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늘 걷는 길에서....

nami2 2021. 2. 18. 21:42

봄이 오다가 뒷걸음질 칠 것만 같은, 추운날이 계속 되고 있는 날들이지만

이곳저곳에서 봄의 전령사가 앞다투면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니

춥다고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괜히 마음이 뒤숭숭해서 "추위쯤이야..." 하면서 길을 나섰다.

설명절이 지난후 주춤했던, 코로나 확진자가 또다시 숫자를 부풀리는 것 때문에 갈곳이 마땅치 않아서

발걸음을 또다시 해안가를 향했다.

일년 삼백예순다섯 날 중에서 해안길을 걷는 것은 100일 정도는 되지 않을까, 대충 짐작해봤다.

갈 곳이 마땅치 않을 때, 늘 걷게 되는 길을 또다시 걸으면서

봄마중을 해봤지만 해안가의 봄은 생각보다 훨씬 늦는듯, 아직까지는 겨울 모습 그대로였다.

   

포구에 비친 늦은 오후의 햇살이 모자이크를 해놓은듯 어수선해 보였다.

 

고산 윤선도가 7년동안 유배 생활을 했다는 곳이, 이곳 기장읍 죽성리 두호마을이다.

포구 주변의 소나무 언덕은 '황학대'라고 해서 윤선도가 유배 생활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

 

물살을 가르면서 어찌나 빨리 달려가는지

청둥오리 숫컷 3마리와 암컷 1마리를 사진찍는데 엉망이 되는 것 같았다.

움직이는 녀석들이라서 사진으로 따라잡는데 괜히 웃음이 나왔다.

혼자서 길을 걷더라도, 카메라만 있으면 혼자 잘놀고  있다는 것이 웃으웠다.

 

청둥오리 숫컷들은 꼭 암컷을 옆에 두고 헤엄을 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암컷을 에스코트 하는 호위무사 숫컷들....

 

계속해서 영하의 날씨가 계속 되니까 해안가 주변의 오징어 덕장에 오징어 말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날씨가 추워야만 오징어 말리는 것이, 맛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예전에는 오징어를 참으로 즐겨먹었는데, 세월이 오징어는 입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먹는 음식으로 만들었다.

오징어 잘못 먹었다가 칫과에 '백오십만원'을 갖다주고 나니까 오징어는 눈으로 먹게 되었다.

 

집에서 부터 걷기 시작하면, 늘 이곳을 지나가야 한다.

사람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는데

내게 있어서 이곳은 걷기운동의 한 코스일뿐이다.

 

생각보다 훨씬 해안가는 추웠던 것 같았다.

산 깊숙한 곳의 통도사는 홍매화가 활짝 피어서 질때가 되었는데, 해안가의 어촌은 매화가 눈에 띄지 않았다.

겨우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서 청매화를 만났다.

해안가 둘레길을 1시간 동안 걸었는데, 매화라고는 겨우 이곳에서 보게 되었다.

2월이 되면서 삭풍 같은 매서운 바람이 계속 불어대니까

동해남부지방의 해안가는 아직도 겨울인 것 같았다.

 

 

늘 걷는 길에서 시골동네 어귀의 어느집 홍매화도 질때가 되었다.

아무리 향기좋은 예쁜 꽃이라도

꽃이 질때는 향기도 없고, 벌들도 날아오지 않고, 후줄근한 모습이 인생의 끝을 보는듯 했다.

 

 오랫만에 딱새 암컷을 만났다.

 요즘은 딱새 숫컷보다는 암컷이 눈에 잘 띈다.

 

광대나물꽃이 화사하게 꽃이 피었다.

군데 군데 '봄까치꽃'도 보였지만, 군락으로 피지 않기에 봄까치꽃은 사진 찍기가 버거웠다.

 

                   광대나물꽃은 확실한 봄의 전령사였다.

 

 냉이꽃이 피기 시작했다.

 누가 꽃을 피우라고 등떠미는 것도 아닌데, 추운날에도 계절에 순응하느라 애쓰는 것 같았다.

 

들판의 매실농원에도 꽃망울이 곧 터질것 같지만, 꽃샘추위는 자꾸만 몸을 움츠려들게 한다.

추위가 끝나면 한꺼번에 꽃을 피울 것 처럼, 한껏 부풀어 있었다.

아파트에서 이곳 들판을 지나서 텃밭으로 가는 길목이다.

곧 날이 따뜻해지면 텃밭으로 가는 길이 온통 매화향으로 뒤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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