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2월에는 강추위가 별로 없었다고 생각되는데
올해는 12월 중순이 되기전에 강추위가 시작되었다.
코로나가 기승을 떨고 있으니까, 추위 까지 덩달아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그렇게 바쁜일이 생기는 것인지
할일은 많고, 건강은 따라주지 않아서 컨디션은 엉망이고, 병원은 다녀야 하고....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던 ,텃밭의 배추는 시간이 갈수록 근심덩어리를 안겨주는 것 같았다.
혼자서라도 잘해왔던 일들이 갑자기 힘들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래도 밭에서 꽁꽁 얼게 할수는 없어서 , 추운날이지만 작업을 했었다.
텃밭 주변의 찔레나무에서 분홍찔레꽃을 발견했다.
강추위속에서 예쁘게 꽃이 핀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향기는 없었지만, 영하의 날씨에 꽃이 핀다는 것 자체가 신비스러웠다.
무우 맛이 좋아서, 약간은 덜 자란 무우를 뽑지 않고 더 커지라고 밭에 놔뒀더니
잎사귀는 추위에 얼어서 엉망이 되었고, 다행히 땅속의 무우는 얼지않았다.
무우김치를 담그려고 뽑다가, 무 한개를 깍아먹어보니 무우 맛이 달고 시원한 배 맛이었다.
지난번에 무우 뽑을때 뽑았다면, 무청은 부드럽고 맛이 있었을텐데
더 커지라고 놔둔 것이 욕심인듯... 무청은 이미 마른잎이 되어가고 있었다.
기온이 좀처럼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동해남부 해안가 지방인데
갑자기 기온이 뚝~ 영하 4도가 되었다.
더 기온이 내려가기 전에 배추를 뽑아야하겠기에, 병원에 다녀온 몸으로 밭으로 나갔다.
몸의 컨디션이 엉망이라서인지, 배추심은 것을 후회했다.
그다지 농사도 잘 짓지도 못하면서 배추 속이 차지 않으니까 12월 까지 밭에 놔둔것이 이유였다.
내년에는 절대로 배추농사는 짓지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배추를 뽑아보니
배추는....정성을 들인 만큼의 절반도 자라주지 않았다.
올해 내가 배추농사 지은 솜씨이다.
배추 30포기 심었지만, 그렇싸하게 속이 꽉찬 배추는 3포기였고
나머지는 대충 이러했다.
그래도 비료와 농약을 주지않은 배추이니까, 맛있게 먹어야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었다.
배추를 뽑아다 놓은지 3일만에 배추를 반으로 쪼개고보니
그래도 달착지근한 맛과 고소함이 있어서 양념만 잘하면 그런대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꽉찬 배추속은 아니지만, 노랗고 예쁜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남들은 모두 김장을 끝냈는데, 밀린숙제 처럼 늘 부담이 되었기에, 일단 일을 벌려놓았다.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배추의 갯수는 제법 많았지만, 잘 생긴 시장의 배추를 기준하면 10포기정도의 분량이었다.
배추에서 나온 시래기가 부드럽고 맛이 있을 것 같아서 버리지 못하고, 삶았다.
내가 키운 배추였고, 맛이 달착지근하고 고소해서
된장을 넣고, 굵은 멸치 넣고, 한 냄비 푹~ 끓여 놓으면 밥도둑이 될 것 같았다.
냉동실에 보관하려면 이렇게 해놓으니까 ,질기지도 않고 맛이 있었다.
들기름 넣고, 된장 넣고 조물조물 무쳐서 먹을 만큼씩 비닐포장을 해놓으면
여름까지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닐에 포장해서 냉동실에 들어갈 배추 시래기....
배추를 절인후 씻어 놓았더니, 김장을 거의 한듯 마음이 편했다.
배추를 절여놓고, 시장보고, 왔다갔다 하다보니 감기몸살기를 느꼈다.
평소 몸의 컨디션이 좋지않은데, 약간 무리를 했더니 감기몸살이라면....
코로나 선별진료소가 생각났다.
감기걸려도 안되는 세상이 지긋지긋해졌다.
늦은 밤에 배추 씻어놓고, 감기약 먹고, 일단 푹~잤다.
감기걸리고 열이나면, 코로나 선별진료소에 가야한다는 것이 저승사자 같았다.
감기약을 먹고 푹 자고 일어났더니, 감기몸살은 씻은듯이 사라졌다.
무리를 하지않고 쉬엄쉬엄 김치를 담갔더니 하루종일 걸렸다.
그래도 올해의 김장은 이렇게 해서 끝이났음에 속이 후련했다.
무농약으로 키운 배추로 담그는 김치의 맛이 괜찮아서, 돼지목살 1인분의 수육을 삶았다.
수육까지 삶아서 시식을 잘했던 올해의 김장은 이것으로 끝....
만세를 부르고 싶을 만큼 밀린숙제를 다해놓았다는 성취감이 몸의 컨디션 까지 좋게 하는 것 같았다.
며칠째 강추위가 계속되다보니, 겨울철에도 잘자란다고 자랑했던 텃밭 채소들이 엉망이 되었다.
12월 말 까지는 충분히 뜯어 먹을것 같았던 채소들은 영하의 추위에서는 어쩔수 없었는지
완전한 겨울분위기를 만들었다
월동용 겨울초(유채)와 월동용 시금치는 겨울에도 뜯어먹을 수 있는 채소였지만
추위 때문에 얼었다 녹았다 하는 모습이 애처로워서
감히 뜯어야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텃밭은 삭막했고 추웠다.
'텃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텃밭, 겨울 마무리 (0) | 2020.12.30 |
---|---|
추운 겨울날의 텃밭이야기 (0) | 2020.12.28 |
더 추워지기 전에 (0) | 2020.12.01 |
겨울 초입의 텃밭 (0) | 2020.11.24 |
텃밭의 가을채소들 (0) | 2020.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