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로 가기위해 경부고속도로를 달려갔고, 차만 타면 자는 습관 때문에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깨면서
차창 밖을 내다보니 온통 흰눈으로 뒤덮힌 산이 눈 앞에 펼쳐졌다.
잠결에 바라본 산은 영남 알프스라고 하는 신불산과 영취산이었다.
통도사에서는 멀리 바라보이지만, 백운암은 영취산 중턱에 있으며 극락암과 비로암은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자장암에서 바라본 영취산은 앞산 처럼 보여진다.
마음속의 답답함도 훌훌 털어버려주는 영취산! 그 영취산에 또 하얀 눈이 쌓여있다.
통도사 산내암자 중에서 내가 자주 찾아 가는 곳은 극락암과 비로암 ,자장암이다.
영취산을 한눈에 바라다 볼 수 있는 들길이 있고, 겨울이 지나면 야생화 찍으러 자주 찾는 이 길은
어쩜, 나에게는 마음까지도 쉴 수 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길이다.
연꽃세상이 되며는 이곳은 영취산 밑의 극락세계처럼 아름답게 장식되기도 한다.
차를타고 주차장으로 갈 수 있지만 돌계단을 타고 오르면서 앙증스런 풀꽃을 볼 수 있다.
이번에 갔을 때는 군데 군데 새들의 먹이가 놓여진 예쁜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새들이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게 배려를 해주신
자장암 스님들의 예쁜마음을 아마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둥그런 문을 들어서고,다시 '불이문'이라고 생각되는 대문을 지나야만 관음전의 부처님을 뵐 수 있다.
자장암 관음전 법당 안 한켠에 칼날처럼 삐죽 솟아오른 '칼바위'가 있다.
칼바위의 전설은 알 수 없으나 흘러간 세월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아 궁금도 하지만
일단은 뭔지 모를 긴장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금와보살이 계신곳
자장암에 오면 꼭 들려야 하는곳이 있다.
관음전과 마애불 사이로 좁다란 골목길로 들어서면 금와보살이 계신곳이다.
금와보살 (일명, 금개구리) , 1300여년전 자장율사가 옹달샘으로 물을 뜨러 갔을 때 보았다는
금개구리가 아직도 불가사이 하게 자장암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자장율사와 인연이된 그 개구리의 몇십대 자손이 아직도 불가사의 하게 머물고 계시는 구멍바위
어쩌다가 눈에 뛸 정도로 어렵게 만날 수 있는 금와보살은 덕이 있는사람의 눈에 뛴다고 하지만,
내가 덕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3년전 늦가을 11월에 갔을 때 직접 구멍속에 있는
금와보살(금개구리)을 친견했을 때의 그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조그만 구멍속에서 광채가 나는 개구리를 보았을 때 가슴이 어찌나 두근거렸는지
그후로는 몇번을 갔었지만 다시는 뵙지 못했다.
그것은 나의 불심에 문제가 된듯 느껴진다.
암각화로 그려진 '마애불(아미타불)'
본존불이신 아미타좌불 과 협시불로 왼쪽은 대세지보살,오른쪽에는 관세음보살
1896년 고종 33년에 암각하여 만들어진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자장율사가 통도사를 창건하기전에 자리잡았다는 '자장암'은 통도사를 창건하기 전부터
이곳에 움막을 짓고 터를 잡았던 자장율사의 기풍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마애불 옆으로 가면 '수세전'이 있고, 자장율사를 모신 '자장전'이 그옆으로 있다.
관음전 뒷쪽 바위 위에 서있는 삼층석탑과 소나무들은 흘러간 세월의 흔적을 기억하고 있을런지
영취산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자장암 마당에 서서 울창한 소나무 숲의 짙은 솔향을 맡아본다.
암자 밑으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 ,그리고 가끔씩 불어오는 산바람과 함께 시간의 흐름을 막아 버린채
서성이다보면, 어느새 마음속의 잡다한 번뇌가 씻은듯이 사라질 것 같다.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는 자장암에도 어느새 어둠이 깃들기 시작한다.
언제까지 눈쌓인 앞산 같은 영취산을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고, 진달래가 붉게 물든 4월의 어느날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뒤로하고 산을 내려 갈 채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