지는 곳이라고 한다. 

이바구는 부산 사투리로 이야기라는 뜻도 이곳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1892년에 설립된 한강이남 최초의 교회라고 하는 '초량교회'

 

말로만 듣던 초량의 168계단 앞에 섰다.

케이블카도 타지 못하는 겁쟁이가 모노레일을 탈수 있을까 잠시 걱정을 해봤다.

모노레일 승강장 건물이 긴장을 하게 만들었다.

모노레일은 관광객이 아닌 초량 이바구길 주변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꽤 늦게 까지 운행하고 있다고 한다.

모노레일을 타는 것이 두려워서 168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려고 하니까

그것도 쉬운일이 아닌 것 같아서, 눈 딱 감고 모노레일을 타보기로 했다.

 

모노레일은 2분 정도 올라가는 것 같았지만, 겁쟁이인 나에게는 20분 정도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눈 딱 감고, 함께 동행한 길동무의 팔짱을 꼭 끼고....

살다보니 어쩔수 없이 해야하는 일이 자꾸 생겨난다는 것이 우습기만 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168계단의 멋스러움

 

168계단의 중간쯤에 있는 주택의 벽화이다.

 

길이 1,5km의 이바구길은 부산역 건너편에 자리한 부산 최초의 물류창고인 남선 창고터에서

옛 백제병원 건물, 초량초등학교 담장에 설치된 이바구길 갤러리, 우물터, 168계단, 김민부 전망대

당산, 망양로 까지 이어져 있었다.

 

초량 산복도로에서 바라보는 남항대교

 

옛우물터는 168계단을 모두 걸어내려온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168계단은 걸어서 올라 갈수 있지만,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계단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노레일을 설치했다고 한다.

이곳을 올라갈때는 모노레일을 탔었고, 내려올때는 걸어서 내려오며 곳곳을 기웃거려 보았다.

 

                         초량 차이나타운

 

말로만 들었던 초량 차이나타운을 한바퀴 해봤다.

이바구길을 걸어내려 오면서, 부산역으로 가는 길에 지나가게 된 차이나타운은

부산에 내려와 살게된지 30년 만에 처음 가보게 되었음이... 이바구길을 돌아본 덕분에 출세한 기분이었다.

이곳도 역시 코로나 때문인지, 한산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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