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봄을 재촉하는 겨울비

nami2 2021. 1. 22. 22:17

그렇게도 기다렸던 가뭄의 단비가 봄을 재촉하는듯, 포근한 바람과 함께 하루종일 내렸다.

혹시....하얀눈이 내리지 않을까, 불가능한 기대를 해봤지만

해풍이 불어오는 동해남부 해안가에는 절대로 해당되지 않은, 하얀 눈은 끝내 내려주지 않았다.

비가 그친 늦은 오후에, 걷기운동을 할겸 들판으로 가보았다.

그동안 너무 추워서 들판길을 걷더라도 그냥 지나치던 텃밭이었는데....

촉촉하게 내려준 겨울비는, 가뭄과 추위속에서 고통을 받던 겨울채소들에게 희망을 안겨준듯 했다.

 

다른해의 겨울날에는 이맘때도 푸르름이 가득해서 제법 예쁜 풍경이었는데

올해는 혹독한 겨울추위 때문에 한껏 널부러진 모습이 그랬었다.

밤새도록, 하루종일 내려준 겨울비 때문에 '유채'들이 생기를 되찾은 것 같아서 반가웠다.

3월 정도 되면 노란꽃이 제법 들판을 예쁘게 만들게 될 유채가

겨울비가 전해준 봄기운에 하루 빨리 더욱 싱싱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엊그제만 해도 날씨가 너무 추워서 형태조차 알아볼수 없을 만큼 널부러져 있었던 '달래'가

제법 싱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곧 2월이 되면 호미들고 다니면서 달래를 캐는 재미를 느낄수 있을 것 같다.

 

어제, 기제사를 지냈는데 올해는 시금치를 뜯지 못했다.

오랜 가뭄에 자라지도 못하고, 혹독한 추위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다보니

겨울 기제사에 쓰려고 씨를 뿌린 시금치가 젯상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2월에 있는 설날 차롓상에는 시금치 나물이 올라갈 만큼 자라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겨울에 밭에서 뜯어다 먹는 시금치의 맛을 올해는 건너뛰어야 했다.

 

추위에 볼품없이 얼어붙었던 '치커리'가  새싹을 보여주었다.

강인한 녀석인줄 알고 있었지만, 엄동설한에 이렇게 파란 싹을 보여준다는 것이 기특했다.

상추는 볼품없이 얼어서 형체도 알수 없거늘...

치커리의 강인함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혹독한 추위속에서 살아남겠다는 '봄동'의 강인함을 칭찬하며

파란 잎을 뜯어다가 쌈을 싸먹고, 전을 부쳐먹으려 준비중이다.

이것이 보약이라는....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기로 했다.

 

가을배추 몇포기를 남겨놓았다.

봄에 뽑아다가 국을 끓이고, 겉절이를 해먹으려고....

그런데 추위속에서 볼품없더니, 다시 예쁜 색깔을 보이기 시작했다.

봄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는 듯 했다.

 

대파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뿌리만 흙속에서 살아있으면 되는 것이니까....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얼어 있었던 대파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것이 엊그제인데

파란 잎에서 싱싱함을 보았다.

이대로 추운 시간을 그럭저럭 보낸다면, 곧 2월이기에 희망을 가져본다.

 

9월에 콜라비 씨를 뿌렸다.

어찌되든 죽지말고 살아남으라고 했는데

가을 부터 태풍과 가뭄과 겨울날의 혹독한 추위속에서도 살아남았다.

이웃이 콜라비 씨를 주어서 처음으로 심어본 것이라서, 키우는 것도 생소한 채소였지만

콜라비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들판의 가을배추가 단비를 맞고 제법 싱싱한 모습이다.

꽃이라는 단 한개도 없는 삭막한 들판에서 푸른 잎을 본다는 것이 반가웠다.

가뭄이 심해서 미쳐 자라지못한,가을 배추들을 사람들은 들판에 그냥 방치해놨다.

살면 좋고, 얼어죽으면 어쩔수 없다는 복불복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았다.

 

어느집 텃밭의 적양배추가 제법 모습을 갖추었다.

모두가 들판에서 추위를 이겨낸 강인함이 보기좋았다.

영하 12도라는 상상도 못했던 동해남부 해안가 지방의 강추위는 겨울채소들을 벌벌 떨게 했다.

 

매실나무 과수원길을 지나가며, 혹시 하면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빗방울인지, 꽃망울인지...

송글송글 맺혀 있는 모습이 헷갈렸지만, 진짜 매화의 꽃망울을 보았다.

곧 2월이면 매향이 풍기는 들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흐뭇한 생각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봄의 전령사인듯 ...
매실나무의 꽃망울이 어느새 수수알갱이 처럼 제법 부풀어 있었다.
봄을 재촉하는 겨울비가 영양제 역활을 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봤지만

어제, 오늘 일어난 일은 아닌것이 그동안 모진 추위속에서도 꽃 필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예뻤다.
아직은 음력으로 삭막하기만한 섣달인데, 벌써 꽃 소식이 있다는 것이 그저 반갑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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