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까지만 해도 겨울속의 빨간 동백꽃은 절정을 이루어서 뭇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온 북극발 한파로 인해서 이곳 어디에도 붉은 애기동백꽃을 찾아볼수 없었다.
추위에 모두 얼어버려서 땅위로 떨어지고, 바람에 날아가버렸다.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동백꽃이 있을만한 곳은 다 찾아다녀보았지만 삭막하기만한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지난 주 부터 날씨가 풀리다못해 따뜻한 봄기운이 찾아들면서 비도 자주 내리기 시작했다.
가을부터 그렇게 기다리던 비는, 겨울을 바짝 마르게 해놓더니
겨울 끝자락에서 봄을 맞이하러 나온 전령사 처럼....
삭막한 들판의 마른땅을 촉촉하게 적셔놓으면서 ,바짝 마른 풀들에게 생기를 되찾아 주는 것 같았다.
혹시나 해서 동백숲을 일부러 찾아가봤더니, 새로운 모습으로 꽃을 피운 모습이 너무 반가웠다.
이제는 진짜 봄이구나...를 중얼거리면서 잎사귀에 숨어들은 꽃망울을 살펴보게 되었다.
꽃이 핀채 그대로 얼어버린 애기동백꽃이 고스란히 마른꽃이 된 모습이 애처로워보였다.
그래도 그 어여쁜 자태를 잃지 않은채 마른꽃이 되었어도 우아한 모습은 그대로인듯 했다.
새롭게 꽃이 피는 붉은 꽃 옆에서 지난날의 혹독한 추위를 생각나게 하는 것 같았다.
재미삼아 키우기 시작한 미나리 한단의 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예쁜 모습이 되어간다.
할일없이 집콕을 하다보면, 무언가에 마음을 쓰는 것이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을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보는 요즘 세상의 일상이라고 생각해본다.
시장에서 미나리 한단을 사다가 나물을 해먹고는, 뿌리를 잘라서 화분에 심어 보았다.
가끔씩 물을 주는 것 말고는 하는 일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하나씩 둘씩 ,새롭게 푸른잎이 나온다는 것이 기쁨을 주는 것 같았다.
빨간 제라늄의 화사한 모습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예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창밖에 내리는 겨울비가 어느새 봄비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은
제라늄꽃의 싱그러움이 봄의 전령사 처럼 느껴졌다.
하루종일 비가 내릴 예정인 것 처럼 쉼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요즘 들어서 자주 내리는 비는 아마도 봄을 재촉하는 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누렇게 퇴색된 산 밑의 들판은 매화농원이다.
베란다에서 바라본 매화농원은 2월이면 다른 어느곳 보다 일찍 매향을 풍긴다.
비가 내리는 풍경도 아직은 삭막한 겨울이지만, 비가 그친, 어느 2월에 찾아가보면
알게모르게 추위도 잊은채, 화사하게 꽃이 피어 있을 산밑의 매화농원의 매화가 눈앞에 어른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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