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에서야 오늘이 음력 보름날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바빠도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는 가까운 산사에 갔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지키지 못했다.
모처럼 시간이 나길래 부랴 부랴 산사에 찾아 갔더니 어둠이 깃들기 시작했다.
오후 6시30분에 해가 지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세월이 그렇게 되어서 오후 5시30분에 해가 진다고 한다.
얼마나 사는 것이 바빴으면, 해가 몇시에 지는줄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민망스러웠다.
해가 짧으니 겨울이 곧 찾아들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늦은 오후 5시20분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집 근처에 있는 천년고찰 장안사로 들어 가는 길에는 벌써 단풍이 물들었다.
진작 해가 지기 전에 도착 했더라면, 멋진 가을 풍경을 보았을텐데...
아쉬움이 가득 넘쳐났다.
장안사 주차장에서 바라본 산등성이에도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었지만
어둠에 가려져서 아름다움에 대한 환호성은 잠시뿐이었다.
장안사로 들어가는 입구의 감나무에 감이 수없이 많이 달렸지만 사진으로 담기에는
그것도 어둠이 자꾸 훼방을 놓았다.
후렛쉬가 터져도 사진은 그리 선명하지 않았다.
대웅전으로 가는 담 모퉁이에 피어 있는 샛노란국화가 아름답다.
장안사 장독대에 그림처럼 걸려 있는 담쟁이넝쿨이 어둠속에서 정말 환상적이다.
겨울내내 샛빨간 열매로 추위속에서도 남겨질 '남천 열매'
부처님을 뵙고 돌아 나오는데,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어둠이 내려 앉았다.
햇볕이 있었을 한낮에는 정말 아름다웠을 단풍도 어둠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가로등이 켜졌지만 단풍은 어둠 때문에 퇴색된 모습이다.
가로등 불빛에 의해 돌담 옆의 감나무는 보이지만, 천왕문은 형체만 보일뿐이다.
가을이 내려앉고, 어둠이 함께 내려 앉은 산사의 가을저녁이
형체도 보이지 않은채, 독경을하는 스님의 목탁소리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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