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쯤 부터 춥던 날씨가 점점 꽁꽁 얼어붙어서 엉망이 되어가는 텃밭이었는데
며칠 전 부터 날이 풀리기에, 문안인사 드리러 밭에 갔더니 생각치도 않았던 청경채 꽃이 활짝 피었다.
정말 엄청 추웠던 날씨였건만
진짜 엄동설한의 날씨에 이렇게 노란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꼿꼿하게 얼굴을 들쳐내는 모습이 추위 정도는 아랑곳 하지 않겠다는 씩씩한 모습이 예뻤다.
청경채가 이렇게 추위에 강한 녀석이었던가?
새삼 놀라게 되었다.
배추를 뽑으면서 남겨놓았던 배추가 볼품이 없게 되었다.
그래도 얼어붙었던 것이 녹으며, 쌈배추로 변신해가는 모습에서 희망을 보게 되었다.
2월의 어느날 부터는 먹음직스런 배추가 되어서 노란꽃을 피워주기를 바랄뿐이다.
옆집 밭의 배추는 고라니가 입을 댔는데, 우리배추는 멀쩡했다.
추위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견뎌낸 모습이 불쌍해 보였지는 모르나
고라니가 입을 대지 않았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추위에 견디는 것도 미안한데, 고라니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위해서는 배추를 묶어주고 왔다.
지난해에는 이맘때 시금치를 뜯어다 먹었는데, 올해는 가을가뭄, 겨울가뭄에
시금치가 자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따뜻한 동해남부지방도 별수없이 올해는 엄청 추웠다는 사실에
월동 시금치가 자라지 않고 있음이 그랬다.
12월초 까지도 예쁘게 자던 '치커리'가 엉망이 되었다.
지난해에는 겨울에도 샐러드용으로 치커리를 뜯어다 먹었건만
이번 겨울에는 뭐든지 엉망이 되어 가는듯 했다.
상추 씨는 9월에 뿌려놨는데, 입속으로 들어간 상추는 한주먹 밖에 되지 않았다.
극심한 가뭄은 가을에도 그랬고, 겨울에도 역시나 였다.
가을에 억지로 물 퍼다준 후, 몇 잎 뜯어먹다보니 겨울이 왔다.
다른해에는 12월 말까지는 제법 뜯어먹는 상추였건만, 올해는 상추 맛을 보기에는 아마도
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양파 밭에 심어놓은 상추는 제법 예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가면서 조금씩 자라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기만 하다.
샐러드용으로 뜯어가고 싶지만, 너무 안쓰러워서 뜯지 못하고 가끔씩 구경만 하게 된다.
텃밭에서 가장 잘자라고 있는 것이 봄동과 겨울초(유채)이다.
어린녀석들이라는 것과 추위에 강한 녀석들이라는 것이 확실하게
다른 채소들과 비교가 되었지만, 너무 어려서 아직은 뜯어 먹을 수 없었다.
고라니도 봄동과 겨울초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제법 자란 겨울초는 추위에 모두 얼어서 볼품없이 일그러졌는데, 어린 채소들은 추위에 강한 것 같았다.
텃밭의 민들레는 겨울이 없는듯 하다.
푸른 잎이 아닌
붉으스름해진 잎이 추위에 제법 시달린듯 한데, 노란꽃을 피워준다는 것이 대견스러웠다.
시금치밭과 대파 밭에 제법 냉이가 자라고 있었다.
겨울에도 꽃이 피면 먹을수 없는 냉이기에, 추위가 누그러져서 냉이를 캘수 있었다.
냉이가 제법 먹음직스럽게 커가고 있었다.
정작, 봄이 되면 성격이 급한 냉이는 꽃부터 피우니까, 한겨울에 뜯어먹을 수밖에 없었다.
꽃대가 올라온 냉이는 뿌리가 질겨지기 때문에
기왕이면 한겨울에 뜯어먹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자라고 있는
추운 겨울날의 텃밭에서 대파를 뽑으면서, 약간의 미안함이 있었다.
엄동설한이라는 글자가 딱 어울릴 만큼
꽁꽁 얼어서 대파의 파란 잎 속에서 얼음이 빠져나오던 것이 엊그제인데
추위가 약간 누그러지기에 텃밭에 나가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들여다봤더니
더욱 먹음직스런 모습이 되었음에, 나도 모르게 대파를 몇개 뽑게 되었다.
추운 겨울에도 대파가 필요할때는 밭에가서 뽑아다 쓰게 되는데
하얀 뿌리를 보니까 ,멸치 다싯물에도 넣고
생강차 끓이는데도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파뿌리는 감기예방에 좋은 효능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아는 상식이기에
추운 겨울이면, 텃밭의 대파뿌리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 점점 보약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냥 흐뭇하기만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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